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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릴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대로 된 대책이나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쌀 전면개방을 선언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이다"며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농민단체 회원 "쌀 전면개방 반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릴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대로 된 대책이나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쌀 전면개방을 선언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이다"며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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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XX 농민들이 또 이용당한 거야. 기사 보니까 농식품부 장관이 공청회 하기도 전에 쌀 관세화 방침 정해져 있었다잖아. 그럼 이게 요식행위지 뭐야."

한 농민이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목에 핏대를 올렸다. 공청회 종료를 앞두고 일단락되는가 싶었던 장내에는 순식간에 다시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다. 일부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토론자들이 있는 단상을 바라보기도 했다.

농식품부와 산업부는 20일 경기도 의왕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올해 말까지인 한국의 쌀 관세화 유예기간 이후 어떻게 대응할지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토론자로 나온 참석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농민단체는 추가 유예를 놓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을, 정부 측은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객석에 있던 농민들은 정부가 쌀 관세화를 시키기로 해놓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열었다고 비난했다.

"일단 현상유지하고 협상" VS. "WTO 협정상 내년부터 개방해야"

통상 국경을 오가는 상품에는 관세가 붙는다. 농산물도 마찬가지인데 한국 역시 지난 1994년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에 따라 농산물 시장을 개방했다. 다만 쌀의 경우에는 한 차례 연장을 통해 총 20년 동안 정해진 일정량을 제외하고는 수입을 제한해왔다.

이를 업계에서는 '관세화를 유예했다'고 표현한다. 국내 쌀 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유예기관이 올해 말로 종료된다. 누구나 관세만 부담하면 외국 쌀을 수입해 팔 수 있다는 얘기기 때문에 쌀농사를 짓는 농민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날 공청회는 이런 배경 속에서 열렸다.

농민 측은 어떻게든 지금의 관세 유예 상태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온 박형대 전농 정책위의장은 "쌀 관세화 유예 종료가 곧바로 관세화(개방)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2015년부터 발효될 쌀 개방 여부는 정부 협상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쌀 개방 문제가 각 나라를 상대로 한 통상문제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농민들을 보호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협상 등의 수단을 통해 지금의 상태를 물리적으로 유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쌀 관세화의 해법은 협상"이라면서 "일단 현상유지를 주장하고 상대방이 이에 이의를 제기하면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사실상 내년부터 쌀 관세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쪽이다. 공청회 발표자로 나온 송주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세화 전환이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건수 산업부 통상정책심의관은 "정부 입장은 관세화를 기정사실화 시켜놓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WTO 협정상 보면 내년 1월부터 관세화가 필요하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박 심의관은 "국내·외 로펌들의 법률적인 검토를 받은 결과 현상유지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쌀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왜 공청회장에 경찰이... 정부 못 믿겠다"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사복경찰들이 가슴에 방청권를 붙이고 자리에 앉아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국여성농민회연합 회원은 "경찰이 방청권을 받고 들어왔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일부 농민들은 전남 지역에서 10시간 걸려 공청회를 보기 위해 올라왔다. 이 자리는 농민과 농업 관련자들이 의견을 밝히고 해법을 논의하는 곳인데 주최 측이 공청회조차 자기네 사람으로 자리를 채운 것은 잘못된 것이다"고 힐난했다.
▲ 빈 자리 없다는 공청회장 실상은?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사복경찰들이 가슴에 방청권를 붙이고 자리에 앉아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국여성농민회연합 회원은 "경찰이 방청권을 받고 들어왔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일부 농민들은 전남 지역에서 10시간 걸려 공청회를 보기 위해 올라왔다. 이 자리는 농민과 농업 관련자들이 의견을 밝히고 해법을 논의하는 곳인데 주최 측이 공청회조차 자기네 사람으로 자리를 채운 것은 잘못된 것이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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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사복경찰이 가슴에 방청권를 붙이고 참석하고 있다.
▲ 누구를 위한 공청회?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사복경찰이 가슴에 방청권를 붙이고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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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자, 주최측과 경찰들이 "공청회장에 빈 자리가 없다"며 "사전 등록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쌀 시장 개방 여부 공청회 출입 막는 주최측과 경찰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참석하자, 주최측과 경찰들이 "공청회장에 빈 자리가 없다"며 "사전 등록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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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참가한 농민단체 회원들이 빈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공청회를 지켜보고 있다.
▲ 공청회 자리 빼앗긴 농민들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 참가한 농민단체 회원들이 빈 자리가 없어 바닥에 앉아 공청회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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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방청권 받지 못한 농민단체 회원들이 공청회장 밖에서 TV 모니터를 통해 공청회를 지켜보고 있다.
▲ 밖에서 공청회 지켜보는 농민단체 회원 20일 오후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 방청권 받지 못한 농민단체 회원들이 공청회장 밖에서 TV 모니터를 통해 공청회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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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입개방 유예 종료를 앞두고 정부가 주최한 공청회는 이번이 두 번째다. 1차 공청회는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농민단체들의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

이날도 우여곡절 끝에 열리긴 했지만, 입장부터 농민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마찰을 빚었다. 공청회 장소인 농어촌공사 대강당에 자리가 부족했기 때문.

좌석을 관리하는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자리가 부족해 입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농민들은 강당 안에 공무원들과 경찰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왜 공청회장에 경찰이 있느냐"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공청회 좌석을 관리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찰에게 좌석표를 나눠준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강당 안 곳곳에는 채증장비를 갖춘 사복경찰과 귀에 통신용 이어폰을 꽃은 사복경찰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정부를 향한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다. 농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쌀 시장 개방 문제를 놓고 왜 당사자인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느냐는 항의도 이어졌다.

정부가 쌀 관세화를 기정사실화로 하고 요식행위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북 정읍에서 올라온 농민 이유신씨는 "공청회 토론 좌장인 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을 포함해서 9명이 나왔는데 2명을 제외하고는 쌀 관세화에 찬성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농민이 공청회 진행 중 "아직 공청회가 진행 중인데 정부가 이미 쌀 관세화 쪽으로 다음 주에 입장을 발표할 거라는 기사가 떴다"면서 발언을 신청하자 공청회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에 있던 박건수 심의관이 "오보이고 정부 차원에서 대응 하겠다"고 밝혔지만, 농민들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흥분한 농민들은 "정부를 못 믿겠다"면서 "이 공청회를 왜 했으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태그:#쌀 관세화, #관세 유예, #WTO, #쌀, #쌀시장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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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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