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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이 자살을 기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국정원 직원 자살기도, 삼엄한 통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던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이 자살을 기도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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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국가정보원 요원 권아무개 과장(4급)이 22일 자살을 시도했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 소식을 접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9년 전 자신이 직접 수사를 지휘한 안전기획부(국정원 옛 이름) 'X파일 사건'과 너무나 닮은 모습에 곤혹스러워했을지 모른다.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뒤 '9년만의 재현'

기본적으로 이번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과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은 검찰이 국정원을 수사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같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은 국정원 대상 압수수색 1호 사건이고, 이번 사건은 3호다. (2호는 지난해 있었던 심리전단 대선개입 사건이다)

공통 인물도 등장한다. 2005년 7월 21일 안기부가 '미림'이라는 비밀감청팀을 운영했고 삼성의 1997년 불법대선자금 정황이 담긴 'X파일'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검찰은 곧바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팀을 꾸렸다. 이 수사팀을 지휘했던 인물이 황교안 현 법무부장관이다. 그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다.

2014년 현재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여전히 지휘선상에 있다. 또한 국가보안법 법리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면서, 자신이 쓴 책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황 장관은 이번 사건에서 심심치 않게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가장 극적인 재현은 역시 '국정원 직원의 자살 기도'다. 2005년 7월 26일 검찰 수사 첫날 공운영 전 미림팀장이 자해를 시도했다. 또한 그해 11월 20일 검찰 수사를 받던 이수일 전 2차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일로 약 1주일간 검찰 수사는 잠정 휴업상태로 들어갔었다.

2014년에도 자살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은 아니지만 주요 협조자로 활동해온 김아무개씨가 지난 5일 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했고, 그로부터 17일 후인 지난 22일 국정원 핵심 요원 권 과장이 차 안에서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정원 요원들은 검찰 수사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증거조작사건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 역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검사장은 24일 수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면서도 "아예 아무 일도 없었던 것과는 (수사 일정에) 차이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권 과장 의식불명... 난관 부닥친 '간첩조작 수사').

복부를 자해한 뒤 병원으로 실려와서 1시간 30분동안의 수술을 무사히 마친 옛 안기부 특수도청팀장 공운영씨가 지난 2005년 7월 26일 밤 11시 30분경 분당 서울대병원 수술실을 나와 입원실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복부를 자해한 뒤 병원으로 실려와서 1시간 30분동안의 수술을 무사히 마친 옛 안기부 특수도청팀장 공운영씨가 지난 2005년 7월 26일 밤 11시 30분경 분당 서울대병원 수술실을 나와 입원실로 옮겨지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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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과 다른꼴... 2014년 남재준의 운명은?

물론 두 사건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법리적으로 볼 때 2005년은 불법 감청 사건(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고, 현재는 증거조작 사건(국가보안법 위반)이다.

또한 2005년은 '국정원만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사 주체인 검찰마저 의혹의 대상이다. 증거조작사건은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전달받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유우성씨 출입경기록 등이 위조문서였다는 데에서 불거졌다. 국정원의 증거조작을 검찰이 알고 있지 않았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고인 유우성씨와 시민단체들은 국정원은 물론 담당 검사들까지 국보법 위반 혐의(무고·날조)로 고소·고발했다.

수사팀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 보인다. 9년 전, 국정원 지휘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거침없었다. 국정원 직원의 자살 등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143일간의 수사 끝에 안기부 불법감청의 전모를 파헤쳤다. 다만 삼성의 불법대선자금 문제는 충분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간첩 증거 조작 사건 수사는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 식구'인 담당검사들의 수사 진행상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중국 현지 조사도 큰 소득이 없었다. 게다가 검찰은 이번 사건에 국보법 무고·날조죄보다 수위가 낮은 형법 모해증거위조죄 등을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관련 기사 : 국보법 12조 '날조' 개념 해석 논쟁 점화)

2005년 검찰은 공운영 미림팀장과 김은성 2차장 뿐 아니라 국정원 조직의 최정점인 임동원·신건 전 원장까지 구속기소했다. "잘 알고 있었고, 보고를 받았다"는 이유였다.

2014년 검찰은 4급 직원인 권 과장에서 멈춰있다. 과연 남재준 원장을 향해 올라갈 수 있을까?

임동원·신건 두 전직 원장은 모두 2007년 12월 27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유죄가 확정됐다.


태그:#국정원, #증거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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