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겉그림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책겉그림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 중앙북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상위권을 유지하는 북유럽 아이들의 교육 경쟁력은 학교 공간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가 집보다 더 편하고 좋다는 그곳 아이들은 학교를 배움의 장소이자 놀이의 장소로 생각한다."(43쪽)

김경인의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에 나오는 내용이다.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식 자녀 교육법과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들의 교육방침에는 엄격한 통제와 훈육 대신에 정서적인 교감과 소통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게 공간의 변화다. 이른바 직각형의 콘크리트 건물에다 일직선상에 놓여 있는 복도와 일렬로 줄 지어 있는 책걸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말이다. 그들에겐 테라스와 카페테리아와 토론장과 공연장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는 어떤가? 지금이나 40년 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곳이 대다수다. 집은 하루가 멀다하고 편하고 안락하게 짓고 있는데, 학교 건물만은 여전이 답답하고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만큼 환경이라는 '숲'보다는 성적이라는 '나무'에만 매달리고 있는 교육풍토이지 않을까?

김경인 공학박사가 2008년부터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한다. 학교의 구조물과 환경만 바꿔줘도 학생들은 그만큼 학교에 가고 싶고, 머물고 싶고, 또 친숙해질 수 있다는 뜻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바꾼 건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 새롭게 탄생한 '신경건축학'을 토대로 학교 공간이 학생들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검토한 뒤에 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재료의 질감과 색감까지도 철저하게 검토하여 준비했던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게 있다. 그 하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공간은 어른들의 취향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탁 트인 공간을 원하지만, 아이들은 자기만의 비밀스런 공간을 원하고, 그걸 통해 나름대로의 안정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상상력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가 있다면 그것이다. 유럽의 학교들이 직선보다는 곡선에 중점을 두고 건축술을 연출한다는 것 말이다. 도서관 하나를 지을 때도 자연미가 주는 곡선미의 평온함을 충만하게 반영토록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갖가지 창의성을 나타내고,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소통의 길을 엮어 나간다고 한다.

책 속에 든 세 학교의 모습 맨 위쪽이 핀란드의 '야르벤파' 고등학교다. 그 내부의 아레나는  카페테리아 토론장 공연장 등 다목적 용도로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아래 왼쪽은 교내 전체를 정원처럼 꾸민 '동산초등학교' 모습이고, 그 오른쪽은 밋밋한 복도가 화사하게 살아 난 그래서 그 학교의 랜드마크가 된 '광주여자고등학교'의 모습이다.
책 속에 든 세 학교의 모습맨 위쪽이 핀란드의 '야르벤파' 고등학교다. 그 내부의 아레나는 카페테리아 토론장 공연장 등 다목적 용도로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아래 왼쪽은 교내 전체를 정원처럼 꾸민 '동산초등학교' 모습이고, 그 오른쪽은 밋밋한 복도가 화사하게 살아 난 그래서 그 학교의 랜드마크가 된 '광주여자고등학교'의 모습이다. ⓒ 중앙북스

"대청중학교는 학교도서관을 바꾸고 나서 아이들의 책 대출 횟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신선초등학교 역시 도서관이 개선되자 아이들의 독서량이 평균 30% 정도 증가했단다.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도 0%를 달성했다고 한다.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아이들도 책을 많이 읽게 되고, 공부하는 습관 역시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이다."(219쪽)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시행한 이후에 바뀐 여러 학교의 풍토를 전해주는 내용이다. 2008년 5개 학교를 시작으로 2013년 총 55개 학교의 유휴 공간을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행복을 낳는 공간을 만든 것도 바로 그런 즐거운 소식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가운 소식이 있다고 한다. 공간의 치유를 통해 대한민국 교육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더 이상 사업 보조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학교가 생겨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물론 삭감된 예산보다 더 걱정인 것은 삭막한 학교 환경을 그대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을까? 학부모는 생계유지와 자녀 교육비를 마련코자 생업에 열심이고, 대신에 자녀들의 교육은 학교와 학원이 책임져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 말이다. 그것이 지난 40년 세월 동안 학교가 변하지 않는 이유이지 않을까?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학부모들이 바뀌어서, 정부와 교육계가 변하도록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공교육이 바로 서도록 학교 건물과 환경을 바꾸도록 말이다. 학교가 집보다 더 편하고 좋은 곳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 교육풍토는 바뀔 거라고 말이다.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지금의 학교를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 - 긍정의 건축으로 다시 짓는 대한민국 교육

김경인 지음, 중앙books(중앙북스)(2014)


#김경인의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신경건축학#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