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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사진 좌측)씨와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사진 우측)씨가 나란히 걷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사진 좌측)씨와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사진 우측)씨가 나란히 걷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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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기온이 31도까지 치닫아 10분 걷기도 힘든 날씨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누나 이아름(25)씨,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는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팽목항까지 40여 일 동안 도보순례에 나서고 있다. 단원고에서 팽목항까지의 거리는 약 750㎞, 1900리에 달한다.

순례단은 불볕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오전 5시부터 오후 6~7시까지, 하루에 20km~30km 구간을 9시간 정도 걷는다. 도보순례 일 주일째인 14일, 순례단이 복지시설인 충남 공주시 우성면 고은어버이집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러 갔다.

오전 11시가 넘어서 덥수룩한 수염에 힘든 표정이 역력한 유가족이 길이 130㎝, 무게 5㎏의 십자가를 메고 들어섰다. 뒤를 따라 일행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호진씨는 덕지덕지 반창고가 붙은 뜨거운 발바닥을 물통에 담근다. 금세 데워진 통 속의 물을 버리고 다시 받아온 물 속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 정성껏 준비한 점심을 조금 뜨더니 힘들었는지 이내 눈을 붙였다.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잊히지 않았으면"

길이 130㎝, 무게 5㎏의 십자가를 지고 충남 공주시 둔치공원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길이 130㎝, 무게 5㎏의 십자가를 지고 충남 공주시 둔치공원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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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속히 가족품으로’라고 쓰인 깃발을 든 성직자들과 일반인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하루속히 가족품으로’라고 쓰인 깃발을 든 성직자들과 일반인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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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군의 누나 이아름씨는 유가족들이 도보순례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진도에 있을 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분들 중에 우리가 들어갈까봐 제일 두려웠다. 그런데 (동생을) 15일 만에 찾으니 다행이라기보다는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든 알리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말씀을 드리다가 아빠가 웅기 아버지에게 '도보순례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의했고, 웅기 아버지가 '고맙다'며, '할 일이 생겼다'고 하시면서 동의했다. 그러면서 나도 동행하게 됐다."

이승현군의 누나 이아름씨는 "몸이 힘들기보다는 심적으로 힘들다, 시원한 물과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시고 때론 힘내라고 응원하면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팽목항에 도착하는 그 날까지 아버지들 건강만 괜찮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루에 평균 20~25km 정도를 걷는데 어제는 몸 상태가 좋아서 30km 가량을 걸었다"면서 "오늘은 오전 5시부터 걷고 있는데 낮 기온이 너무 높다, 아버지 건강이 염려되어 오늘은 20km 정도를 걸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30일 정도면 팽목항에 도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어떤 분이 우리를 돕겠다고 모금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화가 많이 났다. 우리를 도와주시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저희 의사는 묻지도 않고 모금 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좀 더 바란다면 시원한 물 한 잔이다."

이씨는 "하루라도 빨리 실종자를 찾아 유가족의 아픔을 달래 줬으면 한다"며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많은 분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이와 함께 이씨는 "어제(13일) 도보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 한 분이 가만히 서 있어서 그냥 지나쳤는데 다음 휴식을 위한 장소에서도 스타렉스 차량에 혼자서 타고 앉아 있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분에게 항의했더니 알고보니 공주경찰서 정보과에서 미행한 한 거였다. 오늘 아침에 당사자와 정보과 직원 등이 와서 사과하고 갔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공주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서 에스코트 등 필요한 도움을 주려고 했다가 오해가 빚어졌다"면서 "오늘 도보순례 출발지에 찾아가 사과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휴식을 마친 도보순례단은 십자가를 앞세운 유족을 선두로 성직자와 일반인 등 40여 명이 '잊지 말아주세요, 기억해 주세요, 특별법 제청 진상규명'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논산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태그:#세월호, #도보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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