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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19일 종편 TV 모두를 재승인할 것을 의심하는 미디어 전문가는 없었다. 그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종편 TV의 정치 공학적 역할을 고려할 때 종편 TV가 살아남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향후 지상파 TV의 영향력을 능가할 때까지 종편 TV에 대한 보수정권의 특혜는 계속될 것은 자명한 일로 비춰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날치기 통과시킨 언론악법을 통해 무더기로 승인한 종편은 보수 정권이 수립한 치밀한 장기 집권 전략 중 하나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들 매체는 대중 여론 조작과 세뇌 작전의 주요도구가 되고 있다.

3개의 종편채널 중 하나는 과거 공영방송 못지않은 탐사, 폭로 보도를 쏟아내면서 종편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중이다. 조선, 동아 등 족벌 언론의 계열사로 등장한 종편 2개 사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을 극찬, 옹호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것과 대비된다. 종편 채널들이 보여주는 상반된 모습은 사전 기획의 결과가 아닌지 몰라도 종편에 애정을 갖고 있는 보수 정권 핵심 세력들이 볼 때는 최상의 배합이라 하겠다.

이명박의 장기 집권 프로젝트는 방송과 인터넷 언로를 장악하는 것과 함께 진보세력의 성과물인 남북관계의 공든 탑을 파괴하고 평화통일 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낙인찍는 작업 등이 핵심 내용인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명박은 2008년의 광우병 사태와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 승리 원인이, 보수 세력의 인터넷 매체에 대한 장악력이 약하고, 공영 TV의 공정 보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던 것으로 여러 부분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명박의 미디어 유린 작전 중 첫째는, 인터넷 공간을 지배하기 위해 국정원 등을 동원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 조작과 유권자를 상대로 한 심리전을 전개한 것이다. 국가기관의 댓글 작전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한 정치 공작의 규모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두 번째는 공영방송의 파괴와 종편 TV로 방송계의 지각 변동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내 공영방송 내부의 균열을 유도하면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그 부족한 부분을 종편TV가 채우는 형식이 집행되고 있다. KBS에 대해 수신료 인상의 조건으로 자체 광고 감축을 연계시킨 것은 광고시장의 과실을 종편에게 돌리려는 속이 뻔한 꼼수였다.

오늘날 KBS와 MBC는 계속 과거에 쌓아놓은 긍정적 위상이 망가지는 쪽으로 굴러가고 있는데 이는 보수층의 최고 지휘부에서 입체적으로 수립해 펼치는 고도의 정치 공작의 산물인 측면도 있다. 두 공영방송의 시사보도 논평 부분이 약화되거나 제거되면서 그 공백을 종편이 보도 편성 계획을 훨씬 초과하는 식으로 낚아채고 있는 것이다. KBS와 MBC 구성원들은 지금과 같은 상태를 방치할 경우 결국 자신들의 직장이 공중 분해되는 운명을 피하지 못할 터인데 조용히 침묵하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이명박이 국가보안법을 바탕으로 한 무차별적이고 비이성적인 이념 공세를 강화하자 민주당, 안철수 세력 등도 이에 순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보수 장기 집권 포석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명박은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을 철저히 추종하면서 과거 진보 정권 10년 동안 이룩된 남북간의 공든 탑인 6.15 공동선언 등을 철저히 외면하고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전략에 올인했다. 광우병 사태조차 종북 세력의 소행으로 낙인찍는 등 남남 갈등을 극대화시켰다.

이명박은 천안함의 비극의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북한 소행으로 단정 짓고 5.24조치를 내려 6.15 공동선언의 동맥을 차단하는 대 못을 박았다. 동시에 진보세력을 친북, 좌파로 몰아 유권자로부터 격리시키는 작전도 병행했고 이는 박근혜 정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할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남북간 현안으로 끌어들이고 북의 대남 폭력성을 유발하는 식의 도발 행위를 지속했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수구 보수 세력의 종북 몰이를 야권 공세의 흉기로 일상화하는 천박한 정치 행태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명박의 장기집권 프로젝트로 대통령 당선이라는 과실을 딴 것으로 비춰지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의 비리나 의혹에 대해 완전 침묵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철저히 차단, 저지토록 유도하는 통치행위를 자행하면서도 입으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치명적인 약점을 감추기 위해 청와대는 물론 집권 세력이 총동원되는 정치적 기만술이 언제까지 통할지 궁금하다. 현재까지 분명한 것은 대중 영향력이 큰 TV 매체들이 한결같이 청와대의 나팔수 역할을 하면서 청와대의 부적절한 모습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니 종편 TV의 재승인이 엉터리 과정을 통해 강행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방송매체의 어용화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직선 여성 대통령에 대해 천주교계에서 '가짜 대통령'이라고 규탄하는 목소리를 성당 안으로 가둬두는 효과를 거두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의 잦은 위유와 외국 수반 초청, 그런 과정에서 반복되는 현란한 옷 갈아입기 등을 미화하는 식의 미디어 공작이 집권 2년 초까지는 유지되고 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는 정권, 반장 부정 선거면 반장을 다시 뽑는 것이 상식인 초등, 중등학교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불량 정권이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을 한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 것도 정치공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을 수 없다.

국정원이 국헌을 문란케 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말도 되지 않는 자기변호에 열중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방송의 언론 보도 논평 기능이 심각하게 변질된 탓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 TV는 서서히 공중파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수구 세력의 장기집권을 원조하는 심리전을 더욱 강화할 기반을 재승인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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