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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을 3배 수준으로 압도했다. SBS 조사(응답률 14.7%, 허용오차 ±3.1%p)에서 새누리당 39.8%, 안철수 신당 26.3%, 민주당 8.9%였고, KBS 조사(응답률 17.9%, 허용오차 ±3.1%p)에서도 새누리당 40.6%, 안철수 신당 30.3%, 민주당 12.7%였다.

그런데 <내일신문> 1월 3일자에 보도된 <한국리서치> 조사(응답률 15.8%, 허용오차 ±3.1%p) 결과는 확연히 달랐는데, 정당지지율이 새누리당 29.4%, 민주당 10.9%, 안철수 신당 9.8%였다. 왜 같은 시기에 조사했는데, 이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엇비슷한데,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확연히 차이가 날까?

여기에는 여론조사 방식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BS 등의 기존 조사방식은 먼저 안철수 신당을 빼고 "선생님께서 지지하는 정당은 어느 정당입니까?"를 물은 후에 다시 안철수 신당을 포함하여 "만약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습니까?"하고 물었다. 반면, <내일신문>의 조사방식은 안철수 신당을 기존 정당에 포함시켜 "선생님께서 지지하는 정당은 어느 정당입니까?"라고 한번에 지지정당을 물어본 것이다.

이러한 여론조사 방식의 변화로 인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조사방식의 변화가 지지율 하락을 초래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1월 3일자 기사 한 달만에 반토막, 안철수 신당 지지율 왜 다른가 참조) <시사인>도 최근호에서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조사방식을 바꿨는데, 그 결과 두 배 이상 민주당을 앞서던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서울·광주·부산·충남 등 모든 조사지역에서 민주당과 엇비슷하거나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서울과 호남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안철수 신당

지금 안철수 신당은 형식적인 창당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의 정당이다. 따라서 점차 안철수 신당을 기존 정당에 포함시켜 조사하는 새로운 방식을 택하는 여론조사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조사된 여론조사들은 대체로 <내일신문>과 <시사인>처럼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과 엇비슷하거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양당이 첨예하게 경합하고 있는 서울과 호남지역에서 그러했다.

먼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자. CBS와 <포커스컴퍼니>의 조사(1월 22일 조사, 오차범위 ±3.7%p)에서 서울시민의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32.6%, 민주당 18.7%, 안철수 신당 16.6%였다.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보다 2.1%p 높았다.

다음은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자. <프레시안>과 <더플랜>의 조사(21~22일 조사, 표본오차 ±3.08%p)에서는 민주당 36.3%, 안철수 신당 33.0%, 새누리당 12.7%로, 민주당이 3.3%p 앞섰다.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의 조사(25일 조사, 표본오차 ±3.1%p)에서는 민주당 44.3%, 안철수 신당 28.4%, 새누리당 11.0%로, 민주당이 무려 15.9%p나 높았다.

전남도민의 정당지지율은 그 차이가 더 뚜렷해서 <광주일보>와 <한백리서치>의 조사(10~11일 조사, 표본오차 ±2.96%p) 결과 민주당 43.5%, 안철수 신당 23.0%, 새누리당 7.8%로, 민주당이 20.5%p나 높았다.

전북도민의 정당지지율도 비슷해서 <디 오피니언>의 조사(18~19일 조사, 표본오차 ±1.6%p) 결과, 민주당 41.1%, 안철수 신당 26.8%, 새누리당 11.6%로, 민주당이 14.3%p나 높았다. <뉴스1>과 <휴먼리서치>의 조사(24~25일 조사, 표본오차 ±3.39%p)에서도 민주당 42.0%, 안철수 신당 30.1%, 새누리당 11.5%로, 민주당이 11.9%p 앞섰다.

이처럼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경합하는 서울과 호남에서 정당지지율이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민주당이 안철수 신당을 크게 앞서는 것은 한두 여론조사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여론조사 방식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안철수 신당 창당이 본격화 되면서 피할 수 없이 겪어야만 하는 지지율 하락의 3단계 중 그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 안철수 신당은 창당을 본격화하면 할수록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안철수' 뺀 새정치신당, 지지율 여전할까

'안철수 신당' 추진체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27일 안철수 신당의 당명을 가칭 '새정치신당'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새정추 측은 "신당의 가칭을 '새정치신당'으로 정해 일단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중앙선관위에 신고할 방침"이라며 "창당 때까지 이 이름을 사용하고 최종 당명은 국민공모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비록 가칭일지라도 안철수 신당의 당명이 결정되는 순간 안철수 신당 지지율 하락의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면 '안철수 신당'이라는 통칭은 국민들에게 신당과 안철수 의원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반면, '새정치신당'이라는 명칭은 신당과 안철수 의원과의 동일시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제 여론조사 문항은 이렇게 된다. "선생님께서 지지하는 정당은 어느 정당입니까? 1번 새누리당, 2번 민주당, 3번 통합진보당, 4번 정의당, 5번 새정치신당" 이렇게 되면 응답자들이 '새정치신당'이 안철수 신당인지 알기 어려워진다. 더구나 안철수 신당이 목표로 하는 주 지지층은 정치적 무관심층인데, 이들이 과연 '새정치신당'이 안철수 신당인지 알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가칭)새정치신당은 안철수 의원과 너무도 동질화되어 있어서 마치 지방선거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가칭)새정치신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가칭)새정치신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아직 안철수 후보가 아니다. 종로구청장 후보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후보가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일 것이다. 문제는 (가칭)새정치신당이 구조적으로 민주당보보다 양질의 후보를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면 정당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쉽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가칭)새정치신당은 당명에도 안철수가 빠지고, 출마하는 인물도 안철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다른 정당과 똑같은 정당이 되어가는 과정인데 이때 지지율 하락이 예상된다. 드러나는 후보자들에 대한 실망감과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선사하는 것이 눈에 보이게 되는 것 등이 원인일 것이다.

'새정치신당'의 자신감, 왜?

지난 16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2·3등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 양쪽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바로 다음날인 17일 새정추 금태섭 대변인은 "왜 2·3등 싸움이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저희는 1등 하려고 하는데", "맨날 2·3등 싸움만 한다고 생각해서는 과연 정권을 차지하고 수권을 할 수 있겠냐"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24일 새정추 회의에서 "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며, "정당이 선거에서 스스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전투에 나서나? 야권분열론은 일종의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칭)새정치신당 측의 자신감은 여론조사 상의 높은 지지율 때문이다. 창당도 하지 않았는데, 민주당의 3배에 달하고 새누리당에 엇비슷한 높은 지지율을 1년 동안 유지하고 있으니 이들이 자신감에 넘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것도, 국민들이 주목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6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한 손님이 식당에 갔습니다. 주인에게 뭐가 맛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다시 여기는 뭘 잘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옆집은 재료가 나쁘니까 절대 가지 말라고 합니다. 손님은 나가버렸습니다."

당시 누구를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이글에서 '옆집'을 '옆집들'로 놓고 보면 이글이야말로 (가칭)새정치신당이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과 한계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 신당#새정치신당#여론조사#민주당#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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