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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는 말씀도 다 부질없었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을 같았다. 아니 이겨낸다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살아서 숨 쉬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들을 떠나보내었다. 이제 8살 난…,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내었다. 삶이 의미가 없었다. 모든 것을 내려놨다.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모든 것을 내려놨다. 아니, '무심해졌다'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게다.

그러던 어느 날 <오마이뉴스>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다. 책서평단에 선정이 됐다는 안내가 있었다. 이 힘든 현실 속에 나름 내게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전화를 받았을 때 분명 반가운 마음이 컸다.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선택했고 책이 왔다.

나는 평소에 여행 관련 서적은 읽지 않았다. 직접 가서 부딪히는 여행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터였다. 무심코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 스물다섯, 마지막 내일로>라는 책에 손이 갔고 그 책을 펼쳤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이틀간은 현실의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조용하게 더해 따뜻하게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편지글 형식으로 담긴 여행의 흔적

삶이 여유가 없던 순간. 한줄기 여유를 느끼게 해 준 책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삶이 여유가 없던 순간. 한줄기 여유를 느끼게 해 준 책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 북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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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일로' 기차여행 티켓을 끊고 직접 여행을 다니며 장소들마다 의미를 찾으며 조용한 어조로 그 발자국을 기록한 책이다. 중간중간 감동을 주는 사진들과 맛집 등 지역의 민심을 잘 표현했다. 또한 게스트 하우스에 대한 소개도 잘 돼 있어 직접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충동이 내내 일었다.

글쓴이는 'J'를 계속 떠올리며 글을 풀어간다. 처음엔 'J가 남자친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J는 자신이 아니었을까?'라는 심정이 들었다. 글은 'J'에게 쓰는 편지글처럼, 대화형식으로 가볍게 쓰여있다.

글쓴이는 오늘날 이 땅의 평범한 대학생이 느끼는 현실세계의 힘겨움에 대해 말하고 새로운 내일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장항선과 전라선,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영동선을 타며 기차역을 중심으로 자신의 여행기를 풀어나간다. 단순히 사실 위주의 글이 아니라 감성을 덧붙여 추억을 생각하게끔 한다. 지역에서 만나는 이웃어르신들과의 이야기, 그 지역의 역사적 사실, 기차역의 역사 등을 다양하게 담아냈다. 단순한 흥미 위주의 글은 아니다.

"스물다섯. 내 스스로의 판단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해 나가야 하는 때. 잘 닦이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 속이 울렁이고 어디로 도착할지 두려움이 앞을 가려도 어쩔 수 없어. 울렁임이 두려워서, 어떤 세상과 마주할까 무서워 출발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저 여기 이 자리에 주저앉아 있어야만 하니까.

비록 하루에 4대밖에 오지 않는, 사람이 잘 찾지 않는 버스라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게 해주는 버스라면 기꺼이 버스에 올라야 해. 두려워 말고. 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도착하게 될 거야. 바깥풍경도 보며, 함께 동행하는 이의 뒷모습에서 위안을 얻으며."(본문 중에서)

세상의 두려움을 대하는 법에 대해 하루에 4대밖에 오지 않는 버스를 보며 풀어쓰고 있다. 듣기 싫은 조언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힘들다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글쓴이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J. 공간이란, 아니 어쩜 우리 마음도 이렇게 누구든 다가설 수 있게 자연스럽게 열려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여행을 시작할 때의 나는 경계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아이였어. 사람들의 호의를 받는 일도 어색해하는, 그러나 작은 마을마다 내게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먼저 다가서고 인사하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된 것 같아. 내가 웃으며 인사하면 그들도 미소 짓는 거. 그래 J. 이 여행을 떠나오길 잘했어."

이 대목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책을 덮고 나 또한 새로운 힘을 얻게 됐다. 새로운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것, 분명 두렵고 걱정스러운 부분이 클 테지만, 행하면 새로운 추억이 생기는 법이다. 

독서는 좋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나의 마음을 잡고 내일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는 데 용기를 준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펼친 책이었지만 그 감동은 컸다.

힘들다고 자리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운 삶을 살기에 용기도 감히 나지 않는다. 하지만 떠나야 한다. 혼자 떠나야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해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여행은 혼자 떠나야만 자신을 오롯이 볼 수 있다.


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 스물다섯, 마지막 내일로

김민채.윤지예 지음, 북노마드(2013)


태그:#내일로 비밀코스 여행, #북노마드, #김용만, #책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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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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