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리스도교의 핵심적 존재가치는 '빛과 소금'이다. 세상 안에서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명제는 성경 안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교회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때 신자 개개인은 능히 구원의 문에 도달하고, 교회도 인간세상의 나침반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생겨났고, 예수님을 머리로 하는 지체다. 당연히 예수님의 가르침과 삶이 집약된 '복음'을 거울삼아야 한다. 복음에 제시된 길을 따라 예수님을 추종하는 삶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바른 모습이다.

복음 안에 제시된 길을 이 세상에 구현하려는 것을 우리는 '복음정신'이라고 한다. 복음정신은 당연히 복음적인 삶을 이끌어 낸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오른쪽)과 정진석 추기경이 13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앞마당에서 열린 염 대주교 추기경 서임 환영식에서 성호경을 긋고 있다.
▲ 성호경 긋는 염수정-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오른쪽)과 정진석 추기경이 13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주교관 앞마당에서 열린 염 대주교 추기경 서임 환영식에서 성호경을 긋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눈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고, 예수님의 마음을 닮으려고 힘써야 한다. 세상 사물을 예수님의 눈으로 보며 판단하려는 태도를 기본적으로 지녀야 한다. 예수님은 이 일을 어떻게 보실까? 예수님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시고 어떻게 행동하실까? 이런 '내적질문'은 그리스도교 신앙인에게 매우 긴요하다.

더불어 예수님의 마음도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이 명확하게 드러내 보여주신 마음들 중에는 연민도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복음 안에서 예수님께서 눈물 흘리시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예수님의 '측은지심'을 접할 수도 있다.

예수님의 눈을 지니고 예수님의 마음을 닮고 본받아야 함은 성직자나 평신도나 마찬가지다. 사실은 성직자에게 그것은 더욱 중요하다. 성직자는 가르치는 위치에 있고,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성직자를 보고 그대로 따르는 신자들도 많다는 것을 항시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예수님의 눈을 갖지 못한 성직자도 있을 수 있고, 예수님의 마음과는 동떨어진 매정한 마음이나 굳어진 생각을 지닌 채 살아가는 성직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런 현상이 고위 성직자에게서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교회와 세상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은 뻔한 일이다.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의 의미심장한 움직임 한 가지가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우리나라에도 새 추기경이 탄생하리라는 예견 속에서 생겨난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구이며 대표격인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이 유력하다는 전망 때문에 촉발된 일이기도 하다.

한국사회는 지난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 아래서 심각한 민주주의 퇴보를 실감했다. 국민 혈세를 탕진하면서 국토를 파괴하는 만행적인 4대강 토목공사를 지켜보아야 했고, 국민을 속이는 엄청난 수많은 거짓들 앞에서 한숨을 쉬어야 했다. 이명박 정권이 감행한 방송 장악의 실효로 말미암아 진실 보도가 사라진 언론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을 이어받은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를 더욱 훼손하고 압살하는 식의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 부정선거로 탄생한 정권인데다가 과거 유신독재정권의 혈통을 이어받은 '신유신정권'이기에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인 것 같다.

이런 참담한 상황 속에서 천주교 신자들은 침묵만 하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가톨릭농민회, 우리신학연구소,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천주교 인권위원회,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 천주교정의구현목포연합 등으로 구성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을 중심으로 '시국선언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9월 1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첫 기도회를 열었다.

이 기도회를 계기로 한국천주교 평신도들의 힘과 의지를 더욱 확대시키고 결집시킬 수 있는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을 결성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곧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세부적인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지난해 12월 23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거행한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의 첫 시국미사를 계기로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될 수 있는 개혁적인 추기경 서임을 희망하는 청원운동을 발의, 전개하게 됐다.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벌인 추기경 서임 청원운동은 비록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더라도 교황청과 세계교회에 한국 신자들의 진심어린 육성을 전달할 수 있었고, 한국교회 전체에도 어느 정도 파장을 일으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평신도들의 이런 운동은 한국교회 안에 만연한 복음정신의 상실을 깊이 인지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고위 성직자들은 교회의 복음정신 상실 문제를 냉철한 눈으로 돌아보아야 한다. 성직자가 이념의 눈을 가져서도 안 되고 이념적인 언변을 보여서도 안 된다. 머리로만 예수님을 생각하고 입으로만 복음을 말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눈으로 사물을 보아야 하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임을 명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신학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월간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 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천주교회,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