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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과 녹색연합 등 4개 시민사회 단체들이 2일 오전 청와대 인근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과 녹색연합 등 4개 시민사회 단체들이 2일 오전 청와대 인근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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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이 장사 논리로만 가는 것 같습니다. 주민들 의견부터 들어주셔야죠. 저희는 그 동네에서 아이들 기르고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옥선희 송현동 주민)

시민사회 단체들이 관련 규제를 완화해 경복궁과 그 인근 학교 주변에 호텔건립을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연합(아래 경실련)과 녹색연합 등 4개 시민사회 단체들은 2일 오전 청와대 인근의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재벌기업의 사익을 위한 편법 동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민들 의견 묻지도 않고 정부가 갈등 조장"

정부는 지난 3월 27일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유해시설이 없다면 학교 부근에도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년간 난항을 겪었던 대한항공의 송현동 7성급 호텔 건립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는 경복궁과 3개 여중·고등학교와 맞닿아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점을 집중 질타했다. 경복궁과 북촌지구가 연결되는 위치에 재벌 소유의 호텔이 들어설 경우 건전한 학습환경 유지와 역사·문화 등 공공적 가치가 파괴된다는 것.

경실련은 "이런 장소에 관광호텔을 신축해 이익을 창출하려는 대기업의 이기적인 요구를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이라는 말로 옹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땅은 학교보건법에 따라 관광호텔을 금지하는 게 맞다는 사법부 판결이 이미 내려진 곳이기도 하다.

정부가 사업 허가에 급급해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승배 도시연대 사무처장은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할 사안임에도 해당 주민들이 찬성, 반대, 보류 등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자기 뜻과 맞는 사람 편을 들면서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예정대로 호텔이 들어설 경우 인근 학교들은 사실상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한울 서촌주거공간연구회 사무국장은 "근처에 있는 학교를 옮겨가면서까지 호텔을 짓겠다는 것은 기업들이 원한다면 뭐든지 된다는 사회가 대한민국임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더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일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동 부지 인근인 북촌에 15년째 살고 있는 옥선희씨는 "이미 북촌이 관광지화 되는 바람에 많은 북촌 주민들이 쫓겨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옥씨는 "북촌 주민들은 지금보다 더 상업화되거나 관광지화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북촌, #송현동, #대한항공, #고급호텔, #경복궁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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