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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산읍내 설대목장에 가보았습니다.
 예산읍내 설대목장에 가보았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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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성큼 다가온 충남 예산 읍내 오일장에 가보았습니다.

명절이 되면 재래시장도 들뜨게 되는데요. 설을 앞두고 재래시장 상인들은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합니다. 전자 상거래 여파도 있고, 명절 전날 가까운 마트에 가서 시장을 보는 영향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오랜만에 나온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도 하고 덤이 오가는 잔잔한 정 때문에 전통시장을 다시 찾는 것 같습니다.

     설에 가족들에게 선물할 양말을 고르는 할머니..
 설에 가족들에게 선물할 양말을 고르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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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손녀에게 줄 분홍빛 어린이 양말을 사는 할머니와 설빔 양말을 사서 가방에 소중히 챙겨 넣는 할머니도 계시네요.

옛 추억과 함께 난전을 구경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예산 오일장은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 곳이랍니다. 비록 전통시장이 예전처럼 전성기를 못 누리지만 오일장의 맥을 이어오는 전통시장의 소박한 풍경과 삶의 현장을 볼 수가 있답니다.

    인근 한 농업인이 흙당근을 수레에 담아 팔고 있어요
 인근 한 농업인이 흙당근을 수레에 담아 팔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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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인근 지역 한 농업인이 경운기 뒤에 손수레를 매달고 당근을 가지고 나와서 팔고 계시네요. 주황색의 연한 당근이 빛을 발하며 손님들의 이목을 사로잡습니다. 저도 당근 주스 만들어 먹으려고 흙 당근 한 묶음에 2000원짜리를 세 다발에 5000원을 주고 샀습니다.

     봄동배추를 살피는 손님
 봄동배추를 살피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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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러 나온 아주머니가 봄동 배추에 관심을 가지며 이러지러 살펴보고 있네요.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 통에, 아주머니께 적당히 만지라고 핀잔도 줍니다.

   콩나물 한바가지에 천원 덤으로 더 주시네요
 콩나물 한바가지에 천원 덤으로 더 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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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은 덤이 오가는 정이 있는 곳이랍니다. 그런데 저는 추운 날씨에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 더 달라는 말이 조금 미안합니다.

멀린 바다 건너서 온 제주산 콜라비도 예쁜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립니다. 이웃 동네에서 원정 온 공주밤도 있고 금산의 인삼도 있습니다.

설날에 시원하고 달달한 식혜를 만들 수 있는 엿기름도 보이고, 메주, 표고버섯과 곶감도 있어요. 설날에 친지들 모여 앉아 술 한 잔 건네며 뜯을 수 있는 노가리와 마른 새우도 보이고요.

     옛날과자를 팔아요
 옛날과자를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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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가 들어간 전통 과자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다양한 과자들이 생겨나 밀려난 적도 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이 살아있는 인기 있는 과자랍니다.

올해는 사과가 풍년이라 예산 사과 한 상자에 2만 원이라고 크게 써 붙여 놓았습니다. 예산은 평야 지대라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질이 황토라 사과가 아삭거리고 맛이 좋지요.

충남 예산은 인근에 서해가 있어서 바지락이나 조개 꽃게 등 싱싱한 해산물이 많이 나옵니다. "서울에 아들이 셋이나 사니까 내 얼굴은 찍지 말어"하는 생선장사 할머니의 말씀에 가슴이 울컥합니다.

   가오리를 흥정하는 손님
 가오리를 흥정하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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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엎드려 가오리를 들여다보던 아주머니가 드디어 가오리 한 마리를 집어들어 살핍니다. 명절에 자녀분들에게 맛있는 가오리 회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곧 흥정이 들어갑니다. 생선장수 아주머니가 "가오리 물건이 참 좋아유~"라며 맞장을 칩니다.

  양푼이에 물을 담아 연탄불위에서 데우며 추위를 녹입니다.
 양푼이에 물을 담아 연탄불위에서 데우며 추위를 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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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조금이라도 몸을 녹이려고 연탄불 위 양푼이에 물을 넣고 데웁니다. 물이 팔팔 끓으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름니다. 열심히 조개껍질을 까는 아주머니도 있습니다.

오후 3~4시경, 물건 판 값을 세어보는 아주머니... 이 돈으로 명절차례상도 차려야 하는데요.

   늙은 호박꽃이를 만들어 장에 갖고나온 농업인도 있어요.
 늙은 호박꽃이를 만들어 장에 갖고나온 농업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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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집에서 얼렸다 녹았다 하며 말린 늙은 호박꽃을 사가서 호박떡 해먹으면 맛있다고 손짓을 하십니다. 파란 치마를 펼쳐 놓은 듯 색깔 고운 무청 시래기가 손님을 기다려요.

   손수레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온 할머니도 있습니다.
 손수레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온 할머니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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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오랜 병상에 누워 거동을 못 하는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명절이 되면 장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차장 바로 앞에 안전설치대도 없는 가운데 어르신들이 앉아서 장사하는데요. 볼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참 위험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듬니다.

   많이 주겠다고 손짓하며 손님을 부르는 아주머니
 많이 주겠다고 손짓하며 손님을 부르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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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주겠다고 농산물 좀 사가라고 손짓하는 아주머니가 있어 가까이 가보았습니다. 젊어서부터 수십 년간 이곳에서 장날마다 난전을 펼치는 어느 아주머니는 농산물을 골고루 갖고 나오셨는데요. 이제는 나이도 먹고 사과 때깔도 본인이 농사지은 것보다 마트 것이 더 예뻐 보여서 예전처럼 인기가 없다고 하십니다. 5년 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하며 아주머니는 한숨을 내쉬네요.

    무명실에 궤어 놓은 말린 애호박을 한 아주머니가 팔고 있어요.
 무명실에 궤어 놓은 말린 애호박을 한 아주머니가 팔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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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한 마음에 아주머니가 진열해 놓은 농산물을 연신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애호박을 말려서 정성스럽게 무명실에 꿰어놓은 모습입니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멋지고 깔끔하게 진열은 안 되었지만, 나름 참기름 몇 병과 직접 밤껍질 까며 수십 년간 장터를 지키는 아주머니들의 끈질긴 삶의 집념이 있는 곳이랍니다.

시장에는 꽂감, 밤, 대추, 사과, 단감 제삿상에 올라갈 상품들이 다 있네요. 고사리, 우엉, 도라지, 달래, 버섯, 봄동이가 참 예쁩니다. 밑둥이 보라색인 마늘과 부드러운 미나리 그리고 맛있는 취나물도 있어요.

수십 년 동안 소농을 하며 집안 먹거리를 생산하고 나머지를 시장에 갖고나와 팔며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고 노년에 생활비 벌어사는 상인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좀 더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봅니다.


#예산읍내 설대목장날#당근파는 농업인#호박꽃이#인삼, 밤#난전상인보호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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