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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이맘때 마당에 떨어진 꽃잎을 쓸며 지저분하고 귀찮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목련이 지는 과정이 추하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목련은 목련의 삶에 충실한 것이니. 일찍 꽃을 떨어뜨리고 곧이어 나뭇잎이 돋으면 얼마나 풍성하고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지는지 여러 해 보았으니. 그 속에서 찍찍 짹짹 새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여러 해 들었으니. 나만은 섣불리 목련이 지는 모습을 논하지 말자. 한 살 더 나이 들었으니.
▲ 본격적인 봄. 목련은 벌써 진다. 작년 이맘때 마당에 떨어진 꽃잎을 쓸며 지저분하고 귀찮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는 목련이 지는 과정이 추하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목련은 목련의 삶에 충실한 것이니. 일찍 꽃을 떨어뜨리고 곧이어 나뭇잎이 돋으면 얼마나 풍성하고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지는지 여러 해 보았으니. 그 속에서 찍찍 짹짹 새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는지 여러 해 들었으니. 나만은 섣불리 목련이 지는 모습을 논하지 말자. 한 살 더 나이 들었으니.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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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몇 명이 궁금해할 이야기

우리 집은 미군에게 빌려주고 월세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꾸며졌지만, 인근에 축사가 있어 파리가 많고 돼지 똥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몇 년 전부터 미군에게 버림받았다. 미군이 들어오거나 본인이 원하는 값에 팔리길 바라는 주인집 사장님의 기대와는 달리 운 좋게 한국인인 리씨네 차지가 됐다.

전세라는 아름다운 방법으로 인근 아파트 전셋값의 반이 조금 넘는 값에 우린 모두가 샘내고 부러워 할만한 고민을 하며 지낸다. 새소리가 제법 시끄럽다거나 낙엽이 많다거나 풀이 많다거나….

#2. 믿기지 않는 이야기

은은한 봄빛은 어떻게 이런 짙은 색을 만들었을까?
▲ 박태기 꽃이다. 은은한 봄빛은 어떻게 이런 짙은 색을 만들었을까?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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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봉오리는 아직 펴지 않았다. 그만큼 봄이 남았단 뜻이다.
▲ 네 이름이 명자라고 했지? 명자꽃봉오리는 아직 펴지 않았다. 그만큼 봄이 남았단 뜻이다.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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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마당은 350평이 넘는다. 감나무와 배나무, 밤나무, 매실나무, 보리수 등 유실수를 포함하여 꽃나무까지 55종에 가까운 나무가 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 여러 종류의 꽃이 피고 진다. 왕년에 돈을 벌만큼 벌어 본 사장님이시기에, 나무와 꽃을 좋아하시고 깨끗이 관리하실 수 있는 바지런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까 싶다.

주인 아저씨와 미군 덕에 이런 호사를 누릴 줄 미처 몰랐다.

지렁이가 엄청 많단다. 가장 호들갑스런 삽질이다. 평일엔 벌떡 일어나지 않아 출근하는 엄마에게 열불을 선물하더니 휴일엔 7시도 안 돼 일어났다. 내복 차림이 편하다며 저 차림으로 동네 한바퀴 산책은 물론 삽질까지 한다. 두 딸 중 제법 스타일이 좋다는 그녀인데 말이다.
▲ 음식물과 개똥을 섞어 만든 제작년 거름이다. 지렁이가 엄청 많단다. 가장 호들갑스런 삽질이다. 평일엔 벌떡 일어나지 않아 출근하는 엄마에게 열불을 선물하더니 휴일엔 7시도 안 돼 일어났다. 내복 차림이 편하다며 저 차림으로 동네 한바퀴 산책은 물론 삽질까지 한다. 두 딸 중 제법 스타일이 좋다는 그녀인데 말이다.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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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햇볕을 봐서 눈이 부신가보다. 몸을 뒤튼다.
▲ 지렁이씨, 겨울 내내 수고했네. 갑자기 햇볕을 봐서 눈이 부신가보다. 몸을 뒤튼다.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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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랑 결혼해서 참 보람된 순간이다.
▲ 밭 갈아 업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난 하지 않는다. 남자랑 결혼해서 참 보람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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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부터 평일엔 조금, 주말엔 많이 풀뽑기를 한다. 직장에서 숨가쁘게 일을 마치고 온 날이면 가끔 일부러 풀을 뽑는다. 자연친화지능이 발달한 편이어서 그럴까 정서가 안정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하기 싫다. 집 안에 들어가 이 좋은 봄날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허리도 아프고.
▲ 잔디 정원을 꿈꾸는 자. 잡초의 무게를 견뎌라. 3월 중순부터 평일엔 조금, 주말엔 많이 풀뽑기를 한다. 직장에서 숨가쁘게 일을 마치고 온 날이면 가끔 일부러 풀을 뽑는다. 자연친화지능이 발달한 편이어서 그럴까 정서가 안정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하기 싫다. 집 안에 들어가 이 좋은 봄날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허리도 아프고.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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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남편의 직장 동료에게서 얻은 참나물을 남편이 모두 엎어버렸다. 겨울을 이기고 싹이 돋는 걸 보며 얼마나 기특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냥 기특한 걸로 끝내야겠다. 싱싱하게 가꿔서 맛있게 먹어주지 못해 미안해.
▲ 오마이갓 1 지난 해 남편의 직장 동료에게서 얻은 참나물을 남편이 모두 엎어버렸다. 겨울을 이기고 싹이 돋는 걸 보며 얼마나 기특하게 생각했었는데. 그냥 기특한 걸로 끝내야겠다. 싱싱하게 가꿔서 맛있게 먹어주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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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금 있으면 뜯어먹어야지 했던 부추도 갈아 엎거나 짓밟아 버렸다. 삽질과 거름펴기를 끝내주게 잘하는 남편이.
▲ 오마이갓 2 이제 조금 있으면 뜯어먹어야지 했던 부추도 갈아 엎거나 짓밟아 버렸다. 삽질과 거름펴기를 끝내주게 잘하는 남편이.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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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엔 바빠 먹지도 못하는 쭈꾸미를 냉동실에서 꺼냈다. 생각보다 비싸서 값이 떨어지면 먹으마 벼르고 있다가 세일을 하기에 냉큼 사다 보관한 것이었다. 오늘 점심은 쭈꾸미 볶음이다. 쭈꾸미 요리가 어려운데 성공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 그래도 산 사람은 쭈꾸미라도 먹고 살아야지. 주중엔 바빠 먹지도 못하는 쭈꾸미를 냉동실에서 꺼냈다. 생각보다 비싸서 값이 떨어지면 먹으마 벼르고 있다가 세일을 하기에 냉큼 사다 보관한 것이었다. 오늘 점심은 쭈꾸미 볶음이다. 쭈꾸미 요리가 어려운데 성공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 이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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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자라나는 두 딸을 위해 전원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세들어 사는 것이기에 기한은 없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 시간 속에서 마음껏 자유롭고 한껏 성장하길 바랍니다.



태그:#리씨네, #전원생활, #전원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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