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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기자회견을 전한 YTN 화면.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기자회견을 전한 YTN 화면.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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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동지인데, 팥죽은 드셨나요?"

동지 팥죽이 그리도 맛나셨나 봅니다.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짓다니, 굉장히 기쁜 소식이라도 있는 줄 알았답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께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22일 오후 그 시간에도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경찰에 의해 강제 연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있지 않았나요?

철도노조 지도부와 노조원 120명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이 그리도 즐겁고 통쾌했습니까? 그들에게도 따뜻한 팥죽 한 그릇 나눠먹고 싶은 가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진정 모르는 겁니까. 박근혜 대통령을 '누님'으로 부른다던데, 그분의 의중이 실려 그리도 즐거웠던 겁니까?

부대표님은 오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철도노조 파업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이라고 단정했더군요. 계속 팥죽 운운하시며 웃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접한 SNS 사용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답니다.

이 상황에 대한 새누리당의 진심이 윤상현 얼굴에 그대로 보인다. 악마다. 팥죽 먹었냐고 웃는다.(@katXXXX) 
오늘 윤상현이 말하는 팥죽의 붉은 색은 팥이 아닌 민중과 민주주의의 피로 만든 팥죽이 아닌 피죽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난 30여년을 즐긴 팥죽을 오늘은 못 먹겠다.(@AstXXXXXXXXX)

"언제까지 노동을, 시민을 진압과 통제의 대상으로 볼 건가"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 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됐다. 경찰이 노동자들이 막고 있던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유리 깨고 진입하는 경찰병력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 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됐다. 경찰이 노동자들이 막고 있던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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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은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이다. 이에 대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시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당연한 것이다."

'불법 파업'이니 '시민의 이익'이란 수사는 좀 식상하네요. 기존 새누리당 입장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을 자처하고 있으니, 윤 부대표의 발언과 경찰의 민주노총 투입을 묶어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어도 되겠지요. 특히나, 청와대가 오늘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니 더더욱 그런 줄로 믿을 수밖에요.  

민주노총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이 1995년 설립 이래 처음이라고 합니다. 국내 최대 노동조합인 민주노총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그것도 한겨울 일요일 아침에 탄압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공안정부' 박근혜 정부답다고 할까요.

아시다시피, 불법 파업인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오히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라는 건,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까지 전공하셨다면 잘 알고 계시리라 보는데요. 부대표보다 더 법에 정통한 서울대 조국 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일갈을 대신 전해 드리겠습니다.  

헌법이 파업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대다수의 파업은 불온시되고 나아가 온갖 이유로 범죄로 처벌된다. 언제까지 '노동'을 '시민'에서 배제하면서 진압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려는가!

박근혜 '누님' 손 붙잡고 <변호인>이나 좀 보세요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 위더스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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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노사 간에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부대표의 그 미소엔 공권력을 앞세운 이 정부의 안일함이 더욱 큰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키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철도노조 파업이 과거 공기업들의 파업보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민영화 반대' 파업이란 명분 때문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민영화 안 한다"고 강조해도 소용없어 보이더군요.  

국민들은 "대운하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선 4대강 사업을 밀어 붙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감사원이 증명한 바 있죠. 이명박 정부를 계승한 박근혜 대통령의 민영화 관련 발언을 국민들이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요

국민들의 원성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민주노총은 오후 5시에 기해 규탄집회를 예고했습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경향신문사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하더군요. 경찰이 현장에 있는 진보당 의원을 모조리 연행하는 어이없는 만행을 저지른다고 해도, TV와 인터넷, SNS으로 주시하고 있는 국민들의 눈과 귀는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누님'께 공권력 투입을 비롯한 공안정국 조성을 그만두시라고 전해주십시오. 지금 이 시간에도 민주노총을 향한 토끼몰이를 그만두십시오. 국민들은 '87항쟁'이 일어났던 1980년대로, 아니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나라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연말이니 여유도 좀 가질 겸 누님 손 붙잡고 영화 한 편 관람하기 바랍니다. 주말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변호인>인 말입니다. 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화들과 '부림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지요. 관객들 중 다수가 이 영화의 흥행 1등 공신으로 왜 박근혜 대통령을 꼽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태그:#윤상현, #민주노총,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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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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