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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5명 중 1명은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페이스북 통계 사이트인 소셜 베이커스(Social Bakers)에 따르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국내 사용자 수는 1100만 명에 달한다. 트위터 등 다른 SNS(Social Network Service)들도 함께 성장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기업들도 SNS을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소셜 미디어 마케팅'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쉬우며,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내 후기 본 지인에게 거짓말했다는 자괴감 들어"

소비자들은 기업의 직접적인 홍보보다 지인이나 누리꾼들의 경험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 정보 분석 기업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광고유형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가 다른 소비자의 입소문을 믿는다고 대답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소비자들의 의견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73%였으며 TV 광고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44%였다.

SNS를 통해 작성된 후기는 많은 사람에게 제품 구매 욕구를 유발한다. 그러나 이런 후기 내용을 전부 믿어야 할지는 의문이다. 기업들은 직접 그들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소비자 개인의 경험인 것처럼 위장해서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 영향력이 있는 유명 블로거나 인기 트위터 사용자에게 자사 제품을 제공하고 체험 후기를 작성하게 한다. 실제 일부 업체는 인기 SNS 사용자에게 원고료 명목으로 돈을 주고 제품 평가를 조작하고 있다.

수원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21)씨는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 S사에서 SNS에 사용 후기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직접 화장품을 구매하고 사용한 뒤 만족했다는 내용의 체험 후기를 작성한다. 하지만 후기는 모두 거짓이다. 화장품은 기업에게 무상으로 받았다. 만족했다는 내용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이씨는 "간혹 이 후기를 본 지인이 내게 해당 제품에 대해 물어올 때면 거짓말을 했다는 자괴감으로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업의 요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솔직한 의견이 아닌 홍보에 도움이 되는 글이다. 이 때문에 평가에 부정적 내용이 있는지 사전 검사까지 한다고 한다. 검사과정에서 제품의 단점에 관한 부분은 수정을 요구한다.

대학생 채아무개(26)씨는 평소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국내 한 유명한 배급사에서 서포터즈를 하고 있다. 주로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남기는 일을 한다. 어느 날 관람한 영화가 재미가 없어 솔직하게 감상평을 작성했으나 담당자에게 감상평을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채씨는 자기 생각과 전혀 다른 감상평을 다시 작성해야만 했다. 채씨에게 SNS가 더 이상 자유로운 의사소통 공간이 아니었다.

SNS 마케팅 '공동구매'의 이면

기업의 또 다른 SNS 마케팅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공동구매다. 공동구매란 어떠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이용해 기업은 유명 블로거들에게 수수료를 제공해주고 블로거들은 기업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고 순수한 목적인 것처럼 포장해 제품을 소개한다. 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말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경우 '기만적 광고'에 해당한다.

2011년 네이버의 한 유명한 음식 블로거는 공동구매를 알선하면서 17개 업체로터 8억8000만 원의 판매수수료를 받고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 인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2011년 7월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거짓이나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법이 소비자를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법은 블로그 게시 글에 기업 홍보물임을 명시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 밖에 공개문구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정해져 있지 않다. 기업 대부분이 회색문구나 작은 글씨로 표시해서 소비자가 알아보기 어렵게 해놨다.

지원자 몰리는 SNS 마케팅, 대학생 부당대우 할 말 못해

화장품 브랜드 S사 대학생 서포터즈 마케팅 공고. 모집 요강에 "타 브랜드 서포터즈 활동이 겹치지 않으시는 분"을 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화장품 브랜드 S사 대학생 서포터즈 마케팅 공고. 모집 요강에 "타 브랜드 서포터즈 활동이 겹치지 않으시는 분"을 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 S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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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소셜 미디어 마케팅 운영에 대학생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많은 SNS 마케팅 대외활동은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서포터즈라는 이름만 놓고 보면 '지지자·후원자'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많은 기업이 대학생들을 고용인 부리듯 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등 그 부작용이 적지 않다.

대학생 유아무개(23)끼도 기업에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 유씨는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S사에서 대학생 서포터즈로 활동했다. 유씨는 S사 서포터즈 활동이 끝나갈 무렵 K제약 서포터즈에 지원했고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유씨는 K제약 서포터즈 면접에 갈 수 없었다. '여러 가지의 대외활동을 하다 보면 콘텐츠의 질이나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S사에서 다른 회사의 서포터즈 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중복 대외활동이 적발되면 서포터즈 자격 박탈과 수료증을 받을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S사와 K제약은 같은 업종에 있는 회사도 아니고, 서포터즈 활동에 무리가 없는데 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기업의 횡포와 같다"고 전했다.

본질이 변해가는 개인의 SNS

기업들은 대외활동을 하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맥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경험자들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고 한다.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추억을 저장하는 SNS가 기업의 홍보 공간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대학에 다니는 양아무개(24)씨는 자신의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한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다. 양씨는 서포터즈를 하기 전보다 SNS 사용량이 세 배는 더 늘었다고 한다. 가끔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 이제는 하루에 열댓 번씩 접속하고 있다.

양씨는 "SNS 활동을 예전보다 활발히 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통의 단절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SNS에는 온통 기업 홍보물뿐이기 때문이다. 지인들은 안부를 묻기 위해 양씨의 SNS에 찾는 일이 줄어들었다. 양씨는 "내가 마치 기업의 홍보 도구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펙 과열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대학생들에게 대외활동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 돼버렸다. 그중 SNS를 활용한 서포터즈는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대외활동의 선택 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에 지원하고 있다.

IT 산업 발전으로 SNS는 본래 역할인 소통의 장뿐만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고 탐색하는 수단으로 발전했다. SNS는 현대인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기업은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해 SNS 판에 뛰어들었고, 페이스북 담벼락은 광고판이 됐다.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하주용 교수는 "소비자들은 구매에 있어 광고를 순전히 믿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찾고 선별할 줄 아는 '스마트 컨슈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기업이 제품의 질로 경쟁하지 않고 광고에만 집중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며 현대 기업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태그:#SNS,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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