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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8월 3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응원단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북한응원단 지난 2005년 8월 3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북한응원단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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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아 경기대회 참가와 관련해 지난 17일에 열린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된 가운데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판문점 7월 17일발' 보도를 통해 "남측이 응원단 규모와 체류비용 등에 대해 '부당한 태도'를 보였다며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대회 참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통신은 "오전회담에서 우리측 안에 호응하던 남측이 오후에는 청와대의 지령을 받고 완전히 돌변하여 도전적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회담에서 자신들은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 비행기와 육로에 의한 래왕(왕래)경로와 필요한 운수수단, 경기진행과 응원활동, 신변안전문제와 통신보장 및 우리 기자들의 취재활동 등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제안들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남측은 북측의 참가를 환영한다면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등의 전례가 있는 만큼 북측이 제기한 문제들을 내부적 협의를 거쳐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측이 오후에는 청와대 지령을 받고 완전히 돌변하여 도전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 "남 청와대 지령 받고 오후에 돌변"

북측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 350명을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비행기로 파견하고, 응원단 350명은 경의선을 통해 육로로 이동한 뒤 만경봉 92호를 인천항에 정박시켜 숙소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의 남한 체류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 없이 '편의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남측이 "14시로 예견된 오후회담을 2시간 15분이나 지연시켰으며 뒤늦게 회담탁에 나와서는 '국제관례'니, '대표단 규모가 너무 크다'느니 하고 트집을 걸었다"며 "'남쪽 정서'니, '신변안전 보장이 어렵다'느니 하면서 응원단의 규모와 국기의 규격까지 걸고 들다 못해 공화국기(인공기)는 물론 '한반도기'도 큰 것은 안 된다고 도전해 나섰다"고 주장했다. 또 "나중에는 우리가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우리 선수단과 응원단의 비용 문제를 꺼내 들며 자부담이니 뭐니 하고 줴쳐대는(떠들어대는) 추태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측은 남측의 그런 태도가 실무회담을 결렬 시키고 우리의 경기대회 참가를 가로막기 위한 고의적인 행위라는 데 대해 추궁하고 남측이 계속 도전적으로 나온다면 대회 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는 것과 대회 참가 문제는 전적으로 남측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는 것을 천명했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선수단-응원단 합쳐 700명'이라는 역대 최대규모 북한 대표단이 육(경의선)해(만경봉 92호)공(서해직항로) 모두를 통해 이동하는 '퍼포먼스'와 과거처럼 이에 대한 체류비 전체를 부담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 것이 회담 결렬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극히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형 선전무대가 마련되는 것을 박근혜 정부는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다.

남측 회담 대표단은 "응원단 규모나 이동수단 등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고 했지만, 북측 대표단의 규모가 정부 예상보다 컸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회담 관계자는 "북한에서 '큰 규모'로 보내겠다고 해서 선수단이나 응원단 모두 300명 정도 얘기할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회의(10시 15분∼11시 30분)에 이은 오후 1차 회의가 6시간이나 지난 오후 4시 15분에서야 열린 이유에 대해서도 "북한의 새로운 제안에 대해 판단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현재 우리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상 이 시간 동안 청와대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대표단의 체류비 문제에 대해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2002년 부산아시안 게임부터 3차례의 북한 응원단에 대해 남측이 체류비 전부를 지원했던 것과 달리, '국제관례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규정에 따라 하겠다'고 했다. 일부라도 북측의 '자부담'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남 "추가접촉 필요"-북 "오늘 회담 결렬"…차기 접촉 가능성 열어 둬

이 같은 갈등 속에 남북은 다음 접촉 일정도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북측이 퇴장하면서 "오늘 회담은 결렬"이라고 말해 차기 접촉 가능성을 열어뒀고, 남측도 "아시아 경기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추가접촉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추가 접촉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점이 차기 접촉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또 북측이 국방위원회 특별제안(6월 30일)과 공화국 정부 성명(7월 7일)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강조하고 있고, 남측도 인천아시아경기대회(9월 19일~10월 4일)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남북한 마찰은 기싸움 성격이 강해 보인다.

하지만 극히 예민한 남북관계의 특성상 조속히 차기 접촉 일정을 잡지 못할 경우 파국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그:#인천 아시아경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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