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하고 손주들 오면 먹일라고 다들 나와서 이렇게 붐벼요."광양 5일장에서 만난 박성규(84)씨는 부모들의 자식사랑 때문에 장이 붐빈다고 했다. 도로는 차량들로, 인도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최대 명절 설날을 목전에 둔 지난 26일 광양 5일장 풍경이다. 장터로 통하는 샛길은 그냥 서있기만 해도 인파에 밀려갈 지경이다.
"뻥이요~" 추억의 뻥튀기 가게와 한과를 파는 가게는 유난히 붐빈다. 할머니의 생선가게는 한산하다.
"대목장인데 사람들만 와글와글해 장사는 안 되고, 옛날 안 같아요."
40년 남짓 장터에서 잔뼈가 굵으신 최 할머니(76)는 대목장이라 사람들은 북적이는데 장사가 예전 같지가 않다고 말한다. 손님들이 생선을 그저 만져보거나 묻기만 하고 그냥 지나친다며 안타까워했다.
"병어 2마리에 만 원이에요, 다들 만져만 보고 그냥가요. 물어본 사람들이 다 사면 몇 백만 원어치 팔지요."
벌써 봄나물인 냉이도 나왔다. 아주까리나물 한 바구니에 2천 원, 취나물과 고사리나물은 5천 원이다. 광양 옥룡에서 온 봉금례(91) 할머니다.
"첫차타고 옥룡에서 새벽(5시 30분)에 나왔어, 다 우리 산에서 끊어왔지"그나마 붐비는 곳은 역시 먹거리 장터다. 팥죽집과 전집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쉬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려웠다. 이곳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광양 5일장 먹거리는 다들 토박이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맛집들이 많다고 했다.
"토박이들이 많아요, 이곳 맛집들이 시장 활성화에 기여를 많이 하지요, 특히 팥죽집들이 잘해요."
닭전으로 가봤다. 오리와 닭을 파는 이곳은 평상시 장사가 잘되는 곳이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고병원성 조류독감(AI) 확산으로 인해 썰렁하기만 하다. 아침 일찍 나왔지만 오후 2시께가 다 되도록 오리 두 마리 팔았다.
"익혀서 먹으면 안전한데도 손님들은 찝찝한가 봐요. AI 때문에 영향 엄청 받아요, 이제껏 오리 두 마리 팔았어요."광양 5일장은 매월 1일과 6일에 장이 열린다. 요즘의 재래시장은 현대화에 밀려 정겹고 시끌벅적했던 옛 추억의 모습이 자꾸만 사라져간다. 추억어린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편리함이 함께 공존한다면 참 좋을 텐데, 사라져가는 옛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현대화된 장옥으로 인해 편리함도 있지만 한편으론 재래시장 고유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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