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좌절: 어떤 계획이나 일 따위가 도중에 실패로 돌아감. 어떤 일에 대한 의지나 기운이 꺾임.(네이버 사전)

좌절이란 자신의 의지만 가지고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닥쳤을 때, 무릎을 꿇으며 느끼는 석연치 않거나 비굴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비교적 운이 좋은 삶을 살아왔고, 몇몇 일들을 제외하고는, 크나큰 좌절이 나를 비껴갔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뱃살빼기를 시도하기 전까지는.

첫 기사(3월 7일)가 나간 이후, 4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뱃살빼기 프로젝트는 8할의 실패와 2할의 성공을 안겨 주었다. 그 실패는 무모한 도전에 대한 일종의 형벌로써, 죽비가 되어 내 온몸을 후려쳤다. (관련기사: 20년에 걸친 '신내림', 나는 온몸으로 거부한다)

식단 조절 부작용, 목련 꽃잎이 뻥튀기로 보이기 시작

지난 4주간의 과정을 짧게 복기해 본다. E.T의 저주를 거부하겠다고 선포한 뒤, 식단 조절을 위해 도시락을 쌌다. 아침은 사과 한 알, 저녁은 견과류 한 봉지. 의도는 좋았으나 과정은 처참했다. 쫄쫄 굶다가 허겁지겁 도시락을 까먹고, 당근과 오이로 오후의 배고픔을 달랬지만, 귀가 후 견과류 한 봉지로는 불타오르는 식욕을 잠재울 수 없었다. 길가에 떨어진 목련 꽃잎이 가래떡 뻥튀기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니까 막판에 열심히 하면 되지 뭐'라는 자기 정당화의 논리를 앞세워 어느새 라면 물을 끓이고, 치킨집 전단지를 손에 쥐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이 마흔에 애들 과자 몰래 훔쳐 먹다가, 눈치 챈 녀석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달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결정적 위기는 주말마다 격정적으로 찾아왔다. 첫 주 주말에 급격한 영양 불균형으로 독감 증상이 나타났다. 주말 내내 몸져 누웠다. 생활 속 운동을 시작한 주말에는 캠핑이 약속되어 있었다. 그릴 위에 잘 구워진 목살과 관자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 다음 주에는 손주들이 보고 싶다는 본가의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정성스레 만들어주시는 음식을 거부하는 건 동방예의지국에서 막심한 불효였다.

캠핑장에서의 좌절 일주일간 걸어서 뺀 칼로리를 한방에 원상복귀시켰다. 인간의 시각과 후각은 의지보다 훨씬 강인하다
▲ 캠핑장에서의 좌절 일주일간 걸어서 뺀 칼로리를 한방에 원상복귀시켰다. 인간의 시각과 후각은 의지보다 훨씬 강인하다
ⓒ 이정혁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3주가 지나갔고, 첫 주에 식이조절로 빠졌던 3kg 이후로는 저울의 수치는 1g의 변화도 없었다.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며 하기 싫은 운동도 해가며 2주를 보냈는데도, 나의 지방들은 굳건히 성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뱃살은 가자미눈을 뜨고 째려본다고 오그라드는 녀석이 아니었다. 총체적 난국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다.

도대체 나의 뱃살빼기는 무엇이 문제일까? 차근차근 그 이유들을 짚어봐야 했다. 먼저, 준비 없이 무작정 시작한 다이어트가 문제라고 생각되어 다이어트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어 보았다. 결국 그 안에 모든 답이 있었다. (가장 큰 공감과 자극이 된 책은 강재헌 박사님의 '12주로 끝내는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책이었다. 일독을 추천한다)

다이어트 관련 책들 먼저 가시밭길을 걸어간 선배 혹은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이어트 시작 전에 반드시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들 중 성공한 사람이 없으므로.
▲ 다이어트 관련 책들 먼저 가시밭길을 걸어간 선배 혹은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이어트 시작 전에 반드시 필요하다.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들 중 성공한 사람이 없으므로.
ⓒ 이정혁

관련사진보기


다이어트의 정의는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하여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이는 지나치게 좁은 의미로 느껴진다. 다이어트라는 것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신체의 불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식사와 체중과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까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과정이다. 무조건 적게 먹거나 안 먹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꼬인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실패도 없고 재발도 하지 않는 복잡다단한 과정인 것이다.

지금부터 실패요인을 하나씩 따져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다이어트는 과학이 맞다. 정한수 떠놓고 천지신령님께 백날 빌어봤자, 단 1g도 빠질 리 없다(새벽부터 일어나 108배를 꾸준히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정교한 우리 몸에 대한 이해 없이 덤벼들었다가 몸 축내기 십상인 것이 바로 다이어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거 없는 희망 하나, 달랑 가지고 이 험난한 길에 도전한다. 제발 좀 알고 덤벼들자.

다이어트에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우선, 알아야 할 삼총사가 있다. 기초대사량, 칼로리, 그리고 체지방지수다. 먼저 기초대사량이란 무엇인가 살펴보자. 사전적 정의는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량이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이 하루를 살기 위한 최소량의 땔감이다. 숨 쉬고, 심장을 뛰게 하고, 체온을 유지하는 등에 쓰이는 에너지량을 말한다.

기초대사량을 알면 살을 뺄 수 있다

심장의 모식도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심장은 주인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일정량의 칼로리를 소모해가며.
▲ 심장의 모식도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심장은 주인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일정량의 칼로리를 소모해가며.
ⓒ 이정혁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기초대사량은 왜 중요한가? 우리 몸은 보이지 않는 수억 명의 일꾼들로 이루어져 있다.

봄날 오후, 당신이 상사의 눈을 피해 멍때리다 졸다를 반복하는 그 순간에도 우리 몸의 일꾼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심장부서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열심히 심장근육을 펌프질해서 전신에 혈액을 돌려야 하고, 호흡부서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열심히 폐를 수축, 이완시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한다.

본인은 아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몸속의 일꾼들은 쉬지 않고 일하고 있으므로, 그에 합당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를 우리는 주로 음식을 통해 섭취하게 된다.

일단 먹어 두면 우리 몸이 제때에 적절한 파트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 문제는 이 일꾼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에너지의 양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성인 남자의 경우 체중 1kg당 1시간에 1kcal를, 성인 여성의 경우는 0.9kcal를 일꾼들에게 공급해 주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난 4주간의 가열찬 뱃살빼기 덕분에 65kg에 진입했으므로, 65*24시간*1kcal=1560kcal. 즉, 하루에 내 몸의 일꾼들에게 지급해야 할 기본수당은 1560원쯤 되는 것이다.(체중은 평균체중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과체중이나 저체중은 체지방 지수를 측정하여 평균 범위내로 조절 후에 기초대사량을 계산한다.)

반드시 각자의 기초대사량을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신체라는 거대한 공장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하루치 일급을 모른다면, 그 사람은 몸을 운영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시작은 자신의 기초대사량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기초대사량과 더불어 본인의 하루치 생활대사량을 알 수 있다면, 하루 동안 소비하는 총에너지량을 알 수 있다. 생활대사량은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려우나 만보기 등을 통해 하루 동안의 움직임을 체크해 본다거나, 통상적으로 기초대사량이 총 에너지의 60~70%를 차지한다고 하니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본다. 활동량이 비교적 적은 나의 경우 70%로 계산했을 때, 2228kcal가 총 에너지량이다.

기초대사량과 생활대사량을 합친 총 대사량은 하루 동안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전체 에너지양이다. 적어도 이 에너지양만큼은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만 먹으면 굳이 살을 뺄 필요가 없다. 문제는 총 대사량보다 적게 먹거나(다이어트한다고 굶는 경우)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경우(남는 에너지원은 지방으로 축적)에 발생한다.

다시 말해 다이어트라는 것은 '인풋'과 '아웃풋'의 균형이 무너져 망가진 우리의 몸을 개선하여 에너지 밸런싱을 맞추는 것이다. 일종의 체질 개선인 셈인데, 이러한 근본적인 개혁없이 시도하는 다이어트는 사상누각이 되어 요요현상이라는 후폭풍 한방에 무너지고 만다.

(다음회에 계속)


#기초대사량#다이어트#칼로리#총 대사량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