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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신덕마을 선창가에 원유가 범벅된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이 오일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여수 신덕마을 선창가에 원유가 범벅된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이 오일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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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기름유출사고 3일째를 맞은 2일. 휴일도 잊은 채 주민과 공무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방제작업은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여수 해경은 해상에서 방제작업을 했다. 여수시는 해안가에 밀려온 원유를 제거했다.

사고는 끔찍했다. 1월 31일 오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원유하역 작업을 위해 유조선이 접안을 시도했다. 사고를 낸 배는 16만4169t급 싱가포르 선적 WUYISAN이었다.

평소와 다른 유조선... 직원들 혼비백산

평소에는 유조선 엔진이 정지된 상태에서 도선사에 의해 접안 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배는 정상경로를 이탈해 계속 돌진했다. 현장 작업자는 "TV에서 본 미국 9.11테러 모습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날 작업을 위해 현장에 있던 직원 10명은 혼비백산했다. 놀란 이들은 원유계류설비에서 육상으로 피신하다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철제계단 '워크웨이'를 건너는데 돌진하는 배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31일 오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내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원유하역 작업을 위해 접안하던 16만 4천 169t급 싱가포르 선적이 원유계류설비를 들이받아 시설이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
 31일 오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내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원유하역 작업을 위해 접안하던 16만 4천 169t급 싱가포르 선적이 원유계류설비를 들이받아 시설이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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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이 돌진해 해상 구조물인 원유계류 설비(mooring) 돌핀 3개를 부순후 화물하역라인(카고라인)을 받은후 멈춰 섰다. 사진 위쪽은 손상되지 않은 모습과 아래쪽은 배가 받아 3개가 없진 모습.
 유조선이 돌진해 해상 구조물인 원유계류 설비(mooring) 돌핀 3개를 부순후 화물하역라인(카고라인)을 받은후 멈춰 섰다. 사진 위쪽은 손상되지 않은 모습과 아래쪽은 배가 받아 3개가 없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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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곧 해상 구조물인 계류설비(mooring) 돌핀 3개를 쳤다. 이어 화물하역라인(카고라인)을 받은 후 멈춰 섰다. 이로 인해 원유라인 세 가닥이 엿가락처럼 휘었다.
회사 관계자는 "원유2부두 복구 작업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되어 생산에 차질이 예산된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방제작업을 하던 GS 칼텍스 환경팀 방제대장 남광희 부장은 "법적 사항은 아니지만 평소 자체적으로 예방 차원에서 (접안 시설에서 둘레) 4.2km까지 오일펜스를 치고 작업을 실시해 그나마 오일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유조선이 오일펜스를 밀고 오는 바람에 오일이 흘렀다, 현재 사고 후 5.2km까지 오일펜스를 설치해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 800리터 유출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회사 측 발표였느냐"는 물음에 남 부장은 "회사 측 견해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사고 후 긴급 차단밸브 후단에 있는 오일은 고스란히 바다로 흘렀다. 정확한 유출량은 조사기관이 밝힐 예정이다. 이로 인해 사고 현장에서 2.5km 떨어진 신덕마을은 직격탄을 맞았다. 마을 해안가는 원유로 뒤덮였다. 또 옅은 오일 띠는 묘도와 오동도 인근까지 퍼졌다.

기름 유출 피해 심각... 주민들 '특별재난구역 선포' 요구

접근금지라고 쓰인 원유계류설비 너머로 부서진 원유관이 바다에 쳐박혀 있다.
 접근금지라고 쓰인 원유계류설비 너머로 부서진 원유관이 바다에 쳐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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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제작업은 신덕마을 해안가에 집중되고 있다. 이곳은 사고발생 3일째인 2일에도 기름냄새 등으로 머리가 지끈 아플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신덕마을 인근 바다는 통발, 주꾸미, 바지락, 해삼, 미역, 톳 등이 풍부한 공동어장구역이지만 오일로 덮였다.

천중근 전라남도의원은 "이번 사건은 1995년 좌초한 시프린스호 사건에 비하면 기름 유출량이 적어 보이지만,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과 기름 유출량 등이 파악되지 않아 초동대처가 잘못된 듯하다"면서 "다행히 해경이 유화제를 안 쐈다고 하는데 오일펜스나 흡착포를 이용해 방제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또 "어처구니없는 사고지만, 원유부두를 갖고 있는 한 이번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으니 지자체나 기업이 반드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을 대책위원인 강중안(38세)씨는 "초기 언론보도에서 원유 800리터가 유출되었고, 현재70~80% 방제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했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제대로 보도해 달라"며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사고난 지 3일이 지났는제도 유증기 탓에 창문을 닫은 차 안에서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역겨울 정도"라며 "이곳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덕마을 대책위원인 강중안(38세)씨가 손가락 너머로 방재작업이 진행중인 바지락 양식장을 가르키며 '특별 재난구역'으로 선포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신덕마을 대책위원인 강중안(38세)씨가 손가락 너머로 방재작업이 진행중인 바지락 양식장을 가르키며 '특별 재난구역'으로 선포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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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마을주민 최상국(59세)씨는 이렇게 말했다.

"난 여태껏 여기서 크고 자랐소. 뉴스에서는 우습게 생각하는데, 저기 보시오. 기름이 '떡'이오. 우리가 보상은 받으면 얼마나 받겠소. 내 주장은 우선 바다 환경을 살려야 하지 않느냐, 이 말이요."

자원봉사 나온 GS칼텍스 설계3팀 직원은 "평소에는 회사 내에서 기름 한 방울 볼 수 없다, 이번에 일이 터졌는데 앞으로 관리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소방소 김준기씨는 "현장에 직접 와서 보니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것 같다, 종일 기름띠를 제거해도 끝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방제 현장 곳곳에서는 "흡착포가 부족하고 제 때에 공급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날 방제 인력으로 자원봉사자와 주민 등 1100여 명이 투입되었다. 만조 때는 해안가 오일제거, 간조 때는 갯가돌 닦기 작업이 이루어졌다. 여수 신덕해안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기름유출사고, #신덕어촌계, #GS칼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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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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