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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환학생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딸 아이 때문이다. '가능하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인 딸아이의 제안. 경제적인 문제를 들어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또한 부모입장에선 도리가 아닌 듯했다.

교환학생제도는 어떤 것일까. 또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 들은 무엇이 있을까. 물어볼 대상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주위에서는 '어학실력을 높이는 것과 세상사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학교를 통해서 가기 때문에)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다', '단기간 연수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 대체로 막연한 대답뿐이었다.

"잘 계시죠? 어버이날이라 전화 드린 거예요."

지난 8일, 느닷없이 내게 전화를 한 사람은 유수란씨였다. 그녀는 지난 2012년 월드미스유니버시티 국내대회에서 '화천군 홍보대사상'을 수상했다. 그 인연으로 가끔 카톡을 통해 안부를 주고받곤 한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즐겨 읽는다는 그녀를 위해 내가 쓴 기사 링크를 보내주기도 했다.

"참, 너 학교 다닐 때 노르웨이인가, 덴마크인가 교환학생 다녀온 적 있다고 했지?"
"네. 그런데 왜요?"
"이유는 묻지 말고, 그것과 관련한 질문지를 보낼 테니 답글 좀 달아 줄래?"

녀석은 대학(이화여대) 3학년 시절, 1년간 덴마크를 다녀왔다고 했었다. 참고를 위한 질문지를 보냈는데, 답글이 참 리얼하고 유익하다. 교환학생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 본인의 양해를 얻어 기사로 옮긴다.

"교환학생 준비하고 있다면? 문화·풍습 공부하는 게 낫다"

유수란씨, 질문에 대한 답글을 기사로 쓴다니까 사진도 넣어 달라고 했다.
 유수란씨, 질문에 대한 답글을 기사로 쓴다니까 사진도 넣어 달라고 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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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교환으로 파견될 국가나 도시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 나라 사람들은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복지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알아야 파견 전에 미리 이에 따른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친구들이 가기 전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언어는 기본적인 수준만 되면 저절로 는다. 어학공부를 할 시간이 있다면 그 나라 풍습 등 문화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게 낫다.

나보고 다시 가라고 한다면 그 시간에 요리를 더 배워가겠다. 교환학생을 가면 요리를 직접 해먹어야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 교환학생으로 선발되기 위한 과정 좀 소개해 달라.
"내가 있던 학교의 경우에는 학점과 공인영어성적(토플), 면접을 선발 과정에서 봤다. 많은 학교들이 아마 비슷한 과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점과 영어점수는 본인이 바꿀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면접에서 나만의 패기와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본다."

- 경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소요경비는 개인마다, 파견되는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정말 많이 다를 것 같다. 나는 물가가 좀 비싼 코펜하겐에 있기도 했고 교환학생 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비용이 조금 많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배운 것도 많다."

- 교환학생을 신청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외국 문화를 느끼고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데 배낭여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다녀오고 나서도 내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정'이 있듯이 'hyggelig'(후글리)라는 북유럽의 문화를 느끼고 왔다는 생각에서다."

- 나라는 본인이 선택을 했나, 아니면 학교에서 보내주는 대로?
"내가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덴마크 그리고 북유럽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파견국가와 학교를 선택하러 들어가기 전까지 영어공부를 위해 '미국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마음 끌리는 대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를 선택했다. 그 선택은 지금까지 제 인생의 베스트 초이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보통 파견기간은 어느 정도 인가?
"우리 학교의 경우 한 학기와 1년 중 선택할 수 있었다. 1학기가 너무 짧다고 생각해서 1년을 선택했던 것 같다."

- 교환학생이 결정되고 준비를 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위에서 말했듯이 요리배우기! 내 경우는 개강 한 달 전에 미리 가서 다른 교환학생들과 함께 덴마크어 수업을 들었다. 언어를 배우면서 친구들과 미리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덕분에 타국 생활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참! 술 게임을 알고 간다면, 더 빨리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다. '한국의 술 게임 소개해줄게~'라면서 다가가면, 더 친근하게 한국을 알릴 수 있다(웃음). 외국 친구들도 너무너무 좋아하고, 요리와 술 게임은 만국에서 통하는 것 같았다."

"교환학생 다녀온 뒤 제가 얻은 것은..."

덴마크의 겨울 밤은 길다. 계속 먹다보면 자칫 돼지가 된다고...(우측 첫 번째가 유수란 씨)
 덴마크의 겨울 밤은 길다. 계속 먹다보면 자칫 돼지가 된다고...(우측 첫 번째가 유수란 씨)
ⓒ 유수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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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환학생 기간 중 힘들었던 점은?
"외로웠던 거... 반년은 정말 바쁘게, 즐겁게 생활했는데 어느 정도 코펜하겐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모든 게 당연해보이기 시작하니까 한국이 너무 그립고, 가족들도 보고 싶고.. 정말 외로워 지더라."

- 재미있었던 애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다.
"한국 술게임으로 모두가 하나되었던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지금도 그때 만났던 외국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미국 친구들에게 한국 술 게임을 알려줬는데 다들 너무 좋아한다고(웃음).

코펜하겐의 겨울은 밤이 길다. 해가 떠있는 시간이 6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학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그 대부분의 시간동안 무엇을 했느냐?

요리하고 먹고, 간식 만들고 맥주 마시고…. 이런 시간이 연속이었다. 덴마크는 물가가 가장 비싼 국가 중 하나로 외식비용의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교환학생들은 직접 장을 봐서 함께 요리를 해서 나눠먹는다. 그렇게 하니까 요리 실력도 늘거니와 친구들과 같이 요리를 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코펜하겐 겨울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 오전 수업을 다녀오고 점심을 간단히 먹은 후, 나와  친구들은 낮 2시에 장을 보러 나간다. 오후 3시부터 요리를 시작한 후, 3시간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며 요리를 한다. 그리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느긋한 저녁식사를 즐기고 오후 9시부터는 덴마크 국민맥주인 칼스버그를 마시기 시작했다.

이런 패턴으로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난 후, 얻은 건 내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달성.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살찐 내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놀라실 정도였으니까. 외국생활을 하면 여자들은 살이 찌고, 남자들은 살이 빠진다는 이야기. 정말 100% 맞는 말이더라."

-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얻은 것이 있다면?
"적응력! 이제는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바로바로 적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오픈마인드가 됐다는 거? 예전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지금의 나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먼저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은 것들이 교환학생 이후 변화된 것들이다."

- (교환학생 기간 중) 못해본 것에 대한 후회도 있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더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은지...
"매일 매일의 추억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글로 써서 그 순간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그만큼 너무나 소중했던 추억들이고, 아름다웠다. 지금 추억으로만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순간들이다. 그곳에서의 생활을 블로그에 포스팅 하거나 기사 혹은 글을 쓴다거나... 또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을 사귀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유수란,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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