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동산불교대학 한국춤반 김연희 회장(중) 등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 살풀이춤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동산불교대학 한국춤반 김연희 회장(중) 등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의 '세월호 참사 실종자 무사생환과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낭송회'에서 불자들이 희생자들을 위한 살풀이춤과 실종자 무사생환 발원춤을 췄다.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시인회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회(위원장 진관 스님) 주최로 25일 오후 4시 서울 조계종 대웅전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생환발원 및 추모시 낭송' 행사를 열었다.

3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삼귀의, 반야심경에 이어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인 진제 큰스님의 유시를 진관 스님(승려시인회 회장)이, 자승 총무원장 애도문은 포교원의 한 스님이 대신 낭송했다.

진제 종정은 유시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된 승객들의 무사생환을 기원드리오니, 모든 불보살님의 가호와 가피가 저 바다에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일체 선신들께서 구호의 손길 뻗어주시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나이다"라고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큰스님은 애도문을 통해 "모든 행복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많은 생명들이 한 걸음도 나가지도 못하고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에 휘감기고 말았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끝내 생명의 끈을 놓아야 했던 여린 희생자들에게 국민 모두는 너무나 미안하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묵상을 하고 있다.
▲ 기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묵상을 하고 있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이어 자승 총무원장은 "남은 실종자들의 조속한 무사귀환을 가슴 깊이 기원한다"며 " 어떠한 어려움과 환난에서도 모든 중생을 구제하시는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와 위신력에 간절히 기도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구리시 삼육고등학교 박재현(2년) 합장은 '단원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친구들아, 먼 곳에선 아프지 말고 괴롭지도 말고 편히 잘 지냈으면 해, 너희들이 못다 이룬 꿈, 너희들이 하지 못한 효도, 너희들이 하지 못한 역할들을 남아있는 우리들이 앞으로 꼭 이루어줄게"라고 전했다.

동산불교대학 현대 춤반 김연희 회장은 '단원고학부모님들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꽃 같은 우리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마음에 구멍이 난 듯 눈물이 멈추지 않다"며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다가 끝내 떠나야만 했던 아이들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유족들과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지켜보는 우리들은 입은 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단원고학부모님들께 보내는 편지' 낭송이 끝나자 참석한 많은 불자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김연희 동산불교대학 현대 춤반 회장이 '단원고 학부모님에게 드리는 글'을 읽으면 슬퍼하고 있다.
▲ 김연희 회장 김연희 동산불교대학 현대 춤반 회장이 '단원고 학부모님에게 드리는 글'을 읽으면 슬퍼하고 있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사회를 본 범상 스님(석불사주지)은 "대안도 대책도 없는 이번사건에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각자의 자리에서 희생자를 애도하고 실종자의 생환을 바라는 일 밖에 없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2부 추모 시낭송회에서는 먼저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한 분향소 앞에서 동산불교대학 한국춤반 불자들이 살풀이춤과 실종자들의 생환을 위한 발원춤을 췄다.

애도시를 낭송한 청화 큰스님(전 조계종교육원장)은 "우리가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지 못해 어린 아이들이 희생됐다"며 "사회적 참회"를 촉구했다.

이어 진관 스님과 범상 스님이 시낭송을 했다.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진관 스님이 추모 시낭송을 하고 있다.
▲ 진관 스님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인 진관 스님이 추모 시낭송을 하고 있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진도 바다여 그대는 눈물로
진관(시인)
푸른 바다를 저어가는 바람 속으로 들어간 세월호 배여
그대는 무엇 때문에 눈물을 흐르게 하느냐
아직 꽃을 펴보지도 못하고 이름없는 영혼의 몸이 되어
말하지 못하는 곳을 잠들게 했나

잠이 오지 않는 어두운 밤도 아닌데
찾을 수 없는 벗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푸른바다여
노를 저어 가려는 듯 장보고가 노저여
바다는 푸른 파도만이
푸른 바다에 꽃을 먹고 있는 꽃 밭

바다는 점점 노하여 옷을 벗었다.
바다여 그대는 어이하여 우리의 종족을 그렇게 바다에 잠들게 했나
이렇게 할 수는 없다.
바다여 할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다의 눈이다.
아직도 피어나는 꽃을 제대로 가꾸어야 할 꽃다운 아름다운 몸

바다를 원망이라도 해야 하지만 그것은 바다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바다를 무시한 인간들

바다는 잠에서 눈 깜고 있어야 할 몸이라고 말하고 있는
파도는 검은 바다를 안고 울어야 했다.

온 몸을 안고 죽음으로 간 아이들아
언제 돌아오려나
우리는 기다린다
살아서 돌아오라
바다여 그대는
어이하여 할 말을 못하나

국가의 재난이다.
비상사태를 발표하라
이제 국민들은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리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기적이라도 바라는 이들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일이 무엇인가
바다는 배를 침몰하게 하였는데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구나

잠에서 깨어나는 밤도 아닌데
밤처럼 깊은 바다여
아무도 찾을 수 없는가

바다여
그대는
아이들을 삼켰다


말할 수 없는 2014년 4월 16일


사회자인 범상 스님이 추모 시낭송을 했다.
▲ 범상 스님 사회자인 범상 스님이 추모 시낭송을 했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추도 할 수 없는 아픔

범상(시인)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감정이 말라버렸습니다.
땅이 갈라지는 아픔에 머릿속이 하얗게 바래버렸습니다.

넋이 나간 시인의 가슴은
무풍지대에 갇혀버린 돛단배가 된 듯
단 한 줄의 시도 읊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떠나보낼 때도
아버지를 묻고 돌아설 때도
이렇게 아프고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삶을 배우러 떠난 수학여행이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을
하늘이 알았겠습니까!
땅이 알았겠습니까!
바다인들 알았겠습니까!

사람을 삼키는 괴물이 있냐고
바다에게 물었습니다.
청춘들의 목숨을 앗아가야 할 만한 이유가 있냐고
땅에 물었습니다.
온 세상이 슬픔과 아픔에 빠지도록 내버려둔
하늘을 원망하고 책망도해 보았습니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합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든 재앙 앞에 아무런 대책 없이
그저 아파하고 슬퍼 할뿐
무엇하나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목숨을 반으로 나누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 합니다.
그래도
하늘이 있다면
땅이 있다면
반쪽의 생명이라도 우리들에게
꼭! 돌려주셔야 합니다.
인간들의 탐욕이 만든 재앙에 참회합니다.


동산불교대학 현대춤반 불자들이 생환을 발원하는 춤을 추고 있다.
▲ 발원춤 동산불교대학 현대춤반 불자들이 생환을 발원하는 춤을 추고 있다.
ⓒ 김철관

관련사진보기


국악인들의 시조 낭송과 최광호 시인, 고명진 시인, 진철문 시인 등 재가불자들의 시낭송도 이어졌다. 이날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실종자 생환발원 및 추모시 낭송' 행사는 1시간 30분 동안 엄숙함과 비통함 속에 열렸다.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춤과 참석자들이 분향소 헌화와 헌향을 하는 것으로 행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한편, 25일 저녁 7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세월호 참사 생환 및 희생자 추모, 한반도 평화 실천 촛불집회가 열렸다.

25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가 열렸다.
▲ 세월호 참사 촛불 25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가 열렸다.
ⓒ 정영돌

관련사진보기




태그:#세월호 참사 추모 및 생환 행사 및 시낭송, #대한불교조계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