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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와 포스코, 대우, 롯데 등 거대 자본들이 가로림만의 입구를 막아 댐을 만들고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것은 전력 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밀물 때 물을 가두었다가 썰물 때 물을 방출하면서 그 낙차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리는 식으로 얻으려는 전력은 현재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에서 생산하는 연간전력량의 2.7%도 되지 않는다. 서산시에서 소비하는 전력량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가로림만의 어민들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전력생산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바다를 막아 생겨나는 땅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은 '땅 따 먹기'라는 것이다. 과거 천수만을 막아 생겨난 땅 3천3백만 평을 매립공사 시행자인 정주영씨가 독차지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가로림만 역시 댐 공사로 생겨난 땅은 물론이고 댐 안의 바다 전체가 자본의 소유가 될 것임이 명확하다.

지난 6일 오전 9시 서산시청 앞에서 6박7일 도보행진 출정식을 가진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과 어민들이 300리 길 도보를 시작하고 있다.
▲ 도보행진 시작 지난 6일 오전 9시 서산시청 앞에서 6박7일 도보행진 출정식을 가진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과 어민들이 300리 길 도보를 시작하고 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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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으로 말미암아 바다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어민들이 조상 대대로 생업의 터전으로 삼아왔던 가로림만 어장 전체가 자본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자본의 무분별한 탐욕 앞에서 어장을 잃게 된 어민들은 자신의 어장뿐만 아니라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궐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존의 터전을 지켜내면서 한국 최대의 갯벌을 자랑하는 가로림만의 생태환경을 지키려는 의지는 숭고한 사명감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어민들은 2006년 '가로림만조력발전소건설 반대투쟁위원회(위원장 박정섭)'를 결성했다. 그리고 서산과 태안의 여러 시민단체들과 어민들이 연대하는 '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 연대회의'가 결성되었다. 그들은 서산시청 앞과 태안군청 앞에서 장기간 일인시위도 했고, 여러 차례 대규모 궐기대회도 열었다. 서울과 과천의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한 적도 있다.

또 서산시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장기간 농성을 한 이력도 있고, 2012년 2월에는 30명의 어민들이 서산시청 앞을 출발하여 과천 정부청사 앞까지 6박7일 동안 행군을 한 적도 있다. 그때의 고생을 어민들은 가슴 아프면서도 소중하게 회억하기도 한다.

가로림만의 어민들 가운데는 자본에 회유되어 '보상'에 욕심을 낸 나머지 조력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자본으로부터 제공되는 막대한 비용으로 아무 출혈 없이 찬성 운동을 한다. 그런 찬성 어민들과 출혈을 무릅쓰고 반대 투쟁을 벌이는 어민들 사이에는 항시 냉랭한 전선 기류가 흐른다. 일촉즉발의 위기감 속에서 피차 불편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지난 6일 오전 서산시청을 출발하여 6박7일의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과 어민들이 서산시 해미면의 도로를 지나고 있다.
▲ 도보행진 지난 6일 오전 서산시청을 출발하여 6박7일의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과 어민들이 서산시 해미면의 도로를 지나고 있다.
ⓒ 이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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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양측 사이에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자본과 관료의 전형적인 결탁을 보여주는 듯이 가로림만 조력발전 건설을 편드는 산업통상지원부(아래 산통부)의 행태 때문이다. 조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만들어진 '가로림만조력발전(주)'는 지난 2012년 조악하기 짝이 없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서'를 산통부를 통해 환경부에 제출했으나 그해 4월 반려된 바 있다. 그때로부터 2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그들은 '보완'을 했다는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산통부를 통해 환경부에 제출한 것이다.

가로림만 문제에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지원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관련되어 있다.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반대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반면 특히 산통부는 조력댐을 건설하려는 쪽과 결탁해 있는 모양새다.

산통부는 지난 1월 20일 충청남도에 '가로림만 조력사업 갈등중재를 위한 협의회' 구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것은 2013년 6월 국무회의에서 사업비가 5천억 원 이상 소요되는 국책사업은 '갈등영향분석'을 의무화하도록 결정한 것에 따라 2013년 7월 '사회갈등연구소'에 의뢰하여 나온 '갈등영향분석' 결과 보고에 따른 것이다. 산통부는 그 보고서를 토대로 충남도에 '가로림지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중립적 위치에 있는 기관이 그 협의회를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그랬던 산통부가 협의회 구성 공문 발송 2주 만인 2월 3일, 사업자 쪽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수용하고 환경부에 접수시켰다. 이것은 산통부가 앞으로는 '갈등중재'를 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가로림만조력발전을 허가해주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그야말로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는 지난 2월 11일 정부 세종청사를 찾아가 산통부가 '가로림 조력발전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한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산통부를 항의 방문한 바 있다.

사업시행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허가부서인 산통부에 제출하면 산통부는 협의기관인 환경부에 그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내고, 환경부는 다시 그 평가서를 충남도 등 여러 유관기관에 보내는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가로림만조력발전(주)'측과 산통부의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어 지난달 3일 조력발전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 2300여 명은 건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연 바 있다. 이에 자극 받은 반대 어민들과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는 지난 6일 오전 서산시청 앞에서 6박7일의 도보행진 출정식을 갖고 세종시 정부청사 앞까지 걷는 300리 길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지난 6일 오전 6박7일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과 어민들이 6일 오후 해미읍성 앞을 지나고 있다.
▲ 도보행진 지난 6일 오전 6박7일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과 어민들이 6일 오후 해미읍성 앞을 지나고 있다.
ⓒ 이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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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가 도보 행진을 하면서 외치는 요구는 세 가지다.

- 산통부는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즉시 회수하라.
- 산통부는 충남도가 제시한 '가로림지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 구성안을 수용하라.
- 환경부는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접수된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라.

태안의 토박이 주민으로서 오래 전부터 가로림만의 생태환경 보존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고, 가로림만을 지키는 일에 일조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가로림만생태문화협동조합' 설립운동에 참여하면서 초대 이사장의 책무를 맡은 나도 지난 6일 오전의 6박7일 도보행진 출정식에 기꺼이 참여했다. 그리고 오전 동안 서산시청 앞에서 해미읍성 앞까지 30리 길을 걸었다.

마음 같아서는 세종시 정부청사까지 6박7일의 도보행진에 참여하고도 싶었지만, 내 나이와 건강치 못한 몸, 또 연세 아흔이 넘으신 노모를 모시고 사는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또 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동지들이 걱정과 만류를 하면서 6일 오전의 도보행진 참여를 고마워했다.

6일 오후 해미읍성 앞에서 일행과 헤어져 일단 집으로 돌아온 나는 12일 아침에는 버스를 타고 세종시를 갈 예정이다. 서산과 태안에서 2500여 명의 어민들과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이 세종시 전부청사 앞에 차량으로 집결한 다음 도보행진을 한 일행과 합류하여 가로림만 조략댐 반대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각에도 20~30여 명의 어민들과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은 도보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천안을 지나고 있다는 전언을 들었다. 발이 부르트고 발톱이 빠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미안하기 그지없다.

요즘은 오후 걷기운동을 하면서 묵주기도를 할 때마다 그들을 기억하곤 한다. 그들이 아무 탈 없이 12일 오전에는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 잘 도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이 글을 마치면서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가 지난 6일 오전 서산시청 앞에서 가진 6박7일 도보행진 출정식에서 발표했던 '출정선언문'을 소개한다.
 
지난 6일 서산시청을 출발하여 6박7일의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 어민들과 함께 나도 서산시청에서 해미읍성까지 30리 길을 걸었다.
▲ 도보행진 첫날 지난 6일 서산시청을 출발하여 6박7일의 도보행진을 시작한 ‘가로림만조력댐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연대회의’ 회원들, 어민들과 함께 나도 서산시청에서 해미읍성까지 30리 길을 걸었다.
ⓒ 이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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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도보대행진 출정선언문
 지난 2006년부터 가로림만을 조력발전 댐으로 틀어막으려는 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한 이후 8년여 동안 우리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싸워왔습니다. 그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맡겨둔 귀중한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가로림만 갯벌을 지금의 상태 그대로 지키고 가꾸어 우리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주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었습니다.
야만적인 토건 자본과 개발논리에 경도된 정책입안자, 또 그에 기생하는 탐욕스러운 무리들이 당장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언제까지나 여기 대한민국에 살아갈 우리 인간들의 삶의 터전, 땅과 바다, 산과 강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한 예를 우리는 무수히 보았습니다. 당장 가까운 예로 4대강이 그러하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며 강행되는 밀양 송전탑 공사와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또한 그러합니다.

최근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과 포스코, 대우, 롯데 등 토건기업들이 모여 만든 '가로림조력발전 주식회사'는 산업통상지원부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습니다. 결국 서부발전과 토건마피아들은 생태계 파괴와 마을 공동체 붕괴를 가져올 조력발전댐 건설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저들은 돈으로 사람을 사고 거짓말로 주민들을 현혹하며 폭력과 협박으로 우리를 주저앉히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굴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어민 4천여 명의 생계 터전을 포기할 수 없음이 하나요, 정부 조사에서도 줄곧 그 가치가 전국 1위를 차지한 갯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들이 내세우고 있는 조력발전댐 건설의 이유 몇 가지가 우리의 삶과 자연환경을 지킨다는 근본적인 가치보다 더 소중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싸우겠습니다. 우리는 돈으로 사람을 살 수도 없고, 거짓말로 주민들을 현혹하지도 않으며, 폭력으로 저들을 주저앉히지도 않겠습니다. 그러나 내 시간과 몸을 희생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려합니다.

그 하나의 투쟁 방식으로 지난 2012년 2월, 우리는 서산에서 과천정부청사에 이르는 수백리 길을 직접 걸은 바 있습니다. 돈과 힘이 아닌 몸과 마음을 바친 그 싸움의 결과로 그해 4월에 환경영향평가서 반려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작은 승리에 안도한 시간은 짧았습니다.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고 저들은 우리를 다시 길 위로 불러 세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마지막에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 굳게 믿으며 세종정부청사로 향하는 6박 7일의 제2차 도보대행진에 나섭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분들께 가로림만 조력댐 계획의 부당함을 알리겠습니다. 저희가 디디는 걸음걸음마다 애타는 어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시고, 뭇 생명들의 절규를 생각하시어 큰 관심과 응원을 보내 주실 것을 모든 국민들께 부탁드립니다.

이 길의 끝에서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내겠습니다.

                                    2014년 3월 6일
                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서산태안 연대회의   

               


태그:#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 반대, #서산태안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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