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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안철수, 엇갈린 시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통합하기로 합의한 김한길·안철수 공동신당추진단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신당추진단 전체회의에 참석해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 김한길-안철수, 엇갈린 시선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을 통합하기로 합의한 김한길·안철수 공동신당추진단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신당추진단 전체회의에 참석해 각각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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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새정치가 사람을 자르는 정치는 아니길 바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긴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측과의 합당을 앞두고 민주당 밑바닥 기류는 뒤숭숭하다. 합당이 당직자들에게는 목숨줄이 걸린 문제이고, 대다수 보좌관들에게는 "우리는 철저히 배제된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이 통합을 환영하면서도, 통합 과정에 기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통합 신당' 출범 과정에서 표면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암초다.

합당에 당직자들의 '목숨줄'이 달린 이유는, 합당이 결국 사람을 합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당법상 한 정당은 최대 100명의 당직자를 둘 수 있다. 현재 민주당 당직자(정당법이 규정하는)는 100명을 꽉 채우고도 정책연구원 쪽, 국회직 쪽 인원이 따로 있어 이들을 모두 포함하면 100명이 훌쩍 넘는 상태다. 이 가운데 새정치연합 측에서 실무진들이 통합신당 당직자로 합류하게 되면 그 수만큼 누군가는 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 당직자는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거 아니냐,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냐'는 얘기가 나온다"라며 "내부 분위기가 정말 뒤숭숭하다"라고 털어놓았다.

안철수 측 '당직자 몫' 요구에 민주당 뒤숭숭

새정치연합 측이 창당과정의 '5:5' 지분 원칙에 따라 당직자 몫으로 50명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전해지자 당내 기류는 더욱 악화됐다. 민주당 당직자는 "안철수 신당 측에서 사촌에 팔촌까지 사람을 끌어모은다는 얘기가 들린다"라며 "소문을 모두 믿을 수는 없어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50명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새정치연합 쪽에서 사람을 추가 채용을 하는 등의 조치가 있다면 민주당 당직자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측 관계자도 이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우리는 처음부터 당직자도 5:5로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에 당직자 노조가 있으니 쉽지 않을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5:5까지는 아니도 6:4나 정도로 비슷하게 가야 한다, 저 쪽(민주당)에서도 줄여보겠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당직자 역시 양 측이 유사한 규모로 합쳐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단순히 인원만 맞추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어느 자리에 어떻게 합류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인원 수뿐 아니라 새정치연합 측 당직자를 핵심 요직에 배치하냐를 두고 내부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당직자 숫자를 더 줄일 여지가 없다는 데 있다. '당 혁신안'으로 중앙당 슬림화를 내건 김한길 대표는 지난해 중순 당직자 수 줄이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명예퇴직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으나, 당초 약속했던 명예퇴직금 규모를 줄임에 따라 명퇴를 결정했다가 번복한 사람들이 다수 생겨났다. 이에 명예퇴직 인원은 10명 내외에 그쳤다. 한 당직자는 "그때 이미 명예퇴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한 것"이라며 "또 명예퇴직을 추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당직자 정리 명단'이 작성되는 무리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고참급 당직자 몇몇이 '친노-정세균계' 당직자를 정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살생부'를 작성한 것. 이같은 살생부는 지도부에게까지는 전달되지 않고 아래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당직자 문제가 지금 당장 큰 갈등이 되진 않겠지만 본격적인 정리에 돌입할 4월 중순 이후에 접어들면 어떻게 번질지 모른다"라고 전망했다. 당직자 수 조정문제는 폭발을 앞둔 시한폭탄이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인 셈이다.  

"당 전체가 배제된 '통합'... 처분만 기다리는 사형수 된 기분"

보좌관들은 당 내부에서 소통없이 일부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통합 과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보좌관은 "제 1야당 대표와 정치 명망가가 전격 합당 선언을 하는 과정에서, 그 둘이 이념·비전·노선을 어떻게 논의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라며 "지금이라도 일정 부분 설명해줘야 하는데 그걸 말해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당 대표 외에 (핵심 관계자로 배석한) 의원 2명 빼고 당 전체가 배제된 상태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당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무력화 한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라며 "당원이 지도부에게 권한을 위임한 건 맞지만, 아예 새로운 정치 집단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적어도 그 의사를 묻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오래도록 추구해왔던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측이 정확히 어떤 의견을 취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양 측에 격차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좁힐지 논의해야 하지만 창당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봉책으로 덮고 가면 이후에 당이 잘 융합될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친노 측 보좌관은 "합당 과정은 일부 핵심 의원 측만 알 뿐 나머지는 아무 것도 모른다"라며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목 빼고 기다리고만 있는 사형수가 된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당 합당 과정에 문제의식이 있어도 이것을 입 밖으로 내면 '새정치에 반대하는 거냐'고 한다"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그래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냉소주의가 흐를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합당 발표에 기밀유지가 중요했다는 점, 창당 논의가 내부에서만 이뤄지게 되는 점 모두 이해는 간다"면서도 "우려되는 건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 같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에서 당 전체와 소통하는 과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신당 창당 과정에 쓴소리를 한 민주당 보좌관·당직자들은 입을 모아 "신당 창당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고, 맞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당 창당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도사리고 있는 문제들이 당의 조직과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 신당#안철수#김한길#민주당#당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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