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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HPA8) 발생과 관련하여 철새를 원인으로 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제기구가 다른 입장을 냈다.

국제기구, "한국에 발병한 AI, 가금류 농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병"

동아시아 대양주 이동 조류 협력기구(EAAFP·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보호를 위해 철새 이동 경로에 있는 정부와 국제기구, 단체 등 30개 파트너가 참여한 국제기구)는 24일 성명을 통해 "HPA8은 일반적으로 오리농장과 같이 매우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가금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라면서 "지금까지 HPA8이 야생조류에서 발생 되었다고 보고된 적은 없으며 따라서 철새 무리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입증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EAAFP는 "HPA8은 가금류 농장에서 철새가 이용하는 저수지 등의 외부 환경으로 전염되었을 확률이 높다"면서 "이 경우 철새들은 오염된 물로부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근처 다른 수역으로 질병을 옮길 수 있다"고 이번 HPAI의 확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EAAFP 한 담당관도 "야생조류는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면 치사율도 높고 48시간 이내 사망한다"면서 "동림저수지는 가창오리가 좋아하는 서식지로 10월부터 지내는데, 1월에 발병했다는 점에서 발병 원인을 가창오리에서 찾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담당관은 "가창오리가 많이 죽었다는 것은 고병원성 AI에 취약하기 때문이다"면서 "결국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죽음은 배설물 등 직접적인 경로에 의해 감염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동림저수지 인근 오리농장에서 흘러 온 물에 의한 감염을 높게 봤다.

다만, 고창 동림저수지 인근에 사는 한 농민에 따르면 동림저수지로 들어오는 오리 농장의 규모가 적다는 점에서 더 신중한 원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AI 차단 방역, "가금류 농장 중심의 차단방역이 중요"

EAAFP는 고병원성 AI의 원인을 가금류 농장으로 보고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감염이 확인된 농장들 중심으로 효율적인 차단방역 조치를 주문했다.

EAAFP는 "감염지역 안팎으로 흘러 들어 가거나 나오는 물에 대한 모든 접촉은 금지해야 하며, 살아있는 혹 죽어있는 조류 및 가금류 제품, 사료, 의약품, 축산용 기구, 차량은 식량농업기구의 국제적으로 합의된 가이드 라인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물을 피하도록 하는 것을 강조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고병원성 조류 독감을 위한 차단방역 지침에 따르면 현재까지 야생조류에게서 장기간 AI 보유 흔적이 발견된 바 없다. 하지만 가금류에서는 AI가 장기간 보유된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그래서 FAO는 감염된 가금류들이 가장 위험한 AI 전염원인이며 공기를 통한 전염보다는 감염된 가금류의 분비물을 통한 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사람과 감염된 조류 및 오염된 물질들의 이동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FAO는 밝혔다.

이에 따른 조치로 FAO는 대규모 가금류 농장에 대한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소규모 농장에 대해서는 입·출입 제어 및 전염 차단을 위한 물리적 장벽을 설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스파이크 밀링턴 EAAFP 사무국장은 "아시아의 농가 관리 시스템은 유럽이나 아메리카보다 조류 독감 발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류 독감이 발병된 지역과 인근의 엄격한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밀링턴 사무국장은 "농장을 외부 출입으로부터 격리하고 농장 간의 감염 전파를 예방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정부의 방법은 옳다"면서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금류들이 농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하는 것보다 농가 내에서 독립적으로 깨끗한 물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살처분 된 가금류의 경우도 엄격하게 이동을 통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부 언론, 차단방역의 허점 제기 VS. 조류 전문가 "농장 중심으로 변화 필요"

한편, EAAFP의 이런 주장은 최근 일부 언론이 제기한 방역 조치가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맞물려 주목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보도를 통해 HPA8 확진 판정이 난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저수지를 출입하던 관계자들에 대한 방역절차를 농림부가 소홀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조류 전문가와 국제기구는 AI 방역에 있어 현장 차단과 통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 설명 - 지난 21일 정읍시 한 농가에 방문한 기자들이 방제복을 입지 않고 촬영하고 있다.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제공>
조류 전문가와 국제기구는 AI 방역에 있어 현장 차단과 통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 설명 - 지난 21일 정읍시 한 농가에 방문한 기자들이 방제복을 입지 않고 촬영하고 있다.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 제공> ⓒ 주용기

철새 전문가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야생철새 폐사체 수거가 진행 중이던 지난 19일 방송 인터뷰를 하러 저수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행정공무원과 경찰, 취재기자, 조류보호단체 관계자 등이 방제복도 입지 않은 채 몰려 있었다"면서 "더욱이 SBS 방송사가 헬기까지 띄워 접근하는 바람에 새들이 많은 위협을 받았는데 혹시라도 병에 걸려 있는 조류라면 저항력이 더 떨어져 죽을 수 있고, 새들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해 전국적으로 병이 전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실제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등 야생철새 일부는 충남 당진의 삽교호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철새 전문가들이 철새 이동 사실을 전달했지만, 관계 당국은 당시 별다른 방역작업이나 통제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합뉴스 전남취재본부>는 27일 보도를 통해 AI 방역과 살처분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보호복과 마스크 등이 불량이라고 지적했다.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의 철새 도래지 및 호·저수지 주변 방역 작업이 과한 측면도 있다"면서 "금강호의 경우, 야생 방역을 위해 제방 위까지 올라가서 뿌리기도 한다. 이러면 오히려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정부가 금강호 등 주변의 철새 분변토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방제복도 제대로 입지 않고 현장을 방문한 것을 보기도 했다"면서 "정부가 차단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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