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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하던 도중 "제 아들의 철없는 짓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 후보는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곤혹을 치러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 눈물 쏟은 정몽준 "철없는 아들 용서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하던 도중 "제 아들의 철없는 짓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울먹이고 있다. 정 후보는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곤혹을 치러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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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정몽준(62) 새누리당 의원이 6.4 지방선거의 '박원순 대항마'로 선출됐다. 정 의원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그는 대의원·당원·일반국민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현장투표(80%)와 사전 여론조사(20%)를 합산한 결과, 3198표를 획득했다. 이는 전체 득표 중 71.1%에 달했다. 경쟁자였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21.3%)와 이혜훈 최고위원(7.6%)와 큰 격차를 내며 본선행 티켓을 움켜쥔 셈이다.

이로써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명예회장의 여섯 번째 아들이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주주인 정 의원이 '서울시장'이란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게 됐다. 정 의원은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현역 최다선인 7선 의원의 고지에 오른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또 2002년과 2012년 두 번의 대선에 도전한 바 있다. 재벌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이 시민사회 출신 현직 시장과 맞붙는 그림이 완성된 셈이다. 

정 의원이 최종 후보가 될 것이란 예상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물론 김 전 총리가 출마 직전 '박심(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빚으면서 최대 난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총리의 지지율은 출마선언 후에도 탄력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정 의원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선거운동 중단조치로 김 전 총리의 '추격'을 따돌릴 여유까지 얻었다.

그러나 경선 60일 동안 벌어졌던 세 후보 간의 난타전은 지지율 동반 하락을 초래했다. 급기야 정 의원은 경선 막바지인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누리당 지지자의 상당수가 박원순 시장을 지지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는 저희를 지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라며 '네거티브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지지율 하락' 정몽준 "김황식, 네거티브 중단하자")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권의 타격까지 감안하면, 정 의원의 본선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은 셈이다.

지워지지 않는 막내아들의 '미개' 발언... "너그럽게 용서해달라" 호소

무엇보다 정몽준 의원에게 닥친 제1의 악재는 '세월호 참사'다. 그의 막내아들은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에 대한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 사실을 거론하며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라고 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정 의원은 "막내아들의 철없는 행동에 아버지로서 죄송하다"라고 즉각 사과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 김영명씨마저 구설수에 휘말렸다. 김씨가 최근 새누리당 서울 중랑구 당협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막내아들의 발언에 대해 "'바른 소리 했다'고 격려해주시고 위로해주시긴 하는데 시기가 안 좋았다"라고 한 것, 그는 "어린아이다 보니 말 선택이 안 좋았던 것 같다"고도 했다. 막내아들의 발언을 감싼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관련기사 : 정몽준 부인, '국민 미개' 아들 발언 두둔 논란 확산)

정 의원은 이 때문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아내와 저는 아들의 글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아내와 저, 아들 모두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분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의 거듭된 사과에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 연이어 불거진 가족들의 '구설수'는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현재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으로 여권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폭락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7~9일 전국 성인남녀 109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5.4%p 급락한 38.1%를 기록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주 대비 1.7%p 상승한 25.6%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마친후 경쟁했던 김황식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있다.
▲ 정몽준, 경쟁했던 김황식에 내민 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을 마친후 경쟁했던 김황식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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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승리 근거 중 하나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1.1%p 하락한 51.8%에 그쳤다. 반면, 부정평가는 1.5%p 상승한 41.2%를 기록했다. 정 의원 개인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정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지지율은 전주 대비 2.5%p 하락한 15.9%를 기록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고작 0.5%p차로 정 의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정 의원을 돕고 있는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전보다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탈한 중도층의 지지를 되찾아 오는 것인 관건"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겪은 부모들과 같은 세대인 40~50대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안전하고 달라지는 서울의 확실한 비전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당선수락 연설에서 "국민 여러분, 제 아들의 철 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국민들께서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여당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여당의원으로서 크게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재벌 대 서민' 강화하는 백지신탁 논란 어떻게 정리할까?

정 의원이 마주할 또 다른 난관은 '백지신탁' 문제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그는 공직자 윤리법상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따라 약 2조 원대인 자신의 보유주식을 신탁해야 한다. 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보유주식 평가액이 3000만 원이 넘을 경우 취임 1개월 내에 이를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정 의원의 백지신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서울시와 현대오일뱅크(현대중공업 계열사)는 최근 5년 간 총 53건의 물품구매계약을 했다. 특히 이 중 40건(94억5천만 원)의 계약은 서울시가 이들 기업과 직접 계약한 것이었다. 즉, 서울시장과 현대중공업 사이의 직무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관련 기사 : '미개 발언' 상처 입은 정몽준, 백지신탁 선택은?)

'경선 경쟁자'였던 김황식 전 총리는 경선기간 동안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향후 정 의원이 6.4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면 박원순 후보 측에서 현대중공업과 서울시 간의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을 지적하며 백지신탁 문제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칠 것이란 주장이었다.  

일단, 정 의원은 "법·제도 운영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라며 심사위원회의 결론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다. 그러나 경선과정에서는 "백지신탁을 안 해도 된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정 의원 측은 지난달 14일 논평을 통해 "서울시와 현대중공업 간 거래금액 70억 원은 현대중공업 1년 매출의 0.002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이 정도의 거래관계가 현대중공업 주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 후 기자회견에 앞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거수경례하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된 정몽준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수락연설 후 기자회견에 앞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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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현대중공업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고 하더라도 '백지신탁 선언'이 나오지 않으면 계속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또 백지신탁 문제가 불거질수록 정 의원의 '재벌' 이미지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본선이 '재벌 대 서민' 구도로 짜인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한 사람이 돈과 권력과 명예를 다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게 국민 정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가 그런 틀(재벌 대 서민) 안에 갇혀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서울시장이 되면 절차에 따라 법대로 (백지신탁을) 할 것이다, 어떤 분들은 선제적으로 하라고 하지만 미리하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대권 행보 가능성 열어놨나... 애매한 화법 도마 위로

정 의원이 서울시장 본선행에 오르면서 '대권 행보' 논란도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초 2017년 대권 '삼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정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차출되면서 불발됐다. 정 의원 측 관계자 역시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되면 2017년 대권도전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최근 자신의 대권도전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대권에 출마 안 하겠다는 것을 번복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느냐"는 이혜훈 후보의 질문에 "죽을 때가 됐는데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직이든 죽음이든 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임기를 안 채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인데 이는 이혜훈 후보에게도 해당된다"라며 "만약 몇 년 후에 이 후보가 꼭 대통령이 돼야 우리나라를 위기에서 구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면 된다"고도 덧붙였다. 즉, 대권 출마를 위해 서울시장 임기를 중도 사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다만, 정 의원은 "제가 시장이 된다면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서울 시민들과 등산과 테니스를 하면서 즐겁게 임기를 마치도록 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서울시장이 되면 열심히 일하면서 임기 4년을 마치겠다"고 다짐했다.


태그:#정몽준, #박원순, #백지신탁, #세월호 참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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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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