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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다고 볼 수 없다. 3차 4차가 닥치고 있다. 우리는 이북에 사는 주민보다 더 고통스럽다. 이북에 사는 주민들도 이렇게 취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주민 고 유한숙(74) 할아버지와 같은 마을에 사는 한재분(76) 할머니가 눈물을 보이며 호소했다. 한 할머니는 7일 오전 밀양 영남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던 유 할아버지는 지난 11월부터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지난 2일 밤 집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병원 치료중인 6일 새벽 사망했다. 고인의 빈소는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인과 같은 마을에 사는 한재분(76) 할머니가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인과 같은 마을에 사는 한재분(76) 할머니가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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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인과 같은 마을에 사는 한재분(76) 할머니가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고인과 같은 마을에 사는 한재분(76) 할머니가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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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계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아래 대책위) 사무국장은 "어르신께서는 어제 새벽 운명하셨는데 부산대병원에서 시신을 옮겨 어제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석연찮은 이유로 시신운구가 늦어졌다"며 "경찰은 밀양에서 해도 될 가족 조사를 밀양에서 했고, 검사지시서가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지난해 1월 고 이치우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뒤 우리가 대책위를 꾸렸던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뜻이었는데, 죄송하다"며 "이런 일을 막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정성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 싸움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우리가 선택할 것은 '사람이 생명이다'는 것이었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송전탑을 없애는 것"이라며 "한국전력공사는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고, 조문도 없는데, 이치우 어르신 때와 다른 것 같다. 조문을 와서 맞던 쫓겨나던 얼굴은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는 고인이 돌아가신 게 '개인사'라 하거나 경찰은 '특정 사안과 관계없다'고 하는데, 그것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고, 왜 죽었는지에 대한 원인조차 덮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고인을 그냥 보내 드릴 수 없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이 살던 마을의 서보흡(75) 이장은 "고인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셨다"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야 하고, 진실을 밝혀내야 하며, 앞으로 진실을 밝히는데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산외면 보라마을 이종숙(71) 이장은 "지난해 1월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신 뒤 마을 주민들은 많이 분노했다"며 "고인은 이치우 어르신과 같은 나이다. 주민들이 분신·음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송전탑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한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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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변호사)은 "고 이치우 어르신께서 돌아가신 뒤 다시 한 분이 돌아가시니, 저희들이 제대로 싸우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두 분의 죽음을 보니 죄송하고, 꼭 송전탑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고인을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우리나 노숙농성하고 한전이나 경찰과 싸웠던 것은 우리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산이 운다며 잠을 잘 수 없다고 했고, 그래서 산신제를 지내기도 했는데,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전, 이제 제발 그만 하십시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경과지 4개면 주민 일동, '유한숙 어르신 유가족' 일동은 이날 공동 회견문을 통해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이제 제발 그만 하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온몸이 떨려온다"며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자결 이후에 더 이상의 희생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부디 정부와 한전이 주민들의 절망적인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간곡히 기도하며 지내온 지난 2년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유한숙 어르신이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유명을 달리하시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벌써 두 번째, 그것도 70대 노인이 같은 사안으로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버리셨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며 "고인은 평소 활달하고 밝은 성격으로 젊은 시절에는 공직에도 계셨으며 상동면 고정리에서 28년째 양돈 농장을 경영하며 성실하게 살아오셨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인은 상동면 도곡저수지에 차려진 주민 농성장에 참여하셨고, 그 자리에서도 괴로운 마음에 약주를 드시며 당신의 절망적인 심사를 주민들에게 토로하셨다"며 "주민들의 전언에 의하면, '나는 솔직히 데모에도 자신이 없고,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막겠느냐,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 나는 다 살았다, 한전 놈들 죽이고 싶다'면서 괴로워 하셨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고인은 말씀 중에 '내만 죽는 게 아니라 글(그리)로 지나가면 다 죽는다, 어떻게 하든 765가 글로 가면 안 돼. 와 저놈의 … 와 지나가노'라고 안타깝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하셨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한전에 대해 이들은 "고인의 죽음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명분을 잃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공권력을 앞세워 강행한 것에 대해 고인 앞에 애도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 할아버지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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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밀양 송전탑 공사 반대 농성에 참여했다가 음독 자살했던 주민 유한숙(74)씨의 빈소가 밀양 영남병원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진 가운데, 7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이 병원 정문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문정선 밀양시의원이 회견문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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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은 "밀양송전탑 공사를 지금 즉시 중단하고, 고인의 뜻을 받들어 밀양 송전탑 공사의 타당성, 주민의 재산과 건강상의 피해, 그리고 주민들이 요청한 대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와 주민, 유가족들은 이같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고인의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유족대표(맏아들), 대책위 대표(김준한 신부), 마을주민 대표(고정마을 서보흡 이장)가 공동장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농협장례식장에 있는 빈소에서는 유가족들이 8일까지 조문객을 맞고, 고인의 시신은 병원에 안치하며, 이후 대책위가 주관해 분향소를 유지하기로 했다.

분향소는 밀양시청 앞, 한전 밀양지사 앞, 상동면 도곡저수지 농성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대책위와 유가족 등이 논의해서 결정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밀양 송전탑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장례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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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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