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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블랙홀'이라 언급하며 개헌논의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이후 정치권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민주당에서 국회의장을 만나 개헌논의를 촉구한 데 이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대선공약이었던 개헌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워낙 큰 이슈여서 블랙홀 처럼 모든 것이 다 빨려 들어가 아무 것도 할 엄두도 못낸다"며 "지금 경제 불씨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민생안정과 경제가 제 궤도에 오르려는 시점에서 나라가 생각 없이 여기에 빨려들면 불씨는 꺼지고 경제를 살려내기도 힘들어 진다"고 말했다.

8일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새해 화두가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가 맞는데 당의 입장에서는 정치개혁"이라며 "집권 1년차에 개혁을 해야 하는데 지난 1년간 그러지 못했고, 2년차에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정권동안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대통령 돈 안드는 공약부터 지켜야"

이 의원은 "개헌이 왜 필요하냐, 예측 가능한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해야 한다고 답한다.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따라가는 게 소통"이라며 "대통령께서 개헌은 블랙홀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해는 가지만, 그것은 개헌 논의 주체들의 제어 능력에 따라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개헌을 위해 국회가 역할을 하려면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개헌을 논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드는 공약은 돈이 없어서 물릴 수 있고 연기할 수 있지만, 돈이 안 드는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돈이 안 드는 공약까지 지키지 않으면 정당 불신을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또 다른 정치개혁 공약이었던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역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이 정당 공천을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대선 때 없애겠다고 (공약) 했던 게 유효하다"며 "기초(단체)와 광역(단체)을 합하고 공천은 여론조사나 오픈 프라이머리를 한다든지, 공천권에 당력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개혁이라고 본다. 이런 논의를 당에서 정식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이 의원의 개헌논의 요구에 친박계 원로 서청원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개헌을 진행하지 못한 점을 거론하며 "현 시점에서는 개헌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당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음에도 야당과 여당 일각에서 개헌논의 요구가 제기되자 이를 진화하려는 모습이다.

서 의원은 "이명박 정권 때 개헌을 하겠다고 김형오 전 의원 산하에 개헌 특위를 만들었고, 모든 언론이 이 의원은 정권의 2인자라고 할 만큼 힘이 있었는데도 개헌을 추진하지 못했다"면서 "지금 우리는 개헌문제보다 국민들 먹고 사는 경제 살리기에 과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무엇이냐. 국민들이 편하게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으로 박근혜정부가 금년에 국정목표 중 하나를 경제 살리기로 했다. 개헌은 시간과 타이밍이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는데, 2, 3년차에 온전히 걸어 갈 수 있도록 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지방선거 뿐 아니라 다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개혁 발목 잡는 대통령이 블랙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개헌 문제, 이 두 가지 과제 모두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대통령에 의해 가로막혔다"며 "국민과의 약속이 대통령 속으로만 들어가면 블랙홀이 되고 사라진다"고 발언하고 있다.
▲ 전병헌 원내대표 "국민과의 약속 블랙홀로 사라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개헌 문제, 이 두 가지 과제 모두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대통령에 의해 가로막혔다"며 "국민과의 약속이 대통령 속으로만 들어가면 블랙홀이 되고 사라진다"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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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 역시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이던 개헌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블랙홀' 발언에대해  "개헌론이 블랙홀이 아니라 대통령이 블랙홀"이라며 "당면 정치개혁과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개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두 과제 모두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한 사안인데 대통령에 의해 가로막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개헌같은 국민과의 약속도 대통령 속으로만 들어가면 블랙홀이 되고 사라지고, 특검같은 국민적 요구도 대통령에게만 가면 실종되고 묵살된다"며 "주요 정책 결정에서 대통령 의견이 율법이 되고 있는 현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공권력이 과잉 동원되는 권력 과잉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지배하고 이로 말미암아 입법부가 제기능을 못하는 정치실종이 현실로 우리앞에 와 있다. 이것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고 이래서 개헌이 필요한 것"이라며 "대통령은 더이상 정치개혁의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한다. 국민과 약속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수용하고 개헌논의를 국회에 맡기고 국정운영에 전념하라"고 개헌을 촉구했다.


태그:#이재오, #서청원, #전병헌, #개헌,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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