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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맥주 홋카이도 공장
 아사히 맥주 홋카이도 공장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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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오타루를 떠난 버스는 사손(札樽) 자동차도로를 따라 삿포로로 향한다. 사손 고속도로는 삿포로와 오타루를 잇는 자동차 전용도로로 1971년 개통됐다. 거리는 38.3㎞로 삿포로 교차로(JCT)에서 도오(道央) 자동차도로와 만난다. 도로는 삿포로 시내 서쪽에서 북쪽을 지나 동쪽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시로이시구(白石區)에 있는 아사히 맥주공장이다.

이곳에 오후 3시 견학이 예약돼 있다. 오후 2시 55분께 우리는 아사히 맥주 홋카이도 공장으로 들어간다.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담당자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는 그를 따라 제조공장으로 올라간다. 안내자가 먼저 전시물과 패널을 통해 맥주제조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맥주의 원료는 보리(大麥), 물, 홉이다.

전시관의 담금솥
 전시관의 담금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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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제조 공정 중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보리에 싹을 티워 맥아를 만드는 일이다. 이것을 제맥 공정이라 부른다. 두 번째 과정이 담금 공정(Mashing)이다. 맥아를 잘게 부순 다음 따뜻한 물과 섞어 담금솥(Mash kettle)에 넣어 끓인다.

그리고 나서 이것을 담금조(Mash tun)에 넣어 당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전분이 맥아당으로 변한다. 이것을 여과조(Lauter tun)에 넣어 투명한 맥아즙을 만든다. 이 맥아즙을 다시 솥(Wort kettle)에 넣은 다음 홉을 첨가해 다시 끓인다. 이 과정에서 맥주 고유의 향과 쓴맛이 형성된다.

세 번째 과정이 발효(Fermentation)와 숙성(Maturation) 공정이다. 담금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맥아즙을 식힌 다음 그곳에 맥주 효모를 첨가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발효가 일어난다. 발효 과정에서 맥아당이 알콜과 탄산가스로 분해된다. 1주일간 발효 후 미성숙 맥주가 만들어진다. 이 맥주를 다시 0℃ 정도에서 몇 주간 천천히 숙성시킨다.

발효와 숙성과정을 보여주는 패널
 발효와 숙성과정을 보여주는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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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과정은 여과 공정. 숙성된 맥주를 여과하면 황금빛의 생맥주가 만들어진다. 다섯 번째 마지막 과정이 포장 공정이다. 맥주를 캔, 병, 생맥주통에 넣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병이 개발되기도 했다. 맥주가 이들 용기에 넣어지면 출하과정을 거쳐 유통업자 또는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맥주 공장 견학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우리는 공장 내부를 둘러본다. 먼저 발효실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커다란 스텐리스솥이 보인다. 그곳에서 맥아즙과 맥주효모가 반응을 해 알콜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여과실이다. 이곳에 있는 여과기를 거치면서 생맥주가 만들어진다. 그 다음 생맥주가 주입 라인을 통해 병과 캔 등에 담겨진다.

캔제품 주입기
 캔제품 주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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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제품 주입과 포장 과정이 아주 근사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온 맥주는 마지막 단계에서 관능(官能) 검사를 받는다. 검사원이 맥주의 향과 맛을 보면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때 검사 항목은 맛과 향 외에 거품, 색, 목넘김 등이다. 이들 과정을 보고난 다음 우리는 한 층을 내려와 아사히 맥주의 역사를 살펴본다.

아시히 맥주는 1889년 오사카에서 오사카 맥주회사로 창립됐다. 1891년 스이타무라(吹田村) 양조소를 건립하고 맥주생산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2년 아사히 맥주를 처음 발매한다. 아사히는 파도 위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를 라벨에 그려 넣었다. 1906년에는 오사카 맥주, 일본 맥주, 삿포로 맥주가 통합되면서 대일본맥주 주식회사가 생겨났다.

아사히 맥주 제조품
 아사히 맥주 제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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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인 1949년 독점금지법으로 인해 대일본맥주(주)는 아사히 맥주(주)와 일본 맥주(주)로 분리됐다. 아시히 맥주는 1958년 일본 최초로 금속 캔맥주를 발매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캔을 따기 위해서는 따개가 필요했다. 1971년 아사히 맥주는 원터치로 열리는 알루미늄 캔맥주를 발매한다. 그리고 1987년에는 캔 속에 생맥주를 담은 아사히 수퍼 드라이를 출시한다.

공장 견학을 끝낸 우리는 1층 시음실로 이동해 원하는 맥주를 한 잔씩 마신다. 이곳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는 아사히 수퍼 드라이와 흔히 블랙으로 불리는 아사히 흑(黑)생맥주다.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사과나 오렌지 등으로 만든 음료수를 마실 수 있다. 아내와 나는 수퍼 드라이와 흑생맥주를 하나씩 시켜 맛본다. 금방 만들어서 그런지 신선하고 맛이 있다. 그리고는 홋카이도산 사과로 만든 사과주스도 하나 맛본다. 역시 신선하면서도 상큼하다.

홋카이도 구(舊) 본청사 둘러보기

홋카이도 본청사
 홋카이도 본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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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시음을 마친 우리는 버스를 타고 홋카이도 도청사로 향한다. 홋카이도 도청사는 주오구(中央區) 삿포로역과 오도리 공원 사이에 있다. 이곳은 관광버스에 한해 30분 정도 주차가 허용되는 곳이다. 그러므로 구도청사를 30분 내로 살펴보고 나와야 한다. 이곳 관람 역시 번갯불에 콩 튀겨먹는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버스에서 내리니 네오 바로크 양식의 붉은 벽돌집이 보인다. 2층으로 돼 있고 좌우 대칭이다. 청사에 들어가려면 정원을 지나야 하는데, 길 가운데와 양쪽으로 눈이 수북하게 쌓였다. 구청사 뒤로는 현대적인 본청사가 보인다. 구청사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붉은 벽돌의 청사라는 명판이 보인다. 그리고 이 건물이 박물관, 기록관, 문서관으로 사용된다는 설명도 보인다.

건물 가운데 팔각탑에 깃발이 나부낀다.
 건물 가운데 팔각탑에 깃발이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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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사의 공식 명칭은 홋카이도청 구본청사다. 이 건물은 1888년 2층의 붉은 벽돌(아카렌가) 건물로 완공됐다. 1909년 화재로 목조 대부분이 훼손된 것을 1911년 재건했다. 이 건물은 신청사가 완공되는 1968년까지 80년간을 홋카이도 정치와 행정의 중심으로 역할을 했다. 그리고 1969년부터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구청사 내부는 홋카이도립 문서관, 관광정보센터, 홋카이도 개척기념관, 사할린(樺太)관계 자료관, 북방영토관, 홋카이도청 장관실, 회의실로 이뤄져 있다. 나는 관광정보 센터에 들러 자료를 입수한다. 자료 중에는 청사를 우리말로 소개하는 한 장짜리 안내문도 있다. 자료를 보니 청사의 길이가 61m, 폭이 34m, 탑 정상부의 높이가 33m다. 이 건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팔각탑은 독립과 진취의 상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홋카이도의 국제교류
 홋카이도의 국제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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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쪽 내부 벽에는 홋카이도 개척사 과정을 그린 스무 점의 그림이 걸려 있다. 이 그림들을 보면서 나는 장관 집무실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지구본이 있다. 그리고 회의용 탁자도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북방영토관이다. 이곳에는 북방 4도 지도가 걸려 있다. 그들은 북방영토를 반환하기 위한 서명도 벌이고 있다. 북방영토 반환 서명자 수가 8563만 명을 넘고 있다.
  
북해도의 국제교류를 볼 수 있는 전시실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하회탈과 자개를 박은 칠기가 놓여 있다. 그리고 홋카이도 특산물관에는 생수·과자·건어물·식료품·술 등이 진열돼 있다. 사할린 자료관에는 사할린과 홋카이도의 역사가 패널과 사진 등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이곳에서 일본 사람들은 사할린 정복을 개척이라는 말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몽시대의 사람 모양 토우
 조몽시대의 사람 모양 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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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찾아간 역사실에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사할린의 역사가 유물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조몽(繩文)시대 유적이다. 토기도 여러 점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람 모양을 한 일종의 토우가 눈에 띈다. 눈과 입을 타원형으로, 코와 눈썹을 T자형으로 표현한 원시적인 수준이지만, 그곳에서 신석기시대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삿포로 시계탑이 갖는 의미

도청사 관람을 이 정도로 끝내고 밖으로 나온 우리는 시계탑으로 간다. 삿포로 시계탑은 원래 삿포로농업학교의 연무장(演武場)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연무장은 무예를 연마하는 체육관이다. 1878년 높이 20m의 2층 건물로 지어졌으며, 그 위에 시계대(時計台)를 얹은 형식이다. 1903년 삿포로농업학교가 홋카이도대학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학교를 옮기게 됐다.

삿포로 시계탑
 삿포로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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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시에서는 1906년 이 건물을 인수해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게 됐다. 이 건물은 1911년부터 도서관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1966년까지 도서관이었다. 1970년부터 국가지정 중요문화재가 됐으며, 1995년 대대적으로 보수와 수리를 받았다. 그 후 현재까지 1층은 전시실로, 2층은 대여실로 사용되고 있다.

삿포로 시계탑은 현재 삿포로의 관광명소다. 그러나 건물이 고층 건물 사이에 있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그리고 또 건물을 보고서 실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삿포로 시계탑은 말만 관광명소지, 진정한 의미의 관광명소는 아니다. 시계탑에 실망하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 우리는 시계탑을 바깥만 살펴본다. 우리는 이제 관광을 끝내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녁으로는 홋카이도 명물 게 요리가 준비돼 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게 요리를 많이 먹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기대가 크다.


태그:#삿포로, #아사히 맥주, #홋카이도 구본청사, #사할린, #삿포로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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