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장성택 실각'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장성택 실각'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북한 2인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말 '실각'했을까. 국가정보원이 지난 3일 공개한 '장성택 실각설'에 물음표가 찍히고 있다. 이와 관련한 정부 각 부처의 '말'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권력지형이 급변할 수 있는 일인데도 정부 부처의 대응이 일사불란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기획폭로' 논란까지 겹쳐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북한 관련 주요 정보를 공개할 경우, 통일부 등 관련 부처를 앞세웠다. 그러나 이번 일은 국정원이 전면에 섰다. 이 때문에 국정원 개혁 특위나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등을 논의하고 있던 여야 4자 회담을 겨냥, 국정원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통일부·국방부 "장성택, 실각 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

초점은 국정원에 의해 공개된 '장성택 실각설'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는지 여부에 쏠려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 "장성택 측근인 이용하 당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 처형 사실이 확인됐고 장성택 조직과 연계인물 구속조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장성택 실각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장 부위원장의 신변 및 행방을 묻는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상세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신변에는 이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의 신변에 대해서도 "특별히 이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는 없다"고 답했다.

최룡해 북한 인민국 총정치국장과 '권력투쟁' 패배 가능성을 실각 사유로 분석하는 것에는 "장성택의 실각 원인 중 하나로 보도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직접적인 관련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지만 권력투쟁이 숙청의 하위적 개념일 수 있어 두 가지가 다 겹쳤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거리를 뒀다.

또 "최룡해와 장성택의 갈등 구도도 이미 오래전부터 나온 얘기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것하고는 깊은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추측한다"고도 덧붙였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45세 이하만 고위직 간부에 임명하고 나머지는 다 퇴진할 것이라는 정보가 들어갔는데 (그것이) 자극적으로 '실각'이나 '숙청' 이야기로 나온 것으로 안다, 국정원의 최초 입수내용은 건조한 내용으로 알고 있다"면서 따지자, '실각설'에서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는 "장성택이 지금 실각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실각인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 역시 '장성택 실각설'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장성택 실각설과 관련해 좀 더 상황을 예의주시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북한 언론과 그 외 복수채널로 북한 상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김 장관은 '아직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이용걸 방위사업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김 국방부장관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과 국방 현안보고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
▲ 새누리당 중진회의에 참석한 김관진 장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이용걸 방위사업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김 국방부장관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과 국방 현안보고를 하기 위해 참석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정부 부처 말 엇갈리는 이유 뭐냐, '타이밍 정치' 결과물이라면 큰일"

이처럼 '장성택 실각설'와 관련한 정부 각 부처의 '말'이 엇갈리자, 민주당은 "우리나라의 중대한 안보상황이 될 수 있는 북한 2인자의 실각과 관련된 정부의 메시지가 하루 사이에 오락가락 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원은 어제 하루 종일 '장성택 실각설'로 나라를 들썩이게 했는데, 오늘 국장장관은 '장성택 실각설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놓고, 통일부장관은 '장성택 신병 이상 없다'는 얘기를 국민 앞에 내놨다"며 "각각 다 사실일 수 있지만 이것이 정부의 대북정보 혼선과 정책기조의 엇박자라면 크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성택 실각설이) 국정원이 정치적 이유로 고도의 타이밍 정치를 한 것이라면 더욱 큰 일"이라며 "북한 내부의 중요 정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라면, 강대국 사이에서 어떻게 국가안보를 지킬 수 있을지 국민들은 몹시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장성택 실각설'을 계기로 전날 여야 합의된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를 좌초시키려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4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장성택 실각설은)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북한의 내부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큰 사건"이라며 "이런 긴장된 정세에서 그를 총괄해서 (대북) 정보를 백업해줘야 하는 정보기관이 한 달, 혹은 두 달 그 이상까지도 이 문제(특위)에 묶여버리면 과연 우리 정보기관의 기능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특위 설치를 반대했다.


태그:#장성택, #실각설, #류길재, #김관진, #국가정보원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