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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의 막이 오르며 정치권은 '입법 전쟁'에 돌입했다. 여야는 6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4월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판단에, 2월 임시국회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생색 낼'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발의한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료 영리화 논란을 촉발시킨 '서비스발전법 제정안'과 관광숙박 시설의 입지 제한을 완화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모두 민주당은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힌 법안이다. 더불어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휴대폰 감청설비를 의무화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견인 반면 민주당은 감청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여야 간 첨예한 대립을 벌이게 될 2월 국회의 쟁점 법안을 살펴보았다. 정부·여당과 야권이 각각 어떤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들어본다. [편집자말]

지난해 연말 한국철도공사의 수서발KTX 법인 설립을 놓고 철도민영화 논란이 확산되는 동안 박근혜 정부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의 불씨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11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과 14일 발표한 4차 투자활성화대책이 그것이다. MB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서 이름만 바꾼 '정상화 방안'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개선해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취지였지만, 공공기관의 실적개선은 곧 국민적 부담 증가로 파급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추구를 허용한 4차 투자활성화대책은 철도노조의 파업 종료 이후 곧바로 의료영리화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의료법인에 영리추구 권한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 있었지만, 이를 허용했을 경우 국민건강보험으로 구축된 의료의 공공성 침해 우려로 번번이 사회적 반대에 부딪쳐 좌절됐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영리를 추구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결국 의료 영리화의 우회로를 열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기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법안이 바로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지원을 강화하려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11년 기획재정부에서 입법을 추진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18대 국회 마감과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러자 기재부는 이 법을 약간 수정해 19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서비스업을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이라고 규정하면서, 대통령령에 따라 의료산업 분야도 서비스업으로 지정해 법률에 영향을 받도록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의료산업이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면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 따라 각종 사업계획 수립이 가능해진다. 의료법인은 자회사를 통해 의료기기 구매,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 환자 유치, 의약품, 화장품, 건강식품 의료기기 개발 등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원격진료 도입을 통해 오지의 낙후한 지역까지 의료서비스를 확충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도 창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는 이러한 방안들이 대부분 결국 의료법인의 영리화로 이어지고, 그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료영리화' 비판에 방패부대

 노동, 보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 보건,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의료영리화 논란의 분수령이 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놓고 다시 한 번 크게 격돌할 조짐이다. 우선 정부의 법 통과 요구가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한 5대 유망 서비스 업종 중 하나로 '보건·의료' 분야를 꼽았고, 바로 그 다음날 새누리당 소속 의원 및 당협위원장과의 만찬에서는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라면 의료와 관계된 여러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 차례나 4차 투자활성화대책 시행을 위한 법안 처리를 주문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법안을 2월 임시국회 최우선 처리법안으로 선정하는 등 정부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이 법안을 놓고 '의료민영화', 또는 '의료영리화'라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을 적극 방어하고 나섰다.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불거졌던 철도민영화 논란처럼 '민영화'나 '영리화' 문제제기를 '괴담'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또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도 유사한 정책이 시행됐음을 제기하며 야당의 공세를 받아치고 있다.

안종범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민영화와 전혀 관련이 없다, 추호도 그렇게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의료 서비스산업 강화도 공공성 확보가 전제되는 한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협회가 걱정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국민이 얼마나 더 좋아질지를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라며 "의료 공공성 확보는 가장 기본으로, 의료 서비스가 개선되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부의장은 민주당이 의료민영화의 핵심으로 규정하는 원격진료와 관련해 "산골벽지에 계신 노인분들께 의료 서비스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원격의료를 통해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라며 "국민을 위한 서비스 증진 차원에서 믿고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의료민영화'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법안처리를) 한 후 민영화 조짐이 있다면 그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의료 법인 자회사, 원격 진료는 병원비가 더 비싸지는 것도 아니고 의료를 민영화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민영화 주장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알면서 이를 다가오는 지방선거나 자기 정략에 사용하기 위해 급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얼굴 바꾸기가 도를 넘고 있다"라며 "의료 영리화는 현재 민주당의 의료영리화 저지특위 위원장인 김용익 의원이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진두지휘했던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원안 통과 불가 방침... "원격의료 실효성 없다"

 원격진료, 의료민영화일까 아닐까.
원격진료, 의료민영화일까 아닐까. ⓒ 고정미

민주당은 이 같은 정부와 여당의 방침을 사실상 '의료영리화' 추진이라고 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2월 임시국회 최우선 처리법안으로 제시하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의료 영리화 정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철도나 의료 부문의 공공성은 함부로 내던져선 안 되는 가치"라며 "당에서 '의료 영리화 저지 특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대표의 발언 직후 김용익 의원을 위원장으로 '의료영리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김 의원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과 부대사업 전면 확대,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영리 법인약국 설립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일련의 모든 정책이 모두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의료비 상승을 유도하며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의 몰락을 초래할 위험한 정책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에서 의료영리화를 추진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의료영리화는 어떤 정부에서 해도 나쁜 정책"이라며 "다만 영리화 범위에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의료와는 분리돼 있었다, 진료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되면 과잉진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의료영리화 정책이 있었지만 환자 진료와는 거리를 두었다는 말이다.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의약품 개발 판매, 화장품 개발 판매, 의료기기 판매, 건강식품 판매 등은 의료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으로, 진료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되면 과잉진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최근 의료영리화 논란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원격의료와 관련해 "정부가 원격의료 추진을 위해 임상시험 등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경제성도 애초 정부 발표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지난 11일 공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2013 원격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당뇨·고혈압·대사증후군 재진환자 3447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원격의료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양측이 극한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회부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민주당의 법안 반대 방침이 명확한 가운데 이 법안을 가장 먼저 심사해야 할 소위의 위원장을 김현미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원안 그대로 소위를 통과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새누리당의 마지막 카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지만 이것 역시 여론 악화의 부담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민영화#의료영리화#민주당#새누리당#김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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