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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시절 금융권에는 이른바 '4대 천황'이 있었다. 금융권을 호령하던 어윤대(KB), 김승유(하나), 강만수(산은), 이팔성(우리) 금융지주 회장들이다. MB정권 낙하산 인사로 불린 이들도 박근혜 정부를 맞아 쓸쓸히 퇴장하면서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가장 먼저 사표를 내고, 홍기택 회장이 새로 등장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난 자리는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겸임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은 임영록 회장에게 돌아갔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현재 고문직을 수행 중이나 이마저도 최근 사퇴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만이 연임됐다.

그러나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폭 물갈이 돼 신선한 바람을 예상했지만 지난해 사건사고는 여전히 많았다. 본점 직원의 90억 원 횡령과 도쿄지점 비리 등 국민은행의 잇단 금융사고, 농협은행, 신한은행, 농협생명 등 전산사고, 수익성 악화,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진통 등이 있었다. 이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2014년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다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KB사태에 금융당국이 나서는 등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몰라 금융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 "도쿄비리 교훈 삼아 리스크 관리 철저"

 임영록 KB금융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신년사의 단연 화두는 도쿄사태 극복이었다. 임 회장은 2일 2014년 신년사에서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사례를 교훈 삼아 해외사업장의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5년여간 40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한 혐의로 전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구속 기소됐다.

또 임 회장은 "경기 회복 지연으로 금융산업의 부실 여파가 언제 몰려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량자산 위주의 신규 대출 취급과 기업·소호여신 등 잠재적 위험자산에 대한 선제적 관리, 건전한 신용문화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임 회장은 중국 송나라 벽암록의 '향상일로(向上一路)'를 인용해 내부통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향상일로는 지향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매진한다는 뜻이다. 임 회장은 "임직원 모두가 확고한 주인의식을 갖고 발전과 화합을 향해 향상일로의 마음가짐으로 매진하자"고 당부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민영화 마무리' 큰 산 남아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작년 6월 취임 이후 민영화에 힘써왔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에 이어 경남광주은행까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며 14개 계열사 중 8개사의 예비주인이 정해졌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의 성공여부는 올해 진행될 우리은행 매각에 달렸다. 우리은행을 팔지 못하면 민영화는 성공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새해 이 회장의 각오도 남달랐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전한 신년사에서 공자의 시경에 나오는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무슨 일이든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초심의 마음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끝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회장은 "세 차례나 민영화가 무산됐던 쓰라린 과거를 잊지 말고 신년에는 반드시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는 '행백리자 반어구십'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 회장] 임기 마지막 해...실적 올리기 집중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올해가 3년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실적을 올리고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올해 변화와 실행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회사가 혁신을 도입하지 못하면 회사의 생존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급변하는 금융 트렌드에 대응하면서 시장을 선도해 나가려면 영업방식과 경계를 뛰어넘는 금융서비스, 글로벌 마케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즉시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높이 올라서 멀리 봐야한다는 뜻인 등고망원(登高望遠)과 시대 흐름에 맞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여시구진(與時俱進)을 인용하며 조금 더 멀리 보고 변화에 맞춰갈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신한금융회장] "따뜻한 금융으로 돌아갈 것"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반면 한동우 신한금융회장은 자신의 2기 경영방향으로 '따뜻한 금융 2.0'을 제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금융의 본업에 충실했던 신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시중 16개 은행 중 서민금융 지원활동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또한 그는 2014년 신한금융의 전략목표를 '다른 생각, 새로운 시작'으로 정하고, 조직의 강도 높은 변화도 주문했다. 새로운 시작의 일환으로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창조적 금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 회장은 "과거와 같은 여신 위주의 운용만이 아니라 투융자복합상품, 다양한 대체투자 방안 등 넓은 관점에서 고객자산과 보유자산의 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년간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던 신한사태가 마무리 돼 한 회장은 올해 새로운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금융지주, #김정태, #임영록, #한동우, #이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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