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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추위가 매섭게 살을 에이는 1월 21일, 대전의 수자원공사 앞에 9명의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선언하며 맨바닥에 깔개 한 장을 깔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들은 지난 12월 31일 한통의 문자로 십수년을 일해온 수자원공사에서 해고당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관련 기사 : 새해 첫날 날벼락... 한국수자원공사 10명 해고 발생)

수자원공사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수자원공사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눈덮인 길바닥에 깔개를 깔고 앉아 원직복직 쟁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수자원공사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수자원공사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눈덮인 길바닥에 깔개를 깔고 앉아 원직복직 쟁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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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부로 용역업체(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주)두레비즈)가 변경되면서, 청소와 시설관리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은 새로운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12월 31일 오후 6시 7명의 청소노동자는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로부터 "함께 일하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다"라는 문자를 통하여 해고당했다. 3명의 시설관리 노동자는 (주)두레비즈로부터 "근로계약서를 체결하자"는 문자를 받지 못해 해고당했다.

간접고용으로 일하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가 그러하듯, 그들은 아무런 통보없이, 하루 아침에 해고당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용역업체의 변경과정에서 고용승계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관리책임이 원청에 있음을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지침을 발표했지만, 수자원공사와 용역업체는 정부의 지침을 쓰레기처럼 내버린 채 10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수자원지회는 "용역업체는 12월 31일 18시부로 해고를 진행하고, 1월 2일 6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이는 해고가 사전에 논의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또한, 지회장, 부지회장등 노조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노조의 지도부가 주로 해고되었다. 이는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준비한 해고이다"라고 주장하며, 용역업체의 계획된 해고와 이를 방조한 수자원공사를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집단해고는 정부가 지난 2012년 발표한 비정규직 보호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수자원공사와 용역업체간에 체결한 계약서와 확약서에도 이미 고용승계를 명문화한 바 있음에도 고용승계를 거부한 용역업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원청인 수자원공사가 직접 나서 집단해고 문제를 해결하고, 원직복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또한 "오늘부터 우리는 해고자 전원이 원직복직 촉구 단식투쟁에 돌입한다. 이번 집단해고 문제는 단순히 10명의 노동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잃은 문제가 아니다. 10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리며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심지어 암투병을 하고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한 해고자는 어머니에게 해고 사실을 알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해고자 전원이 원직에 복직될 때까지, 수자원공사 앞에서 노숙단식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바로 자리에 앉아 단식에 들어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집단해고 수자원공사가 책임져라!"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비정규직 집단해고 수자원공사가 책임져라!"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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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자원공사 앞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가자 수자원공사측은 단식농성자들이 깔고 앉은 깔판을 문제 삼으며, 깔판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지회는 "이 추위에 해고를 통해 거리로 나앉게 하더니, 추위를 피하고자 깔고 앉은 깔판을 치우라는 것이냐! 차라리 우리보고 죽으라고 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현재 해고노동자들은 얇은 깔판과 깔개에 의지한 채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비정규직#집단해고#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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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통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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