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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한 6·4 지방선거 투표 독려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청계천에 걸린 투표 독려 홍보물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한 6·4 지방선거 투표 독려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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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야권연대)은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에서 패했다. 그러나 누구도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졌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권 압승이라고 평가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졌고, 기초단체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은 서울 구청장 25곳 중 21곳에서 승리했다. 언론에서는 '싹쓸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경기도에서도 민주당은 승리했다. 31곳 기초단체장 중 19곳에서 이겼다. 새누리당은 고작 10곳에서 승리했다. 경기도에서도 인구 50만 명 이상인 '빅7' 지역(수원, 성남, 부천, 용인, 고양, 안양, 안산)에서는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6.4지방선거를 불과 열흘 남짓 남겨놓은 시점에서 기초단체장 선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조사결과를 참고했다. 서울의 기초단체장 여론조사결과는 등록된 게 없어서 경기도 기초단체장 조사결과를 분석했다.

경기도 기초단체장 여론조사 결과 16곳 중에서 새정치연합은 불과 6곳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해당 지역 중 12곳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 대승리에서 참패 구도로 전환 경기도 기초단체장 여론조사 결과 16곳 중에서 새정치연합은 불과 6곳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해당 지역 중 12곳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 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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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빅7', 야당 모두 불안하다

경기도 기초단체는 총 31곳이다. 이 중에서 5월 25일 기준, 여론조사결과가 등록된 지역은 21곳이다. 이 중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잘 모름'으로 답한 수치가 40%에 가까운 5개 여론조사는 제외했다.

16곳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놀랍다. 새정치연합이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 지역은 6곳에 불과했다. 새누리당이 이기는 곳은 10곳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결과가 놀라운 이유는 지난 6.2지방선거 결과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 때에는 같은 지역에서 민주당이 12곳에서 이겼고, 새누리당은 3곳에서 승리했다. 나머지 1곳은 무소속이 가져갔다.

총 16개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이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12곳 → 6곳'으로 급감했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 성남, 안양, 평택, 안산, 화성, 김포 등은 새누리당이 앞서는 지역으로 조사됐다. 안산에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은 34.2%에 불과했지만, 새정치연합 전략공천 후보와 이에 불복한 현 시장이 무소속으로 동시에 출마해 '어부지리 현상'이 나타났다.

인구 50만 명 이상 지역인 '빅7' 지역은 어떤가. '잘 모름' 수치가 40%에 가까운 용인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을 새누리당와 새정치연합이 각각 3곳씩 승리할 것으로 조사됐다. 새정치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조사된 수원, 부천, 고양시조차도 '경합 우세'에 불과했다.

6.2지방선거 때 부천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2위와 21.6%p 격차로 승리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7.5%p로 격차가 축소됐다. 수원시장 역시 11.7%p에서 6.2%p로, 고양시장은 8.8%p에서 5.0%p로 격차가 줄었다. 막판 선거운동 결과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전략홍보본부장인 최재천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지방선거 판세와 관련해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최 의원은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새누리당 지지층 표결집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과, 광역단체장 선거와 달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이 고전중이라는 점을 공개했다.

최 의원은 자체 분석을 토대로 서울시장, 인천시장, 충남도지사 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강원, 충북, 세종은 초박빙 상태라고 전했다. 대전, 대구, 부산은 추격하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거가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지지층 표결집이 무섭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해, 초박빙 지역과 추격하는 지역에서의 승리가 쉽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새정치연합이 앞선다는 서울, 인천, 충남은 애초 새정치연합 단체장이 있던 곳으로 이겨야 '본전'이다. 초박빙 지역 4곳 중 강원, 충북 도지사는 새정치연합 소속이고 나머지 두 곳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이후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앙일보> 5월 23일 자 5면.
▲ 대통령 눈물 담화 후 새누리 결집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이후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앙일보> 5월 23일 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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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은 총 17곳 광역단체장 중 서울, 인천, 충남, 전남, 전북 등 5곳에서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대전,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부산, 제주 등 7곳은 새누리당 우세가 예상된다. 결국 초박빙 4곳인 경기, 강원, 충북, 세종 단체장 싸움인 셈이다. 현재 흐름으로 4곳에서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야당에게 문제는 광역단체장 선거가 아니다. 경기도 기초단체장 여론조사에서 확인했듯이 기초단체장 상황은 암담하다. 최재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최 의원은 "지난 주 목요일, 금요일 시험 삼아서 몇몇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해서 (여론조사를) 돌려봤더니 기초 부분은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자체 여론조사를 벌인 구체적인 지역과 지지율을 밝히지 않았다. 경기도에서 여론조사를 했다면 앞의 '빅7' 지역도 포함됐을 텐데, 지난번 압승에서 분위기가 대반전된 결과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 의원의 발언과 경기도 여론조사 결과로 예측해 보면, 야당은 6.2지방선거 때처럼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21대4' 대승을 거두기는 요원해 보인다. 

광주에 올인하는 안철수, 위기에 봉착하나

6.4지방선거 결과가 나오면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듯싶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가 지난 선거대비 좋지 않을 수 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패배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과정도 매우 좋지 못하다. 과연 현 지도부에게 '선거전략'이 존재하는가.

세월호 대참사를 전면에 내세워 박근혜 정부를 강력히 압박하는 선거전략을 세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재 '세월호 정국'은 시민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유지될 뿐 제1야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 심판'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이 독자성명을 내고 정권심판을 주장했지만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무소속 후보와는 연대해도, 통합진보당과는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내부적으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자체적으로 연대를 추진하던 경남 김경수 후보는 2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통합 출범 당이 왜 야권연대에 반대하느냐"라며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부산, 경기, 강원 등 초박빙으로 치닫는 몇몇 지역에서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지지율과 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아쉬울 텐데 이해할 수 없는 대목 중 하나다.

24일 광주를 찾은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광주 신세계백화점 인근 거리에서 윤장현 후보와 함께 만세를 연호하며 손을 번쩍들어 올리고 있다.
 24일 광주를 찾은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가 광주 신세계백화점 인근 거리에서 윤장현 후보와 함께 만세를 연호하며 손을 번쩍들어 올리고 있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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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새정치연합은 이 분위기에 편승해 선거를 치르려 했다. 그러다 '박근혜 눈물 + 안대희 총리' 카드에 새누리당 지지층이 결집하자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백하는 지경이 됐다. 대참사가 터진 상황에서 이토록 무기력한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 일면 놀랍기까지 하다.

현재 판세를 요약하면 야당에서는 박원순과 안희정 후보, 전통적 지지세력인 호남(광주 제외)만 안정적으로 가고 있다. 박원순 효과와 서울시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6.4지방선거가 야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줄 알았지만 착시효과였다. 

이 긴박한 선거흐름에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24일(토) 광주를 찾아 전략 공천한 윤장현 후보를 밤 늦게까지 지원했다. 6일만의 재방문인데, 다음 주 주말에도 또 방문해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눈에 경기, 강원, 충북 등 다른 곳의 초박빙 선거판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박빙의 선거전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태도와 광주에 올인하는 행보를 보면, 6.4지방선거 최대 패배자는 안철수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자신을 던져 광주광역시와 안산시장을 전략공천했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그 두 후보와 안철수 대표를 구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태그:#6.4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최재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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