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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지휘 논란 의혹으로 사의를 밝힌 조영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2013년 11월 1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집장검찰청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사의 표명한 조영곤 서울지검장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부적절한 지휘 논란 의혹으로 사의를 밝힌 조영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2013년 11월 1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집장검찰청에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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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 수사 때 '외압논란'의 장본인이었던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교수가 됐다. 조 전 지검장은 3월 1일부로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좌교수로 임명된 상태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윤석렬 당시 여주지청장과 수사외압 진실공방을 벌인 일로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국정감사 당시 윤 전 지청장의 증언에 따르면, 조 전 지검장이 국정원 직원의 체포와 압수수색을 저지했다고 한다.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는 발언을 하며 말이다. 이후 조 전 지검장은 의혹 속에서 지난해 11월 11일 자진사퇴 했다. 외압의 사실 여부를 떠나 그가 최근까지 논란의 주역이었던 '정치검사'인 점은 분명하다. 대학의 석좌교수로 적합하지 않은 인사다.

<일요서울>은 지난 3월 17일자 '흔들리는 건국대' 기사를 통해 조 전 지검장의 영입에 건국대의 전략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현재 건국대 김경희 이사장은 갖은 비리 혐의로 교육부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건국대는 최근 압수수색도 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대비해 정치권과 법조계 인맥을 풀가동"한다는 <일요서울>의 분석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실제 3월 1일 건국대 석좌교수로 임용된 인물은 조 전 지검장 외에도 박영수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박상희 전 한나라당 재정위원장 등이다. 물론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한 인터뷰에서 "교수 임용과 김 이사장 문제는 별개"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이들을 영입하려는 것은 학생들을 위한 것이지 재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조 전 지검장은 3월 1일부로 발령났지만, 이 사실은 대다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일요서울> 역시 조 전 지검장을 영입할 예정이라고만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가 게재되기 전 조 전 지검장은 임명이 된 상태였다. 취재하는 언론조차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생대표자들 또한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윤재은 건국대 정치대 학생회장(정치외교학 3학년)도 최근 기자가 묻기 전까지 조 전 지검장의 임용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국기문란 사건의 수사를 은폐한 의혹이 있는 사람이 석좌교수로 온 점은 큰 문제"라며 "이런 사람이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돈봉투' 박희태도, "공산주의자냐" 김지하도 모두 건국대 교수

돈봉투 파문으로 물의를 일의킨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이 2012년 2월 13일 오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돈봉투 파문으로 물의를 일의킨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이 2012년 2월 13일 오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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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건국대의 교수 임용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건국대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로스쿨 석좌교수로 임명해 학내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교수협의회와 교직원 노동조합, 총학생회가 공동성명을 내고 "돈봉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자를 석좌교수로 앉히는 것은 일반상식에도 어긋나며 대학 설립 정신과도 맞지 않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같은 해 일어난 김지하 시인의 석좌교수 임용도 문제가 됐다. 임용 전 김지하 시인이 했던 각종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김지하 시인은 윤창중 대변인 막말 논란에 대해 "시끄러운 사람을 대변인으로 앉힌 게 잘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국민들을 가리켜 "공산화 좇는 세력"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석좌교수 임용 직전 이뤄진 특강에서 질문을 한 건국대 학생에게 "공산주의 사람인가"라는 발언을 한 일도 있었다. 지난해 5월 30일 <건대신문> 보도에 따르면,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자격에 대해 묻는 학생에게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은 깡통 공산주의 사람인데, 혹시 자네도 그런가"라고 되물은 바 있다.

이뿐이 아니다. 학보사의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는 교수가 저널리즘을 강의하는 아이러니한 일도 벌어지게 됐다. <건대신문> 편집권 분쟁 당시 주간교수였던 정동우 교수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정교수로 발령 난 것이다. 강의 분야는 '신문 저널리즘'이다.

2011년 <건대신문> 기자들은 정 교수가 기사 검열을 비롯한 일상적 편집권 개입, 폭언, 편집장 해임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며 파업을 벌였다. 당시 <건대신문> 기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 교수가 "등록금에 관한 기사를 '선동하는 기사'라며 싣지 못하게 한 바 있으며 기사를 임의로 삭제시키려 하는 등 수차례 편집권을 무시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정 교수가 "학생기자들을 윽박지르고 장학금 및 원고료로 회유하는 등 교수로서 부끄러운 작태를 벌여왔다"고도 폭로했다. 당시 <건대신문> 편집권 분쟁은 대학 내 사안으로는 이례적으로 <오마이뉴스>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경제> <연합뉴스> 등에도 보도됐다. 이에 정 교수는 2011년 10월 19일자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학보는 모든 학교 구성원을 대변해야 하고 총장과 주간교수가 각각 발행과 편집을 책임지는 만큼 최종 편집권도 당연히 학교에 있다"는 내용이다.

"정말 고마운 일"? 학생들도 정말 그렇게 생각할는지...

2012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김지하 선생 초청 시국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2012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김지하 선생 초청 시국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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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오는 가을학기부터 강의를 할 예정이다. 정 교수 임용은 학과 내부의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건대신문>의 편집국장이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인 김현우(미디어커뮤니케이션 4학년)씨는 "정동우 교수는 편집권 침해를 일삼은 사람"이라며 "저널리즘을 망가뜨린 사람이 저널리즘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논란의 인물을 연이어 임용한 건국대, 그러나 학교에 비판적인 교수에겐 심한 경우 해임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지난 2월 4일 건국대 교원징계위원회에서 김진석(동문교수협의회장) 교수와 장영백(교수협의회의장) 교수의 해임을 의결했다. 사유는 두 교수가 해교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두 교수를 비롯한 교수와 교직원들이 '건국대가 THE 아시아 대학평가의 순위를 조작했다'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의혹의 장본인 조 전 지검장이 학문적 업적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석좌교수의 자격을 온전히 갖췄는지 의문이다. 논란이 되는 발언으로 연이어 구설에 오른 김지하 시인의 석좌교수 임용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린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로스쿨 석좌교수가 되고, 학보사 편집권 침해로 비판을 받는 정동우 전 <건대신문> 주간교수가 신문저널리즘 강의를 담당하는 일은 황당할 정도다.

지난주 발행된 <건대신문>에 따르면, 건국대 석좌교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용식 교학부총장은 조 전 지검장 등의 임용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사회적으로 저명한 분들이 우리 대학의 석좌교수로 와준 건 정말 고마운 일"이라며 "우리 대학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실 거라 기대한다"라고 말이다.

이러한 석좌교수 임용은 대학 본연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건국대 학생과 교직원, 동료 교수들이 이러한 임용을 정말 '고마운 일'로 여기고 '대학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실 거라'고 여길지 의문이다.


태그:#건국대, #조영곤, #석좌교수, #박희태, #건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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