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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폴크스바겐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인 엑스엘1(XL1). 1리터로 최대 111.1킬로미터를 달릴수 있는 '1리터의 차'로 알려져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인 엑스엘1(XL1). 1리터로 최대 111.1킬로미터를 달릴수 있는 '1리터의 차'로 알려져있다. ⓒ 오마이뉴스 김종철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 임시로 설치해 놓은 조그마한 무대 위에 자동차 한대가 올라서 있었다. 폴크스바겐코리아가 독일에서 직접 들여온 '엑스엘 1(XL1)'이다. 이 차는 '1리터의 차'로 불린다. 단지 1리터의 연료만으로 1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 쪽에선 '꿈의 자동차'라고 불렀다. 1리터의 연료를 소비하는 차를 만드는 것이 자동차 회사들의 꿈이었고, 현실이 됐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장에 나온 XL1은 마치 우주선을 떠올릴만큼 독특한 모습이었다. 100여 명에 달하는 국내 취재진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또 주변 청계천을 지나던 일반 시민들도 처음 보는 자동차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자신의 휴대폰에 XL1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40대 한 여성은 "무슨 차인데 저렇게 생겼느냐", "실제로 움직이느냐" 등 기자에게 물어오기도 했다. 그에게 "1리터 경유 넣고 1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차"라고 했더니, "정말이냐"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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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의 XL1은 어떻게 1리터의 연료로 1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을까. 폴크스바겐 쪽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다. 우선 이 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자동차의 심장이 불리는 파워트레인이 전기모터와 2기통짜리 티디아이(TDI)엔진으로 돼 있다. 전기모터만으로 배기가스 배출 없이 5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고 했다. 폴크스바겐 쪽에선 "전기모터와 함께 단 1리터의 연료로 최대 111.1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폴크스바겐 쪽은 연비를 올리기 위해 자동차에 할 수 있는 기술은 거의 다 적용하다시피 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자인을 돌고래 형상으로 만들었고, 으레 자동차라면 있어야 할 운전석 옆 거울(사이드미러)도 없앴다. 운전석 등 차 문 역시 위아래로 열리도록 했고, 뒷바퀴는 아예 커버를 씌워 잘 보이지도 않았다. 두 사람만이 타도록 만들어진 데다, 차체도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소재로 돼 있다. 차 무게가 795킬로그램에 불과하다.

폴크스바겐코리아의 토마스 쿨 사장은 "(XL1은) 세계최고 연비의 자동차 개발을 향한 폴크스바겐 엔지니어들의 꿈이 완성시킨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독일 본사에서 XL1 3대를 직접 들여와, 서울을 비롯해 인천, 부산 등 전국 9개 도시에서 실제 주행모습을 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XL1은 10일 서울 광화문일대서 주행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돼 제대로 된 주행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전기모터의 배터리 충전이 해결되지 않자 보험사 긴급출동까지 부르는 일이 벌어졌다.
폴크스바겐 XL1은 10일 서울 광화문일대서 주행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돼 제대로 된 주행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전기모터의 배터리 충전이 해결되지 않자 보험사 긴급출동까지 부르는 일이 벌어졌다. ⓒ 오마이뉴스 김종철

이날 회사 쪽은 언론에 서울 광화문 일대를 달리는 모습을 공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XL1은 이날 제대로 주행조차 하지 못한 채 외관 공개로 행사를 마쳤다. 이유는 XL1의 배터리가 방전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침에 차의 히터스위치가 켜 있어서 (차가) 방전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충전을 시작해야 차가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 취재용 촬영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1리터 111킬로미터 연비, 혁신인가-과장인가

자동차 업계 일부에선 XL1의 연비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크스바겐 쪽이 공개한 차량제원에 따르면 전기모터로만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50킬로미터다. 여기에 10리터 연료를 넣고 최소 5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돼 있다. 결국 전기모터로 처음 50킬로미터를 달리고, 나머지는 경유로 달리게 되면 1리터의 연료로 1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린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셈법은 과거 2009년 미국 지엠(GM)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볼트'를 내놓으면서 썼던 것과 같다. 당시 프리즈핸더슨 회장은 "볼트는 휘발유 1리터로 98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첫 64킬로미터를 이미 충전한 배터리로만 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비 과장' 논란에 휩싸였다.

이대로라면 폴크스바겐의 XL1도 실제 연료효율은 배터리 충전을 통한 50킬로미터를 뺀 1리터당 50킬로미터 주행이어야 한다는 것. 물론 현재의 경유차 기술로 1리터당 50킬로미터 주행을 할 수 있는 차는 XL1이 거의 유일하다. 그만큼 연료효율면에선 큰 발전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철저히 연비혁신을 위해 제작된 XL1을 갖기 위해선 1억6000만 원(유럽출시기준)에 달하는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 폴크스바겐은 250대 한정판으로 유럽시장에 내놓는다.  XL1이 분명 연비혁신을 이룬 자동차임에는 분명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꿈의 자동차'를 직접 경험하기란 당장은 '꿈'일 가능성이 크다.

 폴크스바겐의 엔지니어가 XL1의 배터리 방전으로 제대로 주행을 하지 못하자 긴급 점검에 나서고 있는 모습.
폴크스바겐의 엔지니어가 XL1의 배터리 방전으로 제대로 주행을 하지 못하자 긴급 점검에 나서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김종철



#꿈의자동차#폴크스바겐#X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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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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