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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가 재난전담 조직을 국무총리 산하의 '국가안전처'로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처장'의 형태보다는 한 직급 높은 장관급의 '국민안전부'를 신설하고, 외청으로 '소방방재청', '해양경찰청' 조직을 그대로 이관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러한 근거를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지난 22일, 정의연대에서 주최한 '세월호 이후 다른 정치를 꿈꾸며'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그 근거로 첫째, 재난구조조직을 실지로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내외의 모든 문제와 대통령 직속 16개의 정부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다.

국무총리는 각 부처의 장관들과 국무총리 직속 64개 정부위원회를 관리해야 한다. 엄청난 양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국무총리나 장관의 평균 임기는 1년도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처장'급의 재난안전 조직을 신설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식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재난구조를 책임질 수 있는 장관급인 '국민안전부'를 신설해 책임을 확실하게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국가재난의 경우 최소한 9~13개의 관련부처(장관급)가 관여하게 되는데, 장관보다 한 직급 낮은 '안전처장'으로는 조정 총괄하기 어렵다. 정부에서는 '처장'이지만 재난관련 재정 배분권 등을 부여하고 특임장관의 역할을 주는 등 장관급 이상의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관의 역할이 필요하면 미국처럼 장관급 조직을 만들면 된다. 관료제의 위계질서가 강하게 잔존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을 감안 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에서 '처장'을 장관처럼 편법적으로 대우했다고 해서 차기 정부도 '처장'을 '장관' 대우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우리나라 행정직 관료나 공무원들을 기술직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재난 전문가와 기술직을 실질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국민안전부'가 현장재난전문가와 재난관리 전문가의 교육·훈련·연구와 관련된 것들을 총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장관급의 '국민안전부'는 '외청'을 둘 수 있다. 해양경찰청이나 소방방재청 조직을 현재 조직을 유지한 채 '국민안전부'로 이관하고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해양경찰청이나 소방방재청과 같이 각 조직들은 나름대로 특수성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기존 조직을 해체하고 새롭게 편재하는 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해양경찰의 업무가 중요하다.

현 국가재난조직과 새로운 재난조직 체계 비교 죄측: 현재 국가 재난조직 체계, 중간: 정부가 제시한 국가 재난조직, 우측: 정의연대가 제시한 국가 재난조직 체계.
현 국가재난조직과 새로운 재난조직 체계 비교죄측: 현재 국가 재난조직 체계, 중간: 정부가 제시한 국가 재난조직, 우측: 정의연대가 제시한 국가 재난조직 체계. ⓒ 양건모(정의연대)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 경경찰청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구성원의 책임방기와 조직구조의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해양경찰청의 분리 관할의 문제는 다시 신중하게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에 원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현장 책임은 '서해지방경찰청'이 맡고 대책본부는 '전라남도 도지사'가 책임지고 맡았어야 했다. 재난 지역에 있는 이들이 가장 신속하게 재난 현장에 달려갈 수 있고, 그 지역의 지형이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해수부 장관, 해양경찰청장은 현장책임자와 전라남도 대책본부가 잘 운영되도록 인력, 재정, 자원을 시시각각 파악해서 지원한다든가, 최고의 전문가를 국내외적으로 물색해 보내준다든가 하는 등 현장 책임자가 하기 어려운 부분을 지원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가 재난관련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다보니 재난구조는 실패하고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재난의 경우에는 현장책임자와 시도지사에게 전권을 부여해서 신속하게 재난구조를 하도록 체제정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

현장 재난안전 대책본부를 책임져야 할 시도지사, 시군구 책임자들은 반드시 재난안전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재난대책본부를 책임져야 할 장관, 국무총리, 그리고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도 재난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국가재난조직 신설 논의와 더불어 '정책결정과정에서 대내적, 대외적 민주성 실현'이 중요하다. 상·하위직의 모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세월호 사건은 왜 발생하였는지, 만약 상급자가 구조명령을 내지지 않았다면 그 상황에서 자신은 어떤 행동을 했을 것인지, 공직자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부에서 국가 재난구조 조직을 신설할 경우 긍정적인 점과 운영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토론하도록 하고, 의견수렴을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난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사람들은 소방공무원이나 해양경찰공무원과 같이 현장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재난을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면 세월호에 출동한 해경들이 침몰하는 배를 보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듯이 관료제의 병폐가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난의 대상이 되는 국민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폭넓게 의견수렴해서 정부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국민들과 기업이 재난과 안전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조리를 감시해야만 재난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안전 문제는 전 국민적 사안으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내적 민주성과 기업과 국민을 대상으로 대외적 민주성을 적용해야 한다.

조직체계나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사람행태나 조직관행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전 과정에 대한 토론을 통한 비판과 합의 내용을 실천하는 민주주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덧붙이는 글 | 양건모 기자는 정의연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국가안전처#국민안전부#해양경찰청#재난 안전#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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