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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사이토에서 저녁을 먹으며 바라 본 야경

나가사키역
 나가사키역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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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에 도착해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연구회 친구들을 보낸 우리는 니이 다카오(仁位孝雄)선생의 안내를 받는다. 그는 대마도 출신의 사진작가로 현재 나가사키에 살고 있다. 다행히 연세대학교 외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 나가사키 문화관광물산국 국제정책과 촉탁인 야마구치 가나코(山口加菜子) 양이 통역으로 나왔다. 우리는 이곳 나가사키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 관광을 할 것이다. 우리가 묵는 윙포트 나가사키 호텔이 바로 역 앞에 있어 교통이 좋기 때문이다.

오늘의 일정은 오하토(大波止) 터미널과 연결된 쇼핑몰 유메사이토(夢彩都)에서 저녁을 먹고 이나사야마(稻佐山)에서 야경을 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걸어서 나가사키역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차를 타고 두 정거장 거리인 오하토로 이동한다.

오하토는 나카지마가와(中島川)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그래서 큰 물결이 멈추는 곳이란 이름을 얻은 것 같다. 유메 쇼핑몰은 바다를 면하고 있어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방에는 벌써 어둠이 내려 유메 쇼핑몰의 모습이 꿈처럼 환상적이다.

나가사키항구 야경
 나가사키항구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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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메 쇼핑몰 안에 있는 뷔페식 샤브샤브 식당으로 간다. 사람들이 아주 많다. 예약을 해서인지 바다가 보이는 창 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데지마(出島) 부두로,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양문화가 들어온 바로 그 부두다. 야간임에도 불빛 속에 정박한 배들이 보이고, 오른쪽 멀리 메가미오하시(女神大橋)가 보인다. 말 그대로 나가사키 야경을 대표하는 큰 다리다. 이 다리는 길이가 1,289m나 되는 사장교로 나가사키 남쪽과 북쪽을 연결한다. 1994년 공사가 시작되어 2005년 완공되었다. 

이나사야마에서 바라본 나가사키 야경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나가사키 야경을 보기위해서는 이나사야마로 올라가야 하고, 순환버스가 그곳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버스는 나가사키 시내 호텔을 경유하며 야경관광객을 싣고 이나사야마로 올라간다. 밤 9시 15분에 산 정상에 도착한 우리는 차에서 내린다. 해발이 333m나 되는데다 야간에 바닷바람이 불어 상당히 추운 편이다. 우리는 곧 바로 전망대로 올라간다.

나가사키 야경
 나가사키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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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점점이 박힌 불빛이 마치 눈처럼 반짝인다. 왼쪽 이나사바시에서 오른쪽 메가미오하시까지 이어지는 바다와 도시 모습이 나가사키 야경의 하이라이트다. 그 중에서도 나가사키항의 동쪽과 서쪽이 가장 화려하다. 동쪽이 더 화려한데, 그것은 나가사키역과 버스터미널이 있고, 부두를 따라 오하토 터미널, 마츠가에 국제터미널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360도를 완전히 한 바퀴 돌면서 야경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북쪽 방향은 어둠에 싸여 있다. 숲이 우거진 공원지역이기 때문이다.

안내자가 이나사야마에서 보는 나가사키 야경이 세계 신 3대야경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신(New)이 유행이다. 신 7대 불가사의가 나오고, 신 7대 자연경관이 나오니 말이다. 그럼 신 3대야경이 어딜까? 그들은 나가사키, 홍콩, 모나코라고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홍콩과 모나코를 아직 가보지 못했다.

정말 세계에서 3번째 안에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멋이 있다. 이곳에 올라오는데 든 버스비 1,000¥이 아깝지 않다. 나는 망원경을 통해 잠시 우라카미(浦上) 천주당도 살펴본다. 나가사키 대교구 주교좌성당으로 1945년 원폭으로 무너진 자리에 다시 세운 것이다.

낮에 본 무라카미 성당
 낮에 본 무라카미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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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9일 원자폭탄은 우라카미 성당에서 2㎞ 떨어진 미츠비시 중공업에 떨어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성당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폭발했다. 그로 인해 성당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1959년에야 성당이 다시 지어졌고, 1980년 원래의 모습에 더 가깝게 리모델링되었다. 무라카미 성당의 특징은 로마네스크식 쌍탑에 있다. 이 쌍탑은 망원경을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메가미오하시 다리
 메가미오하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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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메가미오하시 다리다. 길이와 높이에서 단연 압도적일 뿐 아니라 조명을 해서 육안으로도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다리 중간으로 배가 다닐 수 있게 H형 주탑을 두 개 세웠다. 주탑의 높이는 170m나 된다. 그리고 이들 주탑 사이 간격이 480m다.

H형 주탑을 지탱하기 위해서 양쪽으로 200m 간격을 줄로 연결해 하중을 지탱하게 했다. 이런 유형의 다리를 사장교라고 부른다. 밤에는 이 다리의 주탑과 줄 그리고 상판에 조명을 해 더욱 화려하게 보인다. 다음 날 낮에 글로버 가든에서 이 다리를 또 보았지만 밤만큼 그렇게 멋지지 않았다.

이나사야마 야경
 이나사야마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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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사야마에서 야경을 본 우리는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보는 나가사키의 밤풍경도 괜찮다. 우리는 나가사키의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호텔 앞 술집에서 나가사키와 사가(佐賀)의 사케를 몇 잔씩 마신다. 안주로 스시를 시킨다.

술값과 안주값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진 느낌이다. 일본의 인위적인 엔화 약세 정책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교적 추운데 있다 와서 그런지 따뜻하게 덥힌 술이 몸을 녹여준다. 나가사키의 밤이 그렇게 흘러간다.

아침에 찾아간 일본 26성인 순교성지

일본 26성인 순교기념성당
 일본 26성인 순교기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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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좋아졌다. 우리는 먼저 니시자카(西坂)에 있는 천주교 26성인 순교성지로 간다. 이곳은 호텔에서 걸어 10분이면 갈 수 있다. 약간 언덕을 올라가면 니시자카 공원이 있고, 그 안에서 순교와 관련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26성인 기념비, 기념관, 기념성당이다. 이들은 1597년 니시자카에서 순교한 26명의 일본 천주교도를 기리는 기념물이다. 이들 26인에 대한 시성이 1862년 이루어졌고, 시성 100주년을 맞아 이들 기념물이 세워진 것이다.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26성인 기념성당이다. 왜냐하면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을 모방해 가우디 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건물은 1962년 사제관으로 계획되었다가, 신도들의 모금으로 사제관 위에 추가해 세워지게 되었다. 이 성당을 설계한 사람은 일본의 현대 건축가 이마이 겐지(今井兼次: 1895-1987)다. 그는 1920년대 후반 유럽을 여행한 다음 일본에 바우하우스 등 모더니즘과 가우디풍을 소개했다. 26성인 기념 성당의 쌍탑에서 우리는 가우디풍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26성인 순교기념비
 일본 26성인 순교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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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당의 공식 명칭은 일본 26성인 기념성당 성 필립보교회다. 여기서 필립보는 순교자 중 한 사람인 펠리페 데 헤수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펠리페는 멕시코 출신의 프란치스코회 수도사로 교토에서 체포되어 이곳에서 순교했다. 이곳에서 순교한 사람을 보면 20명이 일본사람이다. 그 외 스페인 출신 성직자가 4명, 포르투갈 출신 성직자가 1명 있다. 이들은 모두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이었다. 이곳 니시자카에는 이들을 기리는 26성인 순교기념비가 있다. 기념비는 후나코시 야스타케(舟越保武)가 만들었다.

순교기념관 이야기

순교기념관
 순교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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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비 뒤로 순교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는 프란시스 하비에르(Francis Xavier: 1506-1552)에 의해 일본에 천주교가 전해진 이래 메이지시대까지 천주교의 역사를 증언하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 봐야할 전시물은 하비에르 신부가 포르투갈 왕 요한네스 3세에게 쓴 서간이다. 또 덴쇼 유럽파견 사절단의 일원이었던 나카우라(中浦) 줄리안의 편지도 있다. 이들 4명의 사절단은 1582년 히고(肥後)의 영주이던 오토모 소린(大友宗麟)의 명을 받고 유럽으로 떠나 1591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토메지구 천주교 신자 집에 있던 산타 마리아 그림도 중요하다. 1600년대 초 나가사키 지역에 파견된 이탈리아 출신 선교사 조안 나콜라오에 의해 그려졌다고 전해진다. 그래선지 마리아의 모습이 완전히 서양적이다. 오이타(大分) 니유(丹生)에서 발견된 성모자상도 있고, 청동 미륵보살상도 있다. 이 보살상은 잠복 천주교도가 기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성상이다. 또 나가사키의 가타후치 산속에서 발견된 메달 형태의 피에타(Pieta)도 있다. 피에타는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슬픔과 자비를 표현했다.

순교기념관 전시실
 순교기념관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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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유물은 1층 전시실에 10개 구역으로 나눠 전시되고 있다. 1. 26성인의 여정, 2. 그리스도교의 전래, 3. 수용, 발전, 교류, 4. 박해와 순교, 5. 잠복 키리시탄. 6. 부활, 7. 그리스도교, 8. 그 당시의 세계, 9. 그 당시의 일본. 그리고 마지막 열번째 특별전시구역인 영광의 홀(Hall of Glory)에 순교성인들의 정신을 표현한 그림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다. 그리고 영광의 제단에 26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이곳 순교기념관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일본 26성인 기념관 홈페이지 http://www.26martyrs.com/index.html을 참조하면 된다. 그리고 나가사키 문화유산 가이드북인 [나가사키 놀며 배우기(長崎游學)] 제8권 <일본 26성인 기념관의 기도>도 좋은 참고가 된다. 기념관을 나오면서 나는 이들 순교자의 시성 150주년을 기념해 동백나무를 심었음을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었다.

1597년 이들이 순교한 자리에 나가사키의 신자들이 동백나무를 심었는데 모두 죽어 없어졌고,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2년 6월에 다시 심은 것이다. 그들의 숭고한 정신이 이 동백나무를 통해 영원히 뻗어나가길 바란다.  


태그:#나가사키, #나가사키 야경, #메가미오하시 다리, #일본 26인 순교성지, #순교기념관과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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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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