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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 50분, 울산광역시 울주군 웅촌면의 페인트 세척업체 태성산업에서 노동자 2명이 유해발암성 물질인 염화메틸렌 가스에 중독돼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루 뒤인, 12일 오전 10시 45분, 1주일 전 폭발사고가 났던 전남 여수시 신월동 한화 여수사업장에서 사고 조사를 벌이던 중에 또다시 화학물질 폭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 등 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또 바로 그 다음날인 13일 오후 1시경 이번엔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빙그레 제2공장에서 암모니아 탱크 배관이 폭발, 사고대비물질인 암모니아 가스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노동자 3명이 다쳐 병원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실종됐던 1명은 수색 결과 숨친 채 발견되었다.

연이은 화학물질 사고,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처럼 연달아 새고 터지는 화학물질 사고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번 빙그레 암모니아 폭발 사고 장소는 서울 근교인 남양주시, 그것도 공장 20미터 거리에 아파트 600세대가 살고 있고, 1킬로미터 안에는 학교, 주택 수백 채가 있는 인구 밀집지역이다.

1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빙그레 제2공장에서 5t짜리 암모니아 탱크 배관이 폭발, 암모니아 가스가 유출되고 있다. 사진은 폭발 충격으로 쓰러진 액화질소 탱크로 다행히 폭발하지는 않았다.
 1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빙그레 제2공장에서 5t짜리 암모니아 탱크 배관이 폭발, 암모니아 가스가 유출되고 있다. 사진은 폭발 충격으로 쓰러진 액화질소 탱크로 다행히 폭발하지는 않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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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는 암모니아 유출을 확인한 뒤에도 직원들만 대피시킨 채 2시간 넘도록 신고 없이 자체 복구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사고 원인은 암모니아 냄새를 희석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늑장 초동 조치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빙그레 측은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여 모든 책임을 지고 피해보상 등 유족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겠다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구미와 화성 불산누출사고에서 보여주었던 휴브글로벌과 삼성 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본 학습 효과일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조치다. 덧붙여 빙그레 측은 초기 유출 확인시 신고치 않고 무리하게 수습하려했던 조치에 대해 유가족과 지역주민에게 공식사과해야 할 것이다. 화학물질 사고 신고와 관련 현행법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40조에 사업주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신고를 늦게 해도 처벌은 없고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그치고 있다.

이에 작년 한해 사회 각계각층의 법개정 요구로 내년부터는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 44조에 의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인명이나 주변 환경에 피해가 없어도 관련 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하며 처벌 또한 강화되어 6개월 이하 징역,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빙그레만 알았던 '암모니아 누출 2시간'

사고대비물질
급성 독성·폭발성 등이 강하여 사고 발생의 가능성이 높거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그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화학 물질. 정부는 대비·대응계획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물질을 사고대비물질로 정하여 화학물질관리법 상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암모니아 가스는 인체 내에서 산으로 변해 독성이 발생, 소량만 흡입해도 위험하다. 노출시 눈과 점막 등 피부를 심하게 자극하고 흡입량이 많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또한 폭발성이 있어 취급을 주의해야 한다.

공기보다 가벼워 빠른 속도로 주변에 퍼지기 때문에 주변 주민들의 건강상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있는 사고대비물질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사고대비물질은 총 69종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10분의 1인 수준이다.

유출 사실을 빙그레 측 말고는 아무도 몰랐던 2시간 동안 이처럼 위험성이 큰 사고대비물질이 어떠한 피해를 가져왔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남양주시와 소방당국은 늦었지만 사고 발생 반나절이 지나서야 안내방송을 통해 제2공장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을 대피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만약, 유출량이 더 많았거나 암모니아가 아닌 더 유독성이 강한 물질이 유출되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 주민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지역주민들이 남양주시 도농동 344-3번지 빙그레 2공장에 어떤 화학물질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평소 우리지역 주변 어떤 공장에서 어떤 물질을 쓰고, 그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인지, 사고발생 시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고, 주민들의 두려움은 해소될 것이다.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유해화학물질들

ⓒ 일과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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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2011년 환경부 조사 결과를 보면 빙그레 공장엔 암모니아에 대한 보고가 따로 없다. 생산 공정에 꼭 들어가야 할 물질인데도 불구하고 보고에 빠져 있는 것이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1만6547개 기업체 중 86%인 1만4225개 기업이 자신들이 취급하는 화학물질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는 92.5%가 화학물질 비공개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취급량이 적다는 이유로, 사고대비물질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은 채 우리 주변에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보다 기업 비밀이 우선시 될 수 없음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화학물질관리와 사고 예방과 대책 마련의 출발은 화학물질정보를 제대로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전세계 화학물질관리방안 중 주민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민발의 65호나 캐나다 토론토의 지역사회알권리 조례안에서 볼 수 있듯, 지역주민이 화학물질정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어느 정도 지역 사회에 참여하느냐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화학물질 감시단'에 참여해주세요
'일과건강'은 관련하여 작년 상반기부터 미국 의회가 1986년 제정한 '응급계획과 지역사회 알권리법' 내용에 주목하고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국내외 법안을 비교검토 한 결과 화학물질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역주민 알권리 보장'이 가장 중요한 단계임을 인식하였다.

이에 민변 변호사들과 총 5차례에 걸친 내부 워크숍과 1차례의 '2014 노동자 건강권 포럼'을 통해 법제도 개선안으로는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법안'을,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화학물질관리 대책활동 방안으로는 '화학물질 감시단 활동안'을 마련하였다. 마련된 법안은 3월 20일 국회공청회를 통해 상반기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공동발의하고 의견을 모아 입법추진될 예정이다.

오는 21일 오후 3시, '화학물질 감시단(가칭) 발족을 위한 참여단체 간담회가 일과건강 회의실(녹색병원 7층)에서 열릴 계획이다. 발족 이후에는 우리 주변 사업장의 '화학물질 정보공개 청구운동'을 중심으로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국민캠페인을 시작하려 한다.

덧붙이는 글 | 현재순 기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 상근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일과건강>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빙그레폭발, #암모니아, #화학물질사고, #일과건강, #사고대비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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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건강 기획국장으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장이며 안전보건 팟캐스트 방송 '나는무방비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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