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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경항신문사 6층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벽보
 서울 중구 경항신문사 6층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은 벽보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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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 경항신문사 6층 엘리베이터 벽면에 A2 용지 크기의 벽보 하나가 붙었다. 지난 22일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려는 경찰이 자사 사옥에 강제 진입한 사건과 관련해 회사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벽보는 최근 대학가에서 화제가 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형태가 유사했다. 글 말미에는 <경향신문> 편집국 50기가 작성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오늘까지 많은 사람들이 안녕을 물었지만 안녕하지 않았다"라고 말문을 열며 "저희를 안녕하지 못하게 했던 것은 부서진 정문이 아니라, 부서진 문을 바라보는 <경항신문>의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강제 진입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 경찰의 진입을 막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막지 않은 것인지 여쭤본다"고 회사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또한 <경향신문>이 지면을 통해 사건 전후로 경찰 강제진입의 위법성을 지적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부당한 강제진입과 영장에 포함되지 않은 수색이 사옥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내부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웠었는지 궁금하다"고도 물었다.

이들은 경찰이 사옥에 강제진입한 다음 날인 23일자 자사 보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은 "부당한 공권력이 <경항신문>에 남기고 간 것을 담는 대신 사건을 '노-정 파국'으로 규정하는데 지면을 할애했고, 사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1면이 아닌 2면 하단에 실렸다"며 "'강력히 항의한다'는 입장을 담기에 기사의 비중은 작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자체의 중요성과 비중에 관한 판단의 실수라기보다는 '판단의 유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경찰이 건물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과 대응에 대한 회사의 설명과 지면구성에 대한 논의과정을 들을 수 있는 간담회를 요청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22일에 회사 전체의 문들이 다 부서졌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서 우리가 당당하게 다뤘더라면 '화사가 엉망이던데 출근은 잘 했니, 괜찮니'라는 질문에 망설이지 않고 '우리는 안녕들하시다'고 이야기했을 것 같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태그:#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경향신문, #경찰, #철도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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