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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지각이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누리꿈스퀘어에 입점한 가게에서 일하는 양근영(28)씨는 출근시간보다 20분 늦게 일터에 도착했다. 평소와 다르게 집에서 30분 일찍 나왔다는 그는 "이게 다 영화 때문"이라면서 "도대체 누가 내 출근시간을 돌려줄 거냐"고 하소연했다.

양씨가 지각한 2일 오전, DMC 단지 앞 월드컵북로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아래 <어벤져스2>) 촬영으로 통제가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월드컵북로를 지나는 버스들은 우회로를 따라 임시 노선을 운행했다. 이 때문에 평소 누리꿈스퀘어 바로 앞 버스정류장을 이용해오던 양씨는 가게가 있는 빌딩에서 두 블록 떨어진 난지천공원 정류장에서 내렸다. 게다가 촬영 통제로 골목길 곳곳이 막힌 바람에 1.3km 거리의 인도를 걸어야만 했다.

"어디가 막혀 있다고 길목에 표시도 안 해놨더라고요. 영화 촬영으로 도로나 인도를 통제하려면 최소한 이동경로라도 제대로 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양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 촬영이 나한테 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출근길을 방해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침부터 혈압만 올랐다"고 성토했다.

막으려는 제작사 vs. 출근하려는 직장인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단지에서 <어벤져스2>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근 회사 앞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단지에서 <어벤져스2>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근 회사 앞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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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두 번째 한국 촬영이 이날 DMC 단지에서 시작됐다. 지난 주말 서울 마포대교 촬영 때와 달리(관련 기사 : 배우도 안 보이고 사진도 못 찍고... "괜히 왔다"), 이들을 '환영'하는 인파를 찾기는 힘들었다.

도리어 인근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아침부터 극심한 불편을 호소했다. 평소에는 회사 바로 코앞에서 내려주는 버스가 도로 통제로 주변 우회로에서 정차하게 됐기 때문이다. 미처 도로 통제 사실을 몰랐던 몇몇 직장인은 임시 정류장에서 내리면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 제작사인 마블스튜디오는 서울시의 협조를 받아 오전 6시부터 월드컵 북로(월드컵파크 7단지∼상암초등학교 사거리) 양방향 도로와 골목 진입로를 통제하고 있다.

김아무개(29)씨는 "회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정거장에서 내려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긴 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짜증이 난다"며 "굳이 출근시간대에 무리해서 촬영을 진행하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초반에는 비교적 소통이 원활했던 주변도로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8시 30분에 접어들면서 정체되기 시작했다. 우회로는 출근 차량들과 버스들로 붐볐다. 버스에서 내린 직장인들은 걷는 내내 손목시계를 쳐다보거나 지각하지 않으려고 뛰어가는 모습이었다.

인근 직장인들은 영화 촬영 통제 때문에 정체구간이 생기면서 출근시간만 더 늘어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김동환(37)씨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겨우 (오전) 9시에 맞춰 도착했다"며 "직장인들을 위해서 최소한 통근 통로는 여러 개 확보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주변 상인들도 매출 떨어질까 '노심초사'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단지에서 <어벤져스2>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단지에서 <어벤져스2>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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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가 다가오면서 통제 요원과 직장인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작사 쪽이 촬영용 트레일러 이동 때문에 누리꿈스퀘어로 출근하는 자가용과 행인들을 약 3분 동안 통제했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기다리던 한 직장인은 경적을 울리며 "지각하면 당신들이 책임 질 거냐"고 소리쳤다.

김미영(42)씨는 "외화 벌이도 중요하지만 직장인의 출근을 이렇게 방해해도 되나 싶다"라며 "남은 촬영 기간 동안에는 출근시간대를 피해서 찍는 방법으로 진행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월드컵북로 주변 상인들도 <어벤져스2> 촬영 통제를 두고 불만을 표했다. 점심시간대에 직장인들의 이동이 막혀 손님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다.

상암월드컵파크 4단지 상가에 입점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빵을 잔뜩 주문했는데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봐 걱정"이라며 "가게 매출이 평소보다 많이 떨어지면 영화 제작사에게 손해배상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낮 12시 현재 <어벤져스2> 촬영은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월드컵북로를 통제할 예정이다.


#어벤져스2#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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