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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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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 상동면에 고답공터 인적 없던 이곳에 할매·할배 연대자들 모여들더니 컨테이너 설치하는 경찰들과 한판 전쟁을 하네 하지만 폭력 폭행 감금 연행 눈물뿐이라네 765 송전탑을 막으려 칠순 팔순 노구 움직여 경찰장벽 향해 달려가는 할매·할배들 내일도 컨테이너 온다네! 어떻게 하나 카고크레인 아래로 들어나 가볼까…."

133회 밀양 송전탑반대 촛불집회가 18일 경남 밀양시 영남루 계단에서 지역주민과 한국원폭2세환우회 회원 등 200여 명(대책위 추산)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지난 7일 상동면 고답마을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석방된 울산시민연대 상임활동가 정대준(52)씨가 함께하면서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회를 맡은 김철원 밀양농민회 정책실장은 "날마다 서울로 상경해서 한전 앞과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가 설치된 조계사를 찾느라 주민들이 고생이 많으시다. 오늘 영남루가 양심으로 가득 차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에서 온 정결(여·20)씨가 대책위에 보내온 편지를 낭독했다.

 지리산(구례)에서 온 정결 학생(여 20)이 대책위에 보내온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지리산(구례)에서 온 정결 학생(여 20)이 대책위에 보내온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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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의성군에서 사는 박기량이라고 합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이고요. 영어선생님께서 밀양송전탑 반대 영상을 보여 주셔서 이렇게 한 자 적습니다. 영상을 보니 대한민국이 이렇게 비겁한 나라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입에서 한숨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저희도 응원하겠습니다. 부디 저희 같은 후손들을 생각해주시어 감사합니다. 부디 꼭 이 비겁한 자들에게서 이기시길…."

"저는 김해에 사는 김나윤이라고 합니다. 친구들이 밀양 어르신께 편지를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쓰고 있어요. 친구들이 밀양에 직접 가서 일손을 돕기도 하고, 취재하기도 해서 제게 밀양 소식을 많이 전해줬습니다.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고, 보도된다 하더라도 왜곡된 것만 접하던 저에게 진실은 충격이었습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공권력, 국가사업이란 말을 쓰며 폭력을 행사하다니….

일생을 바쳐 가꾼 고향을 순식간에 뺏어 가다니…. 말도 안 되는 현실에 잠시 멍해지기도 했어요. 영상에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슬픔과 분노가 제게도 전달이 되었어요. 함께 그 자리에 있지 못해서, 눈물의 양이 적어서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어요. 밀양을 잊지 않고, 계속 응원할게요. 이제 날이 추워져서 더 힘드실 텐데…."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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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울산 소호마을 아이들과 음악놀이를 하는 손성호 선생님의 통기타 공연이 이어졌다. 이들은 <장작불> <노래여 날아가라> 등을 연주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 이창숙씨는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연대를 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공사가 진행되면서 바드리 현장부터 같이하고 있다. 같이 연대하고 핵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다는 것에 힘들지만 즐겁게 생각한다. 동료가 최근에 구속되는 사건을 겪었는데 현장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죄송한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18일 밀양구치소에서 석방된 정대준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18일 밀양구치소에서 석방된 정대준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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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밀양구치소에서 석방된 정대준씨가 무대에 올라, 유치장에서 써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를 낭독했다.

"내가 태어난 남해보다 20년을 살아온 울산보다 더 정이 많이 가는 곳이 밀양이다. 이곳을 벗어나면 불안해질 정도다…. 지난 10월 3일 개천절에 용회마을 주민들과 84번 송전탑이 들어설 자리에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가 농성장을 차린 기억, 그 진한 승리감이 채 가시기도 전인 다음 날 아침, 한전과 경찰에 의해 무참히 짓밟혀 통곡했던 기억들….

고 유한숙 어르신의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온종일 경찰과 전쟁을 하다가 결국 경찰이 손들게 만들었던 기억, 아침에 공사장으로 올라가던 한전을 붙잡고 늘어졌던 기억까지 이런 밀양을 어찌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루만 떠나 있어도 감당하기 힘들어 늙고 지친 자동차의 엉덩이를 수없이 때려가며 조금이라도 빨리 찾으려 노력을 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아침에 업무방해협의로 경찰에 구속되고 많은 분들이 격려하고 도움을 주신 덕분에 오늘 이렇게 어르신들 앞에 설 수 있었다. 평생토록 이 은혜 잊지 않고 밀양이 고향이고 내가 살아갈 자리로 여기며 늘 어르신들과 함께하겠다."

 남어진(19)군과 정대준(53)씨가 듀엣으로 열창하고 있다.
 남어진(19)군과 정대준(53)씨가 듀엣으로 열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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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대준씨는 남어진(19)군과 함께 <밀양에서>(<광야에서> 개사곡), <피가 모자라>, <카고크레인 아래에서>(<바위섬> 개사곡)를 열창했다.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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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밀양강이 얼어붙은 강추위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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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일정보고에 나선 곽빛나 대책위 간사는 "연대자 구속과 기자회견, 햇빛발전기까지, 지난주는 바쁘게 지나갔다. 19일 솟대와 미용봉사, 고 유한숙 어르신의 사십구재, 그리고 25일 2차 희망버스가 오면 많은 분들이 시내를 걸으면서 송전탑을 알릴 수 있다. 그리고 다큐 영화 <밀양전>을 전국 아홉 곳에서 동시 상영 하는데, 할매들이 같이 가셔서 홍보하기로 했는데 거절하지 않고 동참해주신 어르신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133회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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