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사실상 고향이나 다름없는 강정마을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원 예비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강정마을을 언급하며 특별한 관심을 보였지만, 강정마을회는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대화조차 거부했다.

원 후보는 지난 16일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제주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해군기지로 7년째 고통을 당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강정마을의 아픔에 대해 "대한민국의 특별한 아픔"이라며 "강정마을의 자존심과 제주공동체의 의리를 지키는 자세로, 가슴으로 듣고 머리를 맞대겠다"고 약속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새누리당 예비후보. (자료사진)
 원희룡 제주지사 새누리당 예비후보. (자료사진)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강정마을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강정마을회는 원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을 연 지 하루 만에 논평을 내고 "참으로 듣기에 좋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원 전 의원을 직접 겪은 강정주민들로서는 선거철이 돌아오면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미사여구 그 이상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강정주민들이 도와달라고 국회를 방문했을 당시 두 번이나 문전박대 당했다"며 섭섭한 심경도 감추지 않았다.

18일에는 원 전 의원이 강정마을을 직접 방문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했지만, 마을회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마을회는 "원 후보가 출마 기자회견에서 강정마을 자존심을 언급한 후 하루 만에 KBS에 출연해 제주도가 국가정책에 협조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두고 발언했다"며 "강정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0년에 제주 서귀포가 시로 승격되기 전, 강정마을은 행정구역으로 남제주군 중문면에 속해 있었다. 중문마을과 강정마을은 오래도록 서로 이웃으로 지낸 사이다. 강정마을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문중학교로 진학했는데, 강정마을회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를 이끄는 고권일 위원장은 원 후보와 중학교 동기동창생이다.

강정마을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중3 때 서로 같은 반 급우였을 뿐만 아니라, 원 후보가 반장으로, 고위원장이 학습부장으로 함께 학급을 이끌었다.

하지만 고권일 위원장은 원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린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도움을 청하러 두 차례 국회를 방문했지만 당시 원 의원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걸 크게 아쉬워한다.

한편, 강정마을회가 만남을 거부한 것에 대해 원 후보는 "물바가지 세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18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강정마을회에서 의원회관을 찾아와 부탁한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를 설득해 달라는 것과 예결특위 위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자신은 마을 주민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은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말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우근민 후보의 약속을 철석 같이 믿었다. 우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후 구럼비 바위가 파괴되고, 해군기지 반대 운동 과정에서 여러 주민이 경찰에 연행됐다.


태그:#원희룡, #강정마을, #제주지사
댓글2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