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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품이다.
▲ 전시작품 전시작품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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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에서 볼 수 없는 사물을 작가 개인의 주관적인 감각에 힘입어 적극적 해석을 하게 하는 사진전이 눈길을 끈다.

경남 진주시 호탄동 갤러리 루시다에서 지난 8월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오세철(배재대학교 영상디자인학과 교수) 사진작가의 'Myopia' 전이 열린다. 일반인들에게 극히 평범하고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사물을 작가의 눈으로 색 다른 의미를 부여한 사진 초대전이다.

'Myopia'는 근시안(近視眼)을 의미한다. 눈앞의 일에만 구애돼 먼 앞날의 일을 짐작하는 지혜가 없거나 소견이 좁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타인들의 시선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사물을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담을 수 있는 극히 주관적인 대상을 본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즉 일반인에게는 평범하고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순간이 작가의 눈에는 또 다른 생명체와 형상으로 자리한다.

전시작품이다.
▲ 전시작품 전시작품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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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 사진작가는 "실제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피사체는 밭에서 버려져 수확을 포기하고 그대로 부패해가는 배추를 클로즈업한 시리즈"라며 "부패의 냄새로 코를 막고 있을 모습이 상상되지만 작품에 담긴 배추의 단면은 특이한 형태와 컬러로 재구성돼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썩어가는 배추에 불과할지라도 디지털아트워크(Digital Artwork) 작업을 통해 또 다른 내면적인 생명체로서 그 존재를 기억하고자 했다"며 "근시안적 시각으로 새롭게 형상화 된 모습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는 절대적 매력이 숨 쉬는 아름다운 형상으로 기억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난 1일 오후 오프닝 행사에서 만난 배재대학교 하승용 사진영상디자인학과 강의교수는 "작가의 관찰력에 크나큰 감동과 기쁨을 받았다"며 "놓치고 갈 수 있는 부분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작업으로 승화시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시장 내이다.
▲ 전시장 전시장 내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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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윤정석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진주 시민들께 사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생각의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까지도 흑백사진을 고집해 온 오 사진작가를 초대해 사진전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갤러리 루시다 이수진 관장은 "이번 전시는 엄청난 생명력을 가졌다"며 "이런 사진전이 진주의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오세철 사진작가는 8×10인치의 대형필름 작업과 디지털작업을 병행해 오고 있다. 그의 필름작업은 흑백 톤의 정밀한 묘사를 통한 빛의 가치 재창조 또는 초(超) 리얼리티의 표출이라면, 디지털작업은 눈으로 흔히 볼 수 없는 사적인 표현으로 현실의 경계를 넘어 또 하나의 내면의 세계에 대한 탐구이자 희망과 꿈으로 재해석한 개인적 감성에 의존한 시리즈이다.

전시장 입구이다.
▲ 전시장 전시장 입구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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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자연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들판에 버려진 채 석양을 맞이하는 배추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앙상하게 메마른 모습으로 다시 자연 속으로 순환돼지는 그들의 일생에 대해 슬픔이나 안타까움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어떠한 관심의 대상도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삭막한 뒤안길에 마이크로렌즈를 통한 근시안적 접근으로 퇴화작용의 한 순간을 정지시켜 보았다.

오랜 시간 속에 묻혀있던 무언가를 발굴해 내 그 시간이 가지는 역사적 흔적과 시대적 감정을 추출하는 역사 재인식의 확인 작업은 아닐지라도 버려진 들판에서 하나의 화석을 수집하는 것과 같이, 빛의 파편들을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쉽게 보여 지는 단순한 대상을 넘어 또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알리는 극히 주관적인 미(美)와 형태의 재발견이다."

지난 1일 열린 오프닝행사 모습이다.
▲ 오프닝 행사 지난 1일 열린 오프닝행사 모습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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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갤러리 루시다'는 경남 진주시의 사진전문 갤러리이다. 사진사(史)에 등장하는 라틴어의 카메라를 의미하는 '루시다(Lucida)=밝은 방'의 의미를 차용했다. 카페도 겸하고 있지만 일반 갤러리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벽면만을 전시공간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독립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갤러리 루시다를 운영하고 있는 이수진 관장은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사진을 처음 접해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이후 다양한 사진을 보고파 갤러리를 열었다. 그는 "좋아하는 사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 교류하기를 원한다"며 "사진이 진주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태그:#오세철 사진작가, #배추사진, #오세철 사진작가의 ‘MYOPIA’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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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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