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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9일 오전 10시 33분]

경주 리조트 참사 속보를 전하고 있는 이현주 아나운서.
 경주 리조트 참사 속보를 전하고 있는 이현주 아나운서.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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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9시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 리조트 내 강당(체육관)이 붕괴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헌재 구조대가 출동 중이며 인명피해 여부와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정확한 소식은 들어오는 대로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17일 오후 9시 45분께, KBS <뉴스9> 이현주 아나운서가 지상파 뉴스 최초로 경주 리조트 참사 소식을 전했다. YTN 등 인터넷 속보가 뜬 지 15분 만이었다. SBS와 MBC가 메인뉴스를 오후 8시대로 옮긴 데 따른 어부지리였을까. <뉴스9>은 이후 두 차례 이현주 아나운서의 멘트와 기자와의 전화 통화로 참사 소식을 짧게 전했다. 

<뉴스9>이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시청률 인상 요구 내용을 전하고 있다.
 <뉴스9>이 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시청률 인상 요구 내용을 전하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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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미흡했던 지상파 3사의 경주 리조트 참사 속보

하지만 이후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KBS에서 제대로 된 속보를 접하기까지 무려 1시간여나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각 KBS1는 정규방송인 <가요무대>를 그대로 방영했고, 10시 40분이 되어서야 스튜디오 앵커와 보도국 기자가 자리해 속보를 내보냈다. 케이블 보도채널 YTN이 9시 50분부터 속보체제에 돌입, 지속적으로 참사 소식을 전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반면 MBC와 SBS는 자막을 통해 속보를 전한 뒤, 각각 드라마 <기황후>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방영되던 오후 10시대에 5분여의 속보를 편성했다. KBS2는 새롭게 시작한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를 2회 연속 방영했다. 

한줄 속보로 참사 소식을 접한 피해자 가족은 물론 다수 시청자들이 안타까움과 혼란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 5분 여의 속보 편성 이후, 드라마와 예능, 올림픽 중계로 일관한 지상파 방송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SNS 사용자들의 실시간 반응은 이런 혼란과 불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경주리조트 붕괴사고가 났는데 MBC는 무슨 아이스댄스 중계, KBS1,2는 봅슬레이와 컬링. SBS만 속보 띄우고 해주네. 인간적으로 KBS 두 개 중 하나는 속보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MBC야 이미 쓰레기된 지 오래라 기대도 안하지만." (@Ch*********)

"사고난 시점에 KBS는 간략하게 재난방송 속보만 띄우고는 계속해서 올림픽중계를 내보냈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재난사고를 무시하고 공영방송으로써 책임을 망각하고 올림픽중계나 내보내는 KBS는 수신료를 반환해라~!!" (@do********)    

"속보가 두렵다.. 제발.. 죽지마.. 이런 XX KBS. 뉴스에서 소치만 연속으로 말하면서 속보는 자막으로 내보내는 거냐 늬들이 지정신이냐. 소치가 눈에 들어 오냐 이 상황에." (@fi********)

"경주리조트 붕괴사고... 속보체제 전환은 YTN이 빨랐고 HD급 현장화면 입수(자체촬영)는 KBS가 빨랐고 현장생중계는 뉴스Y(연합뉴스)가 먼저 하는듯..." (@li***)

수신료 올려달라는 KBS, 과연 자격이 있을까

경주 리조트 참사에 대한 자막 언급 없이 <힐링캠프> 이상화 편을 내보낸 SBS.
 경주 리조트 참사에 대한 자막 언급 없이 <힐링캠프> 이상화 편을 내보낸 SBS.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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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은 이후 <뉴스라인>을 앞당겨 편성, 오후 11시 15분부터 경주 리조트 참사 속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가요무대> 방영을 마치고 평소 시간보다 이르게 방송했지만 YTN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늦은 대응이었다. 이후 KBS1은 소치 동계올림픽 중계방송과 뉴스특보를 번갈아 가며 편성했다.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1시간 간격ㅇ로 20~30분간 뉴스 특보가 나갔고 오전 5시에는 특집 뉴스광장을 편성해 인명 피해 상황을 전했다.

한편 SBS는 이상화 선수를 출연시킨 <힐링캠프>를 풀타임으로 방송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70분이 넘는 방영 시간 내내 리조트 참사에 대한 자막 한 번 내보내지 않아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후 SBS는 MBC, KBS2와 마찬가지로 소치 동계올림픽 중계를 모두 마친 오전 5시께부터 본격적인 속보 방송을 내보냈다.

이번 경주 리조트 참사를 보도하는데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역시나 보도채널인 YTN이었다. 반면 지상파 3사들의 대처는, 올림픽 중계 계약이 걸려 불가피했다고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KBS의 대응은 공영방송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YTN 등 케이블 채널이나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기 힘든 시청자들이 과연 이러한 KBS를 믿고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수 있을까.

한편 이날 <뉴스9>에서는 경주 리조트 참사 속보를 방송하기 전 '한류 재도약 위해 수신료 현실화 추진'이란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류 재도약을 위해 방송사의 재원 확충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뉴스9>는 "수신료를 현실화하면 공영방송의 재원이 늘어나고, 축소된 KBS의 광고가 다른 방송사로 옮겨가 제작 역량이 강화된다"고 보도했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던 시각, 발 빠른 속보도 내보내지 못하는 공영방송 KBS. 과연 수신료가 인상된다면 강화된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죽어가는 현장 소식은 제때 알려 줄 수 있을까.


태그:#KBS, #경주리조트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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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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