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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포장 신문지에 쌓인 선물
▲ 신문지포장 신문지에 쌓인 선물
ⓒ 홍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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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고기를 사러 마트나 슈퍼에 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 느껴진다. 하지만, 필자가 어릴 적에는 고기는 동네 시장의 푸줏간에서 사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이때 고기는 당연히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이렇게 신문지에 포장된 고기를 집에 가져 오면 오는 동안 신문지와 고기가 찰싹 붙어서 손질하기 전에 신문지를 떼는 것도 일이었다. 필자가 기억하기에는 고기에 신문지가 잘 붙을수록 신선한 고기라고 하는 얘기를 듣기도 했는데 이는 고기에 물기가 적으면 당연히 신문지가 잘 달라붙을 것이고 보통 냉동하거나 신선도가 떨어지면 물기가 생기니 이런 말이 나온 듯하다. 예전에는 선물로 신문지에 둘둘 말은 고기 한 칼 선물하는 것도 큰 성의표시였던 시절이 있다.

신문지는 또 큰 돈다발을 포장하는 용도로도 쓰였다. 요즘처럼 온라인 은행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시절에는 적금을 타거나 큰돈을 가지고 갈 때 신문지에 곱게 싸서 가져가기도 했다. 오죽하면 은행에서 나오는 사람이 신문지를 둘둘 말아서 옆에 끼고 있으면 이것을 기다리다가 오토바이로 날치기하는 범죄도 있었다.

상자 안에 있던 것은...

명품상자 명품상자 속의 쓰레기
▲ 명품상자 명품상자 속의 쓰레기
ⓒ 홍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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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된 기억 중 하나는, 좌석버스를 탔는데 옆 좌석이 비어있었고 그 좌석 위에 곱게 포장되고 뭔가 소중한 것 같은 상자 하나가 리본까지 달고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본 필자는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저 상자가 뭘지, 저 상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작은 고민에 빠졌다.

아무도 본 사람도 없고 분명 누가 놓고 내린 것 같은데 막상 열어 보거나 할 배짱은 없고 해서 고민 끝에 그 상자를 마치 처음부터 내가 가지고 버스에 탔던 양 자연스럽게 가지고 내렸다. 그것도 누가 알아차릴까봐 목적지도 한참 남은 정거장에서 말이다.

상자를 가지고 내린 후 가까운 건물 화장실에 가서 그 상자를 열어봤다. 나쁜 짓을 저지른다는 죄책감과 물건이 무엇일지 기대하는 맘이 교차하면서 말이다. 열어본 상자에는 먹다 남은 햄버거 조각과 입을 닦은 냅킨 등 쓰레기들이 들어 있었다.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혼자 한참 웃었다. 물론 씁쓸했지만 어디에 말도 못 하고 간직(?)하다가 30여 년 된 지금 이 작은 비밀을 고백한다.

"내가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다니..."

며칠 전에 집으로 이번 지방선거 공보물이 왔다. 많아도 너무 많은 공보물이 두둑이 쏟아져 나왔다. 내용을 모두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한눈에 보기에 홍보물이 세련된 디자인 이거나 앞에 내세운 문구가 눈에 띄는 것부터 읽어 보게 된다. 세부 정책이나 후보자의 자세한 정책 등은 작은 글씨에 중간에 섞여 있다 보니 꼼꼼히 읽게 되지 않았고, 선거비용이 적어서 인지는 몰라도 홍보물의 세련도가 떨어지거나 홍보물의 분량이 적은 후보자의 경우 뭔가 빈약해 보인다는 선입관에 집중해서 읽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아! 4년이면 나라의 운명이 바뀌고 안산의 흥망성쇠가 영향을 받는 시간인데,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 내가 현혹이 되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내용을 살펴보고, 직접 만날 수 있다면 만나서 후보자의 면면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지난 휴일에 방바닥에 모든 선거홍보물을 다 펼쳐놓고 읽어보았다. 그리 했더니 처음 느꼈던 선입관과는 다른 생각이 들었고, 아마도 이번 선거에서 필자는 그 생각대로 표를 던질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기억할 것이다.

'고기는 신문지에 싸도 고기고 쓰레기는 명품상자에 담겨도 쓰레기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제가 운영하는 개인블로그 hongyongjoon.com 에도 올랐습니다.



#고기#신문지#쓰레기#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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