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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2월 13일 오전 11시. 울산 동구 방어진에서 수산물 양식을 하는 한 어민이 지난 11월 25일 좌초된 후 그대로 있는  선박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이번 사고로 못쓰게 된 밧줄을 손보고 있었다
2013년 12월 13일 오전 11시. 울산 동구 방어진에서 수산물 양식을 하는 한 어민이 지난 11월 25일 좌초된 후 그대로 있는 선박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이번 사고로 못쓰게 된 밧줄을 손보고 있었다 ⓒ 박석철

지난 11월 25일 새벽 울산 동구 앞바다에서 선박 3척이 좌초된 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좌초한 선박에서 기름띠가 유출됐다는 기사가 나간후 19일 째. 그 후 이 지역 어민들은 어떻게 됐을까? 또한 좌초된 선박은 어떻게 됐을까? (관련기사: 울산 앞바다 선박 좌초... 인명피해 없지만 기름띠 발생)

지난 13일 낮, 좌초 사고 후 아직도 선박 한 척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울산 동구 방어진을 찾아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피해 어민들 "기름 유출로 수억 원 피해... 생계 막막"

"절단 났어요, 절단.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 후내년이 또 걱정입니다."

울산 동구 방어진항에서 미역과 성개를 양식하는 김영동(64)씨는 기름에 오염된 밧줄을 손질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선박 좌초로 기름이 유출돼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어민들이 주업으로 삼으며 양식하는 미역과 성개, 전복 등은 이번 사고로 모두 쓸모없게 됐다. 그 피해액만 3~4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더 문제는 좌초된 배에 엉켜 못쓰게 된 그물과 밧줄이 상당수이며, 기름 유출 여파로 앞으로 몇 년간은 바다 양식이 힘들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울산 동구 앞바다에 강한 돌풍이 불어 선박 3척이 해안가로 떠밀려 오다 바위에 좌초됐다. 해경이 긴급 구조작업을 벌여 승선 인원은 구출했지만 그만 선박에 있던 기름이 유출됐던 것.

 11월 25일 새벽 강한 돌충으로 울산 동구 방어진에 좌초된 3척의 선박 중 1척인 국내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범진 5호'(2302t급)가 좌초된 바위에서 겨우 부이를 이용해 빼내진 뒤 여전히 그자리에 남아 있다.
11월 25일 새벽 강한 돌충으로 울산 동구 방어진에 좌초된 3척의 선박 중 1척인 국내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범진 5호'(2302t급)가 좌초된 바위에서 겨우 부이를 이용해 빼내진 뒤 여전히 그자리에 남아 있다. ⓒ 박석철

사고 당시 해경은 "동구 상진항 주변에 너비 3m 길이 50m, 슬도 주변 해상에 너비 3m 길이 100m의 기름띠가 각각 발견돼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해경이 조사를 한 결과 기름 유출 규모는 더욱 큰 것으로 나나났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지난 12월 10일 범진 5호 등 선박 3척의 선장과 당직 항해사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는데, 이들은 배에 실려 있던 경유 4만 8000여 톤을 바다로 유출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이 기름은 고스란히 지역 어민들이 생계로 삼고 있는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피해는 양식장 뿐 아니라 그물도 사용할 수 없도록 엉켜 놓았는데, 어민들은 여전히 그물 수거 작업을 이날도 진행중이었다. 또한 예전같으면 한창 양식물을 수확해야 할 방어진 해녀 100여 명도 현재 일손을 놓고 소일거리를 찾고 있는 상태였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로 지역 명물이 피해를 본 것이다. 사고가 난 방어진항 주변은 예로부터 바위가 아름다워 '꽃바위'라 부르는데, 양식하는 미역의 귀로 만든 '꽃바위 귀다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나는 미역도 품질이 좋지만, 미역귀를 말려 출하하는 '꽃바위 귀다리'는 맛이 좋아 울산 전역은 물론 타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하지만 사고가 나기전 30∼40㎝ 길이로 자란 미역은 12월 채취를 앞두고 고스란히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 때문에 '꽃바위 귀다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많은 마니아들이 올해는 그 맛을 볼 수 없게 된 점이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로 남는다.

 울산 동구 방어진에 좌초 사고후 인양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 석유제품운반선 2302t급 범진5호. 조만간 해체할 예정이다
울산 동구 방어진에 좌초 사고후 인양되지 않고 그대로 있는 석유제품운반선 2302t급 범진5호. 조만간 해체할 예정이다 ⓒ 박석철

현재 어민들과 선박 보험회사간의 협상이 진행 중인데, 보험사측은 "더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해야 한다"며 협상이 종결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의 가슴은 더욱 타 들어간다.

김영동씨는 "본래 지금 한창 양식물을 채취해 귀다리를 말리고 양식물을 타 도시로 출하해야 하는데 이렇게 못쓰게 된 밧줄과 그물만 수거해 폐기처분 하고 있다"며 "외국계 보험사에서 외국 여성들이 협상하러 왔지만, 그 사람들이 미역귀다리 귀한 것을 어떻게 알겠나"고 말했다.

당시 기상악화로 좌초한 선박은 모두 3척으로, 이중 'CS 크레인호'(7675t급·석유제품 운반선)는 사고 3일 만인 지난달 28일 인양됐고, '주항 2호'(4675t급 벌크선 '석탄이나 철광석 등을실어나르는 배')는 예인선의 의해 사고 11일 만인 지난 6일 인양됐다.

하지만 사고가 난 3척의 선박 중 1척인 국내 선적 석유제품운반선 '범진 5호'(2302t급)는 좌초된 바위에서 겨우 부이를 이용해 빼냈지만, 선박을 옮기는 비용도 만만찮아 여전히 그 자리에 남겨 두었다. 이 선박은 수리하지 않고 해체할 것이라고 한다. 수리해서 사용하는 것보다 선박을 해체에 파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해체를 기다리는 선박을 바라보는 어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만 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앞바다 선박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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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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