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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자 이갑호(45)씨는 요즘 마음이 더 무겁다. '해고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해고자-비해고자 만남을 추진하면서 희망을 키워왔지만 며칠 전 한 동료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아픔을 겪었던 것이다.

쌍용차 창원공장 해고자 정아무개(50)씨가 지난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 자택에서 심장마비(추정)로 사망했다. 해고자 153명(창원 18명)과 함께 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던 정씨는 끝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정씨의 유가족이 살던 부산에서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이갑호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창원지회장은 다시 바빠졌다. '쌍용자동차 창원공장 노동자 만남의 장' 행사 준비 때문이다. "그동안 망설이셨죠? 한 몸처럼 우리 만나요"라는 제목이 붙은 이 행사는 오는 30일 오후 5시 창원 가음정동 '롱라이프'에서 열린다.

 이갑호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창원지회장이 얼마전 사망했던 정아무개(50) 조합원이 보냈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갑호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창원지회장이 얼마전 사망했던 정아무개(50) 조합원이 보냈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이들은 "왼손과 오른손이 결국 한 몸이듯 우리도 만나요. 한몸처럼"을 내걸고 있다. 2009년 구조조정 뒤 쌍용차 평택공장에서는 해고자-비해고자 만남이 있어 왔지만, 창원에서 비슷한 행사를 하기는 처음이다.

2009년 쌍용차 평택·창원공장에서 구조조정 대상자는 2546명이었다. 창원공장 정리해고자는 250명이었고, 이들 중 일부는 명예퇴직했고, 무급휴직자 58명은 복귀했다. 이들 중 정리해고 18명과 징계해고 1명은 지금까지 복직투쟁하고 있다.

사망한 정아무개씨와 이갑호 지회장 등 153명(평택공장 해고자 포함)은 해고무효소송을 냈다. 항소심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쌍용차 사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28일 저녁에 이갑호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엊그제 세상을 뜬 정아무개 조합원의 장례는 잘 치렀는지?
"가족들은 부산에 살고 조합원은 진해에서 살았다. 쌍용차 창원공장에 다닐 때 '재료시험직'이었고, '직장'까지 지냈다. 평택공장까지 포함해 해고자 중에 10명이 있었고, 창원공장에는 2명이 있었는데, 정 조합원이 그 중 한 명이었다. 저하고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지는 않았지만, 유능했다. 그는 해고 전에는 조합원으로 활동했고, 해고 뒤 2010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 조직부장을 맡기도 했다."

-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하던데.
"해고되지 않았다면 건강관리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며칠 전 '노동자들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조합원들과 카톡으로 '그룹채팅'했는데 아프다고 하더라. 그는 '온 몸이 부어서 병원에 다녀왔다. 입원하라고 했지만 통원치료한다'고 했다. 몸에 힘이 없고 심장과 옆구리에 물이 차 잘 걷지도 못한다고 하더라. 행사 준비를 하는데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도 하더라."

- 고인의 사망에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부인과 자녀 셋을 두고 있는데 가족들은 부산에서 떨어져 살았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가족들은 힘들어 했다. 해고 당사자인 조합원들이 느끼는 아픔도 컸지만 …. 회사에 대한 강한 불만도 갖고 있었다. 자녀들이 대학교 다닐 무렵 해고되어 그동안 생계를 꾸려 나간다고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 '쌍용차 창원공장 노동자 만남' 행사는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는지?
"평택공장에서 먼저 시작했다. 해고자들의 복직 문제는 대화와 교섭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이는 비용이 아닌 사람의 문제다. 해고자들은 금속노조에 가입해 있고 공장 안에 있는 노동자들은 기업별노조인 쌍용차노조를 결성해 있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동안 비해고자들이 미안해서 해고자들한테 손을 먼저 내밀지 못했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자는 것이다."

- 현장 반응은?
"기업별노조인 쌍용자동차노조 창원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실 그날 현장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주점'에 참석할지 의문이다. 해고자들이 공장 안에 들어갈 수 없어, 아는 사람을 통해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 티켓은 어느 정도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창원공장에는 기업별노조원 350여 명, 사무직 1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언젠가 그들도 해고자들과 함께할 것이라 본다."

- 쌍용차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게 사람 문제다. 지금 공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공장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해고자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해고자 복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장 안 노동자와 해고자, 회사가 대화해 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서로 평행선만 달려 왔다. 이제 우리가 먼저 대화를 제안하고, 같이 가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다."

- 해고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지만.
"해고자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 뒤 사측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관 출신까지 포함해 변호사를 19명으로 늘린 것으로 안다. 사측의 법률 대응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다. 사측은 이제라도 반성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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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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