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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이 동북아시대 허브 항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인천 신항과 남항 국제여객터미널 등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과 더불어 우선 국내 항만 간 역차별을 해소하는 게 과제다.

인천항만공사가 2008년 7월 발간한 <인천항사>를 보면, 인천항 배후지역에는 인천항을 통해 수출입 물류가 창출되는 산업단지가 인천·서울·경기·충청 북부지역에 많이 산재해있는데, 규모는 총면적 7799만1000㎡, 업체 수 1만3472개, 고용인원 34만9605명, 생산실적 약 26조90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산업단지들에서 생산한 수출품의 대부분은 부산항과 광양항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심지어 북중국(다롄·톈진·옌타이·웨이하이·칭다오 등)의 물류는 인천항을 이용하면 훨씬 짧은 해운임에도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다.

이상윤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의 연구용역 자료를 보면, 인천항을 이용할 경우 1TEU 당 물류 절감비가 20만 원으로 연간 물류비용 6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기형적인 물류로 인해 국가적으로 엄청나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북항(2007년 개장)이 생기기 전 2004년 인천항 내항에서 처리한 수출입 벌크화물은 3646만4868톤이었고, 2012년 내항과 북항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2899만3739톤이다. 북항에 선석(선박을 접안할 수 있는 자리) 17개가 들어섰음에도 인천항의 물동량은 20% 감소했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불황과 내수 경기의 부진이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비교적 가까이 있는 평택항의 경우 인천항과 사정이 거의 비슷함에도 입항 척수와 물동량이 늘었다. 특히 2009년 국내 모든 항만의 물동량이 감소했으나, 평택항은 늘었다.

인천항만물류협회 자료를 보면, 인천 내항과 북항의 2012년 수출 물동량은 894만263톤이었고, 이중 신차와 중고차를 합친 자동차가 555만3289톤으로 무려 62%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입 자동차의 경우 2008년 106만2338톤에서 2012년 11만9798톤으로 88%나 감소했다.

반면 평택항의 경우, 2011년 1298만9081톤을 처리해 1213만4277톤을 처리한 울산항을 제치고 자동차화물 처리 1위를 차지했다.

2005년에는 인천항과 평택항이 1251만3156톤을 처리하며, 1066만180톤을 처리한 울산항을 제친 바 있다. 인천항의 수출입 자동차화물이 평택항으로 이전된 것이다.

수도권과 충청 북부지역에서 발생한 물류가 가까운 인천항을 놔두고 멀리 부산으로 가는 까닭, 인천항을 이용하던 자동차화물이 평택으로 이전된 까닭은 모두 정부의 '투 포트(Two-Port·부산항과 광양항)' 정책에 기인한다는 게 항만업계의 주장이다.

인천항 경쟁력 확보, 국내 역차별 해소로부터 시작해야

국내 항만별 배후단지 조성사업비에서 정부 지원액 비율을 비교해보면, 인천항은 25%에 불과했으나, 부산항과 평택항은 50%였고, 광양항은 93%였다. 이 정부 지원액 비율은 배후단지 임대료에 고스란히 반영돼 결국 인천항의 임대료가 다른 항만보다 비싸 인천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인천항 배후단지의 1㎡당 월 평균 임대료는 1700원인데 비해, 부산항 300원, 부산 신항 281원, 광양항 200원, 평택항 700원이다. 인천항을 100으로 했을 때 부산항 17.6, 부산 신항 16.5, 광양항 11.7, 평택항 41.1이다. 화물주가 인천항을 기피하는 원인이다.

또한, 부산 신항은 선석 45개에 항만부지와 배후부지가 670만 4132㎡(약 202만 8000평)이다. 전체 사업비 13조3881억 원 가운데 48.3%인 6조4728억 원을 정부가 투자한다.

이에 비해 인천 신항은 현재 1-1단계(선석 6개) 공사 중인데, 1단계는 선석 12개에 배후부지 248만㎡다. 1-1단계 공사비는 약 1조 3000억원으로 이중 국비는 5000억원이다. 게다가 2단계는 공사는 언제 시행할지 불투명하다.

국내 항만공사의 수입은 입출항 시 정박료와 접안료, 선박 입출항료, 화물 입출항료, 부두 임대료, 배후부지 임대료 등이 있는데, 접안료의 비중이 제법 크다. 그러나 인천항만공사는 인천항 부두가 대부분 민간자본으로 지어져 접안료에서 투자비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에 접안료 수익이 없다.

반면 부산항만공사와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접안료를 받는다. 정부 재정 투자로 부두를 지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인천항만공사가 인천항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느냐로 이어진다. 부산항만공사가 시행사가 돼 북항 재개발을 공영개발로 주도할 수 있는 배경이 인천과 다른 이유다.

인천 신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비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엄청난 국비를 들여 조성한 인천 내항을 전면 재개발하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해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여기에 있다. 또 향후 남북 교류협력 확대에 따른 교역량 증가 시 보안, 통관, 검역, 출입국의 문제를 원스톱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곳도 바로 내항이다.

출입항료에서도 밀리는 인천항의 경쟁력

인천항의 경쟁력은 출입항료에서도 밀린다. 선박은 항만에 출입할 때마다 요금을 내는데, 가령 한 선박이 양곡 7만톤을 인천항으로 가져왔을 때 평택항보다 805만 원을 더 내야한다. 이는 정부가 정해준 요율에 따라 발생한 차액이다.

정부는 항만 간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규 항만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 결과 이제는 인천항의 물류가 평택항으로 이전했다. 평택항이 경쟁력을 갖춘 항만으로 성장했으니 이제 공정한 룰(rule)을 적용해야한다는 게 인천 항만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정부는 컨테이너 선박이 평택항에 입출항 시 항만시설 사용료(접안료와 입출항료)의 30%를 올해 말까지 지원해줬다. 2009년에는 100%를 지원했다. 이제는 역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인천항이 동북아시대의 허브 항만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실상은 부두 건설과 항만 배후단지 조성, 요금문제에 이르기까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정책 아래 놓여있다.

5만톤급 RORO선박이 중고차를 싣기 위해 인천내항 갑문을 통과한 뒤, 인천 내항 3부두로 들어오고 있다. 인천내항은 정온수역이라 조수간만의 차이가 없어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화물 선적에 최적화 돼 있다.
▲ 인천항 5만톤급 RORO선박이 중고차를 싣기 위해 인천내항 갑문을 통과한 뒤, 인천 내항 3부두로 들어오고 있다. 인천내항은 정온수역이라 조수간만의 차이가 없어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화물 선적에 최적화 돼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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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항로 증설 멈춘 인천항, FTA 회담에서 증설 요구해야

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를 맺기 전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해운항로는 '인천-톈진' 항로(1991년 12월 개설)와 '인천-웨이하이' 항로(1990년 9월 개설)가 고작이었다.

한-중 수교 이후 항로가 신설되기 시작하면서 인천항의 물동량도 크게 늘었다. 1996년 1억1605만 톤에 달하던 벌크화물은 2012년 1억4394만톤으로 늘었고,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1996년 39만5890톤에서 지난해 198만1855톤으로 늘었다.

그러나 정기 항로가 그냥 개설된 게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수교 이후 1993년부터 매해 한중 해운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해운회담에서 카페리 항로와 컨테이너 항로 개설 문제를 다룬다.

1993년 1차 회담에서 카페리 항로 4개 신규 개설과 컨테이너 항로 6척 투입을 합의했다. 이후 인천에는 1995년 '인천-칭다오' 간 카페리 항로가 개설됐고, 1996년 '인천-단동' 간 카페리 항로가 개설돼 현재 카페리 항로 10개 노선(인천-단동·다롄·잉커우·친황다오·톈진·옌타이·웨이하이·스다오·칭다오·롄윈)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2003년까지만 해도 인천에는 중국과의 정기 컨테이너 항로는 없었다. 또 2004년 이후로는 카페리와 컨테이너 모두 신규 항로가 늘지 않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IMF 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자본 투자유치를 선택했다. 그 일환으로 인천 남항에 싱가폴항만공사(SPA)의 투자를 유치해 컨테이너 부두를 조성했다. 2004년 남항이 개장하게 됐는데, 컨테이너 항로가 없어 배가 안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인천참여자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13개로 구성된 '인천항 살리기 시민연대'와 인천상공회의소, 인천항발전협의회 등은 당시 '인천-중국' 간 정기 컨테이너 항로 개설운동을 벌이며 해양수산부에 항로 개설을 촉구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인천에도 중국을 오가는 정기 컨테이너 항로가 일부 개설됐고, 이는 인천의 항만과 물류 산업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이후 2005년 한중은 제13차 해운회담에서 컨테이너 항로를 2009년까지 완전 개방하고, 카페리 항로는 2012년까지 완전 개방한다는 '한중 해운 자유화'에 합의했다. 해운 자유화는 선박이 한국과 중국의 항만을 자유자재로 출입항한다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은 해운 자유화 상태다.

그러나 현재 이 모든 게 답보상태다.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 노선은 2003년 이후 10년간 전혀 증설되지 않았고, 컨테이너의 경우 경인항(경인운하 항만)을 제외하고는 추가 개설이 제약되고 있다.

경인항은 항로를 개설해도 선주와 화물주가 이용을 안 하는 곳이다. 2005년 이후 한-중 해운회담에서 오간 컨테이너 정기 항로 개설은 평택 또는 목포에서 중국을 오가는 항로가 전부다. 인천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항에 올해 11월 말까지 크루즈 선박이 127회 입항했다. 크루즈 선박은 해운 자유화의 대상이라 어느 항만이든 자유자재로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항로 개설을 확보해 경쟁력을 키웠듯이, 인천항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은 항로 개설에 달려 있다.

1차적으로는 동북아시대에 맞춰 중국과 해운 자유화를 통해 항로를 개설하는 것이며, 2차적으로는 인천이 허브 항만이 돼 중국에서 인천을 경유해 유럽과 미주를 오가는 항로를 개설하는 것이다. 또 항만에서도 '한-중 비자면제' 협정이 인천항 여객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천 남항 국제여객터미널은 2014년에 부분 개장하고 2016년 완전 개장할 예정이며, 인천 신항은 2015년 1단계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이에 맞춰 인천항 항로 개설이 시급하다. 인천항은 카페리와 컨테이너 항로가 확대되더라도 이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시설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2003년에 컨테이너 항로 개설운동을 추진한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한-중 간 항로가 늘어 양국 발전에 기여하면서 2005년 해운 전면 자유화를 합의했다. 그러나 그 이후 추가 개방조치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인천은 바닷길과 하늘길이 열려야 산다고 하는데, 그 길은 한-중 해운 자유화와 항공 자유화다. 해운회담에서 진척이 없다면 우리 정부가 다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삼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방외교로 인천 성장, 남북 교류 거점 역시 '인천'

인천항은 노태우 정부가 북방외교를 펼친 성과를 누리고 있다. 한중 수교가 맺어진 이후 인천항은 성장하기 시작했다.

향후 인천항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남북 교류협력 분야다. 중국은 한중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을 '역외가공'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에서 가공된 제품이 한국 제품으로 인정돼 무관세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은 부지 약 6610만㎡(2000만 평)에 공단 2644만㎡(800만 평), 배후도시 3961만2000㎡(1200만 평)을 3단계에 걸쳐 개발하는 것이다. 1단계 330만5000㎡(100만 평)는 노동집약형 중소기업, 2단계 661만㎡(200만 평)는 경공업과 중화학공업, 3단계 1652만 5000㎡(500만 평)는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구상이었다.

현재 개성공단은 1단계 사업이 60%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2005년 1491만 달러였던 개성공단 매출은 2012년 4억6950만 달러로 30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북한 노동자는 6000여 명에서 5만3000여 명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평균임금은 월 137달러(한화 약 15만 원) 정도라 매력적인 곳이다.

비록 남북관계가 경색돼 개성공단이 파국을 맞이하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도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북 교류가 확대되면 인천항역시 그 역할이 증대되기 마련이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중간재와 원자재가 인천항으로 들어와서 개성공단으로 가야하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출기지 역시 인천항이기에 그렇다. 해주공단까지 염두에 뒀을 때 인천항의 역할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항, #북방외교, #한중FTA, #동북아시대, #환황해경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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