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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과 함께 ‘강아지’로 불리는 대신 ‘개’로 불리기를 원한 9살 임보
 동생과 함께 ‘강아지’로 불리는 대신 ‘개’로 불리기를 원한 9살 임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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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 2일, 소엽선생님의 손자 임보와 외손자 김주호가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저는 임보와 주호에게 세배를 받고 이들의 성장을 기록하기위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소엽선생님의 아들내외와 따님내외는 자식들을 종종 할머니에게 보내 1박2일, 혹은 2박3일을 함께 있는 기회를 만듭니다.

소엽선생님의 뛰어난 독창성과 열린 마음을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의 바람 때문입니다. 소엽선생님은 이 손자·손녀들과 함께 지내주는 시간을 '힐링캠프'라고 명명하고 며느리와 사위에게 캠프비용도 받습니다. 소엽선생님은 며느리와 사위에게 이유 없이 용돈 받는 것을 사양하는 대신 이렇듯 캠프비용을 당당하게 청구합니다. 

소엽선생님의 대인관계에서 구사되는 창조적 마인드는 이 캠프생활을 통해 손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들이 사물을 대하는 시각이 변화되고 생각은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소엽선생님은 손자들에게 '할머니'와 '외할머니'라고 부르는 대신 '소엽씨'라고 부르도록 요구합니다. 호칭이 바뀌면 관계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손자들은 할머니에게 거리감을 갖는 대신 마치 연인처럼 살갑게 소통하게 됩니다. 

9살 임보에게는 3살 동생 지유가 있습니다. 소엽선생님은 이들 손자들을 대할 때마다 '아이쿠 내 강아지들!'이라며 맞았습니다.

어제는 소엽선생님께서 손자, 임보와 지유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갔습니다. 

"아이고, 예뻐라! 우리 강아지들!"

예전과 다름없이 두 손자, 손녀와 반갑게 인사하며 대면했습니다. 그런데 임보가 심각해진 얼굴로 '소엽씨'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습니다.

"소엽씨, 저를 '개'라고 해주세요."

할머니는 의아해서 임보에게 되물었습니다.

"아니, 하필이면 왜 '개'라고 불러달라는 거냐?"

임보는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저는 이제 강아지가 아니잖아요."

임보는 6살이나 차이나는 동생 지유와 같은 호칭으로 대우받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2

 서울 자신의 집 현관에서 '소엽씨'를 맞는 임보와 임보의 아버지 임성배 부자
 서울 자신의 집 현관에서 '소엽씨'를 맞는 임보와 임보의 아버지 임성배 부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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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Thorstein Bunde Veblen)은, '인간사회 제도의 진화론적 변화양상을 사회·경제학적인 입장에서 검토한 연구글' 14편을 모은 '한가한 무리들(소스타인 베블렌 저/이완재 역 | 동인)'이란 책에서 '패션을 계급 차별화의 도구'로 인식합니다. 즉 인간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타인과 차별시키기 위해 복식을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에티켓(Etiquette)이 생겨나게 된 것도 재산과 시간을 가진 계급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예절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어인 에티켓은 '예의범절을 익힌 사람이 왕실에 출입할 수 있는 티켓'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있는 자들은 왕궁에 출입할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구별 짓고 싶어서 에티켓을 창안했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베블렌의 또 다른 책 '유한계급론(소스타인 베블렌 저·원제 :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1899))'에서 '대중사회에서는 누가 더 잘 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을 알리려고 과시적 소비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때 실제 지불하는 시장가격뿐 아니라 '남들이 얼마를 줬을 것이라 기대하는 가격'까지 감안한다는 것이지요. 후자를 '과시가격(conspicious price)'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과시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증대되데 이를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비쌀 수록 잘 팔리는 현상의 이유를 베를렌 효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이 과시적 소비는 곧 추종자들에 의해 확산되기 마련이지요. 서부 개척시대에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역마차를 따라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현상과 닮은 이 현상을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은 '밴드웨건효과(Bandwagon Effect 모방효과)'라고 했습니다. 반면 밴드웨건효과가 확산되어 자신을 차별화할 수 없다고 여기면 부유층은 더 이상 그 사치품의 소비를 하지 않게 됩니다. 이처럼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게 되면 그 제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스놉효과(snob effect)'라고 했습니다.

베를렌이나 라이벤스타인은 차별화를 통한 인간의 과시 본능을 꿰뚫어본 것이지요.

임보는 지유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할머니의 애정 표현인 '강아지'란 호칭에 대해 퍽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유가 태어나고 동생도 함께 강아지로 애칭 되는 것에 대해 자신을 차별화시키고 싶었던 것입니다. 

'강아지'가 아닌 성견인 '개'가 되고 싶었던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임보#임성배#소엽#신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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