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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경기도 강화 오마이스쿨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우린 이제 친구에요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경기도 강화 오마이스쿨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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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공룡화석 설명을 듣고 있다.
▲ "진짜 공룡 뼈에요?"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공룡화석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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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고 뛰면 위험해!"


12일, 홀로 입학한 외딴 지역 초등학교 1학년들을 모아 함께 입학식을 열고 또래 친구와의 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오마이뉴스>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의 둘째 날. 인솔을 담당한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어제보다 더 높아졌다. 하루 사이 급속도로 친해진 아이들이 긴장을 풀고 열심히 '뛰어 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와 천장 봐! 익룡 날아다닌다." 태하가 천장을 가리키며 아이들의 시선을 한 곳에 모은다. 끼익끼익 로봇의 효과음을 흉내내는 아이도 있다. 소리에 민감한 유민이가 귀를 막자 곁에선 수아가 유민이의 눈을 살포시 가렸다.

더불어 입학식 둘째 날 첫 여정지는 과천국립과학관 체험과학관이었다. 지구 탄생부터 현대까지, 공룡이며 온갖 동식물을 총 망라한 실내 전시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반응이 더욱 커졌다. 커다란 공룡 화석에 넋을 놓은 아이며, 관찰 유리관에 콕 얼굴을 박고 자리를 뜨지 않는 아이까지. 부산한 가운데서도 눈에 띄었던 것은 아이들의 양보였다.

또래없어 대인관계 약해질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이상무'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운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별 떨어지면 운석이에요"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12일 오후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운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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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실험 원리를 적용해 만든 어린이탐구체험관. 제한된 숫자의 체험 놀이 앞에서 '나부터', '내가 먼저' 와 같은 다툼은 없었다. 먼저 타지 못해 아쉬운 얼굴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차분히 질서를 지켰다. "너 타고 나 탈게. 알았지?" 순서를 정하는 법도 알아서 터득했다.

"너랑 나랑 두 개씩 집어넣으면 되겠다."
"그럼 우린 네 명이니까 하나씩."

네 손가락을 모두 집어넣고 체험하는 닥터피시 어항의 구멍 앞에서 아이들이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깔깔댔다. 이젠 완벽한 단짝이 된 현영이와 예서는 각자 역할을 나눠 터치스크린의 퀴즈를 풀어나갔다. 목소리가 또랑또랑한 현영이가 퀴즈를 읽으면 손이 빠른 예서가 문제의 답을 클릭했다. 손발이 척척 맞았다. 문제 정답을 맞출 때마다 동시에 "예쓰!"를 외치기도 했다.

발이 빠른 은찬이는 함께 탈 수 있는 놀이기구에 먼저 자리를 잡고 친구들을 기다렸다. 은찬이는 경기도 이천의 한 분교에서 홀로 입학해 또래 친구가 거의 없다.

추은찬 어린이(8, 경기도 이천)의 아빠 추창영(37)씨는 "치열한 교육보다 하고 싶은 걸 원없이 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분교를 다니는 것에는 우려가 없다, 다만 또래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까 걱정했다"면서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요즘엔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니까 헤어지더라도 인터넷으로 사진도 보고  이메일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둘째 날 일정의 마지막 여정지인 푸드 뮤지컬 <비밥>. 버스 안에서 선잠을 잔 아이들이 기운없이 흐느적대며 객석에 앉았다. 조명이 꺼지고 일순간 큰 음악소리가 나오자 아이들의 눈은 다시 동그랗게 커졌다. 공연 중간 배우들이 관객 참여를 유도하며 베개로 만든 가짜 밀가루 반죽을 던지자 아이들은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 재빨리 반죽 모형 세 개를 챙긴 큰 형들이 자기 옆의 또래와 동생들에게 하나씩 나눠 준다.

"졸업할 때 또 뭉쳐요" 카페에서 사진, 소식 공유하며 연락 계속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경기도 강화 오마이스쿨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안녕, 다음에 또 만나요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경기도 강화 오마이스쿨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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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제 아들을 못 믿었어요" 전남 여수에서 참가한 정관호 어린이(8)의 엄마 이성화 (32)씨가 말했다. 성화씨는 "늘 아이가 새로운 친구를 어떤 방식으로 사귈까, 말투는 어떻고 행동은 어떨까 걱정했다, 사실 그런 것들이 알고 싶어 참가했다"고 털어놓으며 "걱정했던 것보다 다행히 양보도 잘 하고 잘 사귀는 것 같다, 졸업할 때 쯤 다시 만나자는 말이 나왔는데 정말 좋은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하는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은 강화도에 있는 오마이스쿨에서 일정을 총 마무리한다. 마지막 날은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소통공간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더불어입학식 참가자를 대상으로 꾸린 카페를 소개하고, 활용법도 배우게 된다. 은찬이 아빠 추창영씨가 인터뷰 말미에 언급했던 '새로운 소통'의 예시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오후 10시께 아이들이 극장을 빠져나와 하나 둘 강화도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졸린 눈으로 극장에 들어섰던 초저녁보다 어째 더 생기가 넘친다. "이제 또 뭐해요?" 잠이 달아난 수아가 눈을 땡글 굴리며 묻는다. 차마 "자러 간다"는 말은 못하고 "강화도에 있는 예쁜 학교에 갈거야"라고 둘러댔다.

버스에 오른 아이들은 이젠 따로 지도하지 않아도 자기 자리를 찾아가 앉는다. 전후좌우의 친구들과 공연 이야기를 시끌시끌 나눈다. 다른 학교, 각자의 반에서 홀로 수업을 듣는 19명의 아이들이 이틀 밤만에 '한 반'이 됐다.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경기도 강화 오마이스쿨에서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다.
▲ 우리 함께 달려요 '나홀로 입학생들의 더불어 함께 입학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경기도 강화 오마이스쿨에서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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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나홀로입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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