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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0일 폭설로 무너진 공장 지붕에 깔려 사망한 김대환 군의 빈소. 찾아오는 이 없이 유족들만 넋을 놓고 있다
지난 2월 10일 폭설로 무너진 공장 지붕에 깔려 사망한 김대환 군의 빈소. 찾아오는 이 없이 유족들만 넋을 놓고 있다 ⓒ 박석철

지난 10일 오후 10시 19분께, 폭설로 울산 북구 농소동 '금영ETS' 공장 지붕이 무너져 야간작업을 하던 현대공고 실습생 3학년 김대환(19)군이 숨졌다. 하지만 이후 보상 협상 등이 진행되지 않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와 관련, 각계에서 진상 규명과 회사·학교 측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관련기사: <공고생과 대학생, 죽음 이후 '대접'도 달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7일 오전 11시, 북구 연암동에 있는 금영ETS 공장 앞에서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사과와 책임을 요구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성명을 내고 회사 측은 물론 관계 당국, 학교 측의 안일한 자세를 지적했다.

유족들, 목격자 찾으며 스스로 진상 규명 나서

현대공고 3학년 실습생 김대환 군이 일하고 있던 북구 농소동 '금영ETS' 공장 지붕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은 지난 10일 오후 10시 19분쯤, 119구조대는 사고 발생 20여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김대환 군의 부모는 아들의 사망소식을 사고 발생 1시간 30여 분 뒤인 밤 11시 45분 쯤 들었다. 유족들은 "좀 더 일찍 연락이 왔더라면 아들의 임종이라도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또한 사고가 난 후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인 20여 분 동안 어떤 구급활동이 이루어졌는지 관계 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김대환 군 유족 측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사망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회사 측에 정확한 사고경위를 물었으나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직접 119 구조대를 찾아 사태를 파악했다. 또한, 사고가 날 당시 작업을 같이했던 노동자들을 수소문 끝에 만나 사고경위와 후송과정을 확인했다.

유족 확인에 따르면 김대환 군은 지붕이 무너져 내려 깔린 후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당시 옆에 있던 동료는 김군의 손을 잡고 애태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가 구급차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에 이송했으나 결국 김 군은 병원에 도착한 후 숨졌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사무국장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버거운 유족들이 스스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사고발생 후 2월 12일 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유족과 함께 고용노동부 울산지청과 울산교육청을 항의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 당시 고용노동지청은 '근로기준법상 야간노동 금지대상이 아니다'라며 교육청에 책임을 넘겼다"며 "김대환군의 사망원인은 현장실습생에게 야간노동을 시켰다는 것, 그리고 폭설이 내려 사고위험이 높은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했다는 것인데, 고용노동지청의 태도에 참으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따라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 작업중지를 위반한 금영ETS와 원청인 현대밋션, 실습생 관리를 소홀히 한 현대공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졸업식 때 애도 행사 요청했으나 학교가 묵살"

 지난 10일 폭설에 따른 지붕 붕괴사고로 사망한 현대공고 실습생 고 김대환 군의 빈소에 졸업장이 높여 있다.
지난 10일 폭설에 따른 지붕 붕괴사고로 사망한 현대공고 실습생 고 김대환 군의 빈소에 졸업장이 높여 있다. ⓒ 박석철

한편, 학교 측은 김대환 군 사망사고 2일 뒤 열린 졸업식때 김군을 위한 애도행사를 요청했으나,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공고 학생들에 따르면, 친구들은 졸업식 때 김대환 군을 추모하는 애도시간을 갖자고 건의했으나 학교 측은 이를 일축하고 그 어떤 애도표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김대환 군의 부모는 졸업장을 학교 친구를 통해 전해 받았다.

현미향 사무국장은 "김대환 군 산재사망 절반의 책임은 현대공고 측에 있으므로 지금이라도 현장실습생에 대한 관리부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특히 학교 측도 유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가족의 소박한 요구인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김대환 군의 사망소식을 접한 많은 시민들이 애도하고 비통함을 전하고 있다"며 " 아직은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어린 현장실습생에 대한 본연의 교육과 배움의 과정은 사라지고, 자본의 착취 대상이 돼버린 결과 소중한 생명을 잃은 것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7일 오전 11시 북구 연암동에 있는 금영ETS 공장 앞에서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이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진정 어린 사과를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또한 "사고발생 직후 민주노총과 건강권대책위가 철저한 진상조사와 붕괴 우려 사업장에 대한 특별안전진단을 고용노동부에 요구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회사 측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다.

한편 김대환 군 사망사고가 난 후 일주일 뒤인 지난 17일 인근 경주 마우나리조트에서 지붕 붕괴사고가 발생해 대학 신입생 9명과 이벤트 회사직원 1명 등 10명이 사망하는 등 1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다음날인 18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은 "희생자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부상자 치료, 장례 보상 등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김 군 장례식장과 크게 멀지 않은 북구 21세기병원에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차례로 방문해 조문했다.

하지만 김대환 군 빈소가 차려진 북구 울산장례식장에는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만 조문을 다녀 간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 폭설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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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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