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월 11일 오후 7시부터 울주군 범서읍 구영근린공원 광장에서 열린 고 이서현양 49제 추모제
12월 11일 오후 7시부터 울주군 범서읍 구영근린공원 광장에서 열린 고 이서현양 49제 추모제 ⓒ 카페 '하늘로 소풍간 아이들 위한 모임'

지난 10월 24일 울산 울주군에서 계모 박아무개(40)씨의 학대와 폭행으로 숨진 8세 고 이서현 양을 추모하는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모행사는 아동학대예방의날인 지난 11월 19일 아이가 살던 울주군 범서읍 구영근린공원 광장에서 열린 데 이어 49제인 12월 11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슬프지만, 하늘나라에서 만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원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관련 기관들이 학교 교사 등 아동학대 신고의무대상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울산 계모 학대 여아 사망 사고
울산 울주군의 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고 이서현양은 지난 2009년 부모의 이혼으로 생모와 헤어지고 아버지와 계모와 함께 살았다. 고 이서현양의 계모는 지난 10월 24일 오전 8시 30분 울주군 자신의 아파트에서 '2000원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친구와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이양의 머리와 가슴 등을 10차례 이상 주먹과 발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폭행으로 이서현양은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골절되고, 부러진 뼈가 폐를 관통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이양을 욕조에 앉아있도록 했고, 이양은 욕조에 들어가 앉아 있는 동안 호흡 곤란과 피하 출혈로 의식을 잃고 물 속에 빠진 채 숨졌다.

하지만 박씨는 "목욕을 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이양의 몸에 남은 멍 자국을 토대로 폭행과 학대 혐의를 수사했다. 경찰과 당초 박씨에 대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전국의 많은 시민들과 울주군 지역민들의 서명 운동 등 여론에 결국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이양의 친모도 지난 11월 18일부터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내 아이를 살해한 동거녀 박아무개를 살인죄로 처벌해 주십시오", "아이아빠를 공범으로 처벌해 주십시오", "저도 죄인이니 처벌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위 시위를 벌였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12월 12일 이양의 아버지 박아무개씨(46)도 이양이 계모로부터 수년간이나 폭행과 학대를 당한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방임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지역주민들을 주축으로 이 땅에 더 이상 하늘로 소풍가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는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 카페가 결성돼 계모와 친부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회원수는 9400여명에 달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교사, 학원, 의료인, 상담소)가 아동학대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되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과거 200만 원에서 올해 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의 1~2학년 초등학교 담임교사 2명, 이양을 치료한 병원 의사 2명, 학원장 2명, 학원교사 1명 등 7명의 신고대상 의무자를 조사했으나 이들이 모두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해 신고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울산시에 통보, 처분 여부를 울산시에 이관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울산시에 신고의무자를 조사하라고 요청했고 울산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고 이서현 양은 실제로 줄곧 학대를 당해오면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밝고 쾌활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동안 치료를 한 의사도 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울산시교육청은 이양이 사망한 지 43일째 되던 지난 12월 5일 오후 교육청 대강당에서 울산지역 초·중·고교 생활담당 교사 및 전문상담 교사 등 40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 연수를 실시했다.

이날 연수에서는 울산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이 강사로 나서 아동학대에 대한 이해, 사전예방교육과 아동복지법에 신고의무사항 등을 교육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관계 기관에 책임 묻는 발표는 왜 없나"

전교조 울산지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울산교육청은 그동안 아동복지법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다가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마치 면피라도 하듯 전 학교의 담당자를 모아 연수를 했다"며 "또 연수를 받은 이들이 학교로 돌아가 전달 연수를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형식적인 지침에 따라 단위 학교에서는 연수를 받은 담당자가 교무회의 말미에 형식적인 전달 연수를 하고 있다"며 "또한 그 연수조차도 아동폭력 예방을 위한 심도있는 내용보다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대상자가 된다'는 식의 표피적인 연수에 그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울산시교육청이 교육청평가를 위한 실적 쌓기 차원에서 무수히 실시했던 청렴연수처럼 아동폭력 예방교육을 했더라면 이런 비극적인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울산시와 울산교육청 등 관련 유관 기관이 그동안 아동복지법에 의한 신고 의무를 제대로 관련자들에게 교육하고 인지시켜 왔는가에 대해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 신고의무를 위반했다면 마땅히 행정적 처벌을 받는 것이 옳다"며 "그러나 울산시, 울산교육청 등 아동복지법을 집행하고 이에 근거해 아동을 보호해야할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기관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는 발표는 없다"고 상기했다.

특히 전교조는 "울산시와 울산교육청이 서현양의 죽음으로 분출하고 있는 시민들의 분노를 신고의무자에 떠넘기기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특히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대한 소명으로 묵묵히 학생교육에 열성을 다해 온 담임교사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과 주변 사람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이웃들조차 학대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해당 학급의 학부모 회장까지 맡았던 계모의 치밀함에 비춰 담임교사가 이를 눈치채지 못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아동을 관찰해 학대사실을 인지했어야 한다는 도의적 책임의식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는 "이를 근거로 모든 책임을 담임교사에게 전가하는 울산시와 울산교육청의 태도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정한 배후는 경쟁만능과 인권무시행태, 사회적 예방체계의 미비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아픔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전사회적 자성을 만들어가는데 전 사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아동 학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